KBO가 길러낸 첫 야수 메이저리거 강정호(29·피츠버그)는 지난해 기대 그 이상의 ‘빅리그’ 데뷔 시즌을 보여줬다. 그가 빠르게 자리를 잡는 데는 힘 있는 타격만큼이나 실속 있는 좋은 수비력도 한 몫을 했다.
내야수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야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강한 어깨와 함께 안정적이면서 역동적인 자세를 갖고 있다. 특히 포구 자세에서 칭찬할 부분이 많다.
↑ 강정호는 역동적이고 유연한 포구자세가 돋보이는 좋은 내야수다. 그의 수비 능력은 파워 넘치는 타격과 함께 그가 빠르게 메이저리그에 안착하는 비결이 돼주었다. 사진=ⓒAFPBBNews=News1 |
수비의 준비자세인 ABP(Athletic Basic Position)에서 타구의 바운드를 기다리는 자세는 발을 어깨 넓이보다 살짝 넓게 벌린 상태에서 왼발(오른손 야수 기준)을 반발짝 쯤 앞에 둔다. 기저 면을 넓혀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앞쪽으로 전진하는데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엉덩이는 가볍게 내리고 상체를 숙이는 자세를 취하면 이상적이라고 한다.
이때 무릎의 각도는 대략 110도에서 120도 정도(똑바로 섰을 때를 180도로 볼 때)를 만드는 것이 움직임에 용이하다. 너무 낮은 자세는 포구 후 송구를 위한 추진력을 얻기 어렵기 때문에 타구를 잡으면서 살짝 앞쪽으로 전진할 수 있는 무릎의 각도가 필요하다. 대릭 지터(전 뉴욕양키스)의 수비 자세를 보고 “키가 크기 때문에 많이 서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작은 선수는 다른 모습이어야 한다는 걸까. 아니, 수비자세는 선수의 키와 관계없이 무릎을 구부리는 각도를 관찰하면서 이야기하는 것이 맞다. 키가 작거나 혹은 크거나 이상적이고 편한 자세의 모습은 비슷해진다.
글러브의 위치는 두 발의 가운데에서 왼발보다 앞쪽에서 포구하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글러브를 (지면에 대해) 똑바로 세우는 게 좋다고 많이 이야기하는데, 사실 논란이 많은 부분이다. 글러브를 똑바로 세우려면 손목을 뒤로 제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손목에 힘이 들어가고 경직되면서 불규칙 바운드에 대처가 쉽지 않을 확률이 높다. 똑바로 선 상태에서 차렷 자세를 한 후 손바닥을 정면으로 돌려 얻을 수 있는 손 모양. 거기에 글러브를 끼면 무난하게 안정적일 듯 하다.
이상적인 포구에 대해서 생각을 참 많이 했다. ‘숏 바운드로 잡아라’ ‘잡아당기면서 잡아라’ 귀가 따갑도록 기본에 대해 들었다. 그러나 프로에서 19년을 뛰면서 뼈저리게 느꼈던 것은 ‘이상은 이상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현실의 그라운드에서 날아오는 수만 가지 타구는 내가 ‘이상적인 기본 동작’으로 예쁘게 수비를 완성할 상황을 거의 만들어주지 않았다. 바운드가 똑 떨어지지 않아도 잡아내야 했고 ‘잡아당겨야 한다’는 기본은 희망사항일 뿐, 주로 줄기차게 밀면서 잡아내야 했다.
그래서 나는 이상적인 포구 자세의 포인트를 ‘유연함’으로 믿는다. 현실의 야수에겐 ‘대처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기본기다. 다양한 상황을 대처하는데 유리한 자세가 확률을 높이는 좋은 자세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강정호의 역동적인 포구 동작은 세련되고 유연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2016시즌 메이저리그 개막이 두근두근 기다려진다. 강정호의 건강한 복귀를 볼 수 있다.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