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포항 스틸러스의 최진철 감독은 9일 하노이 T&T(베트남)전에서 선제골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하노이 T&T의 밀집수비는 예상된 그림이었다. 이 빗장을 얼마나 빨리 벗겨내느냐에 따라 좋은 내용과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최 감독은 지난 8일 프리매치 기자회견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하노이 T&T전에 준비했던 많은 걸 보여주고 싶다”라고 출사표를 밝혔다. 2월에 열리는 경기라 정상 컨디션은 아니지만, 선수들의 경기력 또한 보다 끌어올리기를 희망했다.
하노이 T&T는 1년 전 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FC 서울전에서 0-7로 대패했다. 밤 경기로 추위에 시달렸으며 경기 시작 14분 만에 골문을 열리더니 총 7골이나 내줬다. 하노이에게는 악몽 같은 경기였다.
1년 뒤 다시 찾은 한국에서 하노이 T&T는 변칙 전술을 가동했다. 삼손과 함께 공격을 이끄는 곤살로 다미안을 수비수로 기용한 것. 포항은 이 밀집 수비를 허무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 양동현, 라자르, 문창진을 앞세운 공격의 날카로움은 떨어졌다. 오히려 삼손을 앞세운 하노이 T&T의 역습에 고전했다.
↑ 포항 스틸러스는 9일 하노이 T&T를 꺾고 2016 AFC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진출했다. 그러나 마냥 웃을 수만은 없던 최진철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최 감독은 기존 ‘스틸타카’를 유지하면서 스피드를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또한, 공격의 세밀함을 끌어올리겠다고 덧붙였다. 그 두 가지는 냉정히 말해 하노이 T&T전에서 나타나지 않았다. 덜 칠해졌거나 덜 보여줬거나.
전반적으로 답답한 흐름이었다. 하노이 T&T의 밀집 수비를 허문 건 ‘스피드’가 아니었다.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공격도 디테일하지 않았다. 양동현의 잇단 슈팅은 위협을 가했으나 예리하지 않았다. 오히려 수비에서 순간 집중력이 흔들려 위험한 상황을 연출하기까지 했다. 후반 11분 골키퍼 신화용의 빠른 판단이 없었다면, 강펀치를 얻어맞을 뻔했다.
포항은 킥오프 휘슬이 울리고 34분이 지나서야 웃었다. 손준호와 심동운의 합작품이었다. 예상보다 늦은 골이나 더 없이 귀중한 골이었다. 그 골 덕분에 포항은 AFC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오를 수 있었다. 심동운은 후반 17분과 후반 39분 연속 골을 넣으며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그런데 포항의 득점은 한 명 혹은 두 명 등 개인 능력에 의해 만들어졌다.
3-0의 스코어. 하지만 전반적으로 아직 만족스럽지 못했다. 최 감독의 원했던 그림대로 그려지지 않았다. 막바지 들어 한결 나아지긴 했지만, 승부의 추가 크게 기울어진 상황이었다. 핸디캡은 분명 있었다. 낮 경기라 해도 2월 초에 정상적인 실력을 발휘하긴 어렵다. 그러나 핸디캡은 하노이 T&T가 더 많았다. 그리고 전력 차가 뚜렷한 두 팀이었다.
최진철호의 항해, 그 첫 술은 배부르지 않았다. 다 보여주지 못했을 뿐일까. 아니라면 경쟁력을 좀 더 키워야 한다. 포항은 광저우 헝다(중국), 시드니 FC(호주), 우라와 레즈(일본)와 함께 H조에 편성됐다. 험난한 길이 예고된 가운데 하루 빨리 최진철호의 색깔이 녹아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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