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2016년 마무리투수는 ‘물음표’다. 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1차 스프링캠프를 끝냈지만 아직 미정이다. 새 뒷문지기는 KIA의 고민거리 중 하나다. KIA는 여러 가지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제1후보는 심동섭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그렇다. 심동섭은 늘 ‘후보’였다. 하지만 1년 전 정착하지 못했다.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확실한 믿음을 심어주지 못한 것. KBO리그 개막을 1달도 안 남기고 미국 생활을 청산한 윤석민이 마무리투수로 결정됐다.
윤석민이 선발투수로 보직을 전환하면서 자연스레 심동섭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경험은 조금일지라도 있다. 심동섭은 프로 통산 7번의 세이브를 기록했다(홀드는 42번).
↑ 심동섭은 KIA 타이거즈의 마무리투수 후보다. 피칭 밸런스를 잡는데 중점을 뒀다는 그는 예년보다 빠른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사진(美 스코츠데일)=옥영화 기자 |
4년 만에 애리조나를 찾은 심동섭, 참 많이 변했다. 하늘같은 선배와 룸메이트였다가 절친한 유창식과 한 방을 쓴다. 이원화에 따라 1차 캠프에서 젊은 투수가 많아지면서 어느새 ‘방장’이 됐다(유창식과는 1살 터울).
또 하나 준비과정도 달라졌다. 심동섭은 지난해 겨울 윤석민을 따라 일본 오키나와에서 몸을 만들었다. 윤석민은 어깨 건강을 위해 해마다 오키나와로 개인 훈련을 했다. 팔이 좋지 않던 심동섭도 이를 보고서 유창식과 동행했다(심동섭은 그 동안 국내에서 개인 운동을 했다).
그 효과는 있다. 심동섭의 캠프 컨디션은 최상. 그 동안 잔부상 등으로 캠프 내 피칭이 부족했다. 그래서 이번 캠프에 세웠던 목표 중 하나가 ‘공 많이 던지기’였다. 그리고 이를 달성했다.
심동섭은 “몸이 상당히 좋다. 훈련도 빠짐없이 소화했다. 캠프 직전 오키나와에서 개인 운동을 하며 계속 공을 던졌더니 좋은 것 같다. 컨디션 유지도 잘 되고 페이스도 빨리 오르고 있다”라고 말했다.
신경을 썼던 피칭 밸런스도 일단 잘 유지되는 중이다. 심동섭은 지난해 마무리캠프에서 투구 동작 연결 시 다리가 벌어지는 ‘문제점’을 바로잡는데 열중했다. 제구 안정을 위한 한 걸음이다. 그리고 이후 피나는 연습.
하지만 오랜 문제점을 단번에 고쳐질 정도로 쉽지는 않다. 한 순간 틀어지기도. 심동섭은 “내가 마운드에 있으면 ‘불안하다’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바꿔야 한다. 안정감을 갖춰야 한다”라며 “마무리캠프에서 바로 잡았던 피칭 밸런스를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힘을 주면 잘 안 되는 등 고치기가 쉽지 않다. 코칭스태프에게도 지적을 받기도 한다. 타자와 승부하는데 기술적인 부분 보강은 제구 외 없다. 그래서 더 신경을 쓰고 채워가려 한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23일과 24일, 이틀에 걸친 박찬호의 특강은 심동섭에게도 큰 영감을 줬다. “좋은 말씀이었다. 내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해야 할 것 같다”라는 심동섭, 박찬호가 했던 이야기 중 일찌감치 실천하고 있는 것도 있다.
박찬호는 좋았던 피칭을 계속 머릿속에 그리면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라고 했다. 심동섭은 오래 전부터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그리고 개인 영상을 수시로 체크했다. 물론, 잘 던졌던 영상만이다. 2011년, 2014년, 2015년 등 총 3가지 영상인데 총 약 20분 정도다.
심동섭은 “365일 중 360일은 보는 것 같다. 간혹 부진했던 영상을 볼 때도 있지만 거의 잘 던졌던 것만 기억하려 한다. 그걸 보면서 어떤 공으로 어떻게 탈삼진을 잡았는지 등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난다”라고 이야기했다.
심동섭은 마무리투수 후보 1순위다. 여러 경로를 통해 이런 이야기를 자주 접하기도 했다. 그의 솔직한 생각은 어떨까. ‘해보고 싶다.’ 하지만 그게 그의 진짜 목표는 아니다.
↑ 심동섭은 KIA 타이거즈의 마무리투수 후보다. 피칭 밸런스를 잡는데 중점을 뒀다는 그는 예년보다 빠른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사진(美 스코츠데일)=옥영화 기자 |
심동섭의 목표는 볼넷 줄이기다. 그는 지난해 57⅓이닝 동안 43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이닝당 평균 0.75개로 꽤 높은 수치. 심동섭은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나)볼넷은 누구나 싫어할 거다. 제대로 타자와 겨뤄보지도 못했으니까. 나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볼넷을 최대한 줄이고 싶다. 조금씩 상향 조정될 수 있겠지만, 처음 정한 목표는 볼넷 20개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올해 KIA 마운드는 높이 평가받고 있다. 헥터 노에시, 지크 스프루일의 가세로 더 강해졌다고. 피칭마다 탄성이 터져 나오게 만드는 헥터와 지크는 동료들에게도 ‘든든한 존재’다. 그 존재는 많을수록 좋을 터. 특히 뒷문지기라면, 그런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불안감을 준다는’심동섭에게 ‘든든한 존재’가 되어야 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그러자 언제나 ‘안정감 있는 투수’가 되고 싶다는 심동섭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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