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서 신생아 소두증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지카 바이러스가 유행하면서 앞으로 6개월여 남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하계 올림픽에 비상이 걸렸다. 일부 국가에서는 ‘불참론’까지도 나오고 있는 상태다. 먼저 미국, 케냐 등은 아예 선수단 파견을 시키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10일(한국시간) 외신들에 의하면 케냐 올림픽위원회 킵초게 케이노 위원장은 “지카 바이러스가 유행병 단계에 도달한다면 케냐는 선수들을 그곳(브라질)에 데려가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미국 올림픽위원회(USOC)도 지카 바이러스 감염을 걱정하는 미국 국가대표 선수는 올림픽에 불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도널드 앤서니 미국 펜싱협회장은 “이는 주로 임산부와 임신을 고려하는 여성 선수를 위한 검토 조치”라고 덧붙였다.
112년만에 올림픽 종목으로 정식 복귀한 골프도 ‘지카 바이러스’를 피해갈 수 없을 전망이다. 특히 여자 선수들은 어느 때 보다 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출산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골프채널은 10일 “올림픽 금메달을 노리는 여자 톱골퍼들이 지카 바이러스의 위험을 감수해야 할 지 고민중이다”라고 보도했다.
스페인 대표 가능성이 높은 아자하라 뮤노즈는 지난해 12월에 결혼한 새댁이다. 뮤노즈는 “어쨌든 올림픽에 출전하겠지만 상황이 나아지길 바란다”며 “최소한의 해결책이라도 나왔으면 좋겠다. 너무 무섭다”며 걱정을 숨기지 않았다.
세계 14위 크리스티 커(미국)는 “사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며 “주치의와 상의하고 주위사항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도 “올림픽까지 6개월이 남아 있어 사태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 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 대표팀의 ‘젊은 피’ 렉시 톰슨은 강경한 모습을 숨기지 않았다. 톰슨은 에이전트를 통해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를 기다리고 있다”며 “올림픽에 가지 않는 것 외에 확실한 대비책을 알지 못한다”고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골프 선수들이 다른 종목에 비해 더 걱정을 하는 이유는 바로 대회가 열릴 골프장의 워터 해저드가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들의 주 서식지 이기 때문이다.
경기가 열릴 바하 다 치주카(Barra da Tijuca)의 대회코스에는 2개의 인공 호수가 조성되어 있다. 선수들이나 경기를 관전해야 하는 갤러리 모두 모기의 공격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국제골프연맹 부회장을 겸하는 타이 보토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부사장은 방역 대책 가운데 연못 물을 모두 빼버리는 특단의 조치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10일 브라질올림픽 위원회는 “지카 바이러스 때문에 리우 올림픽을 보이콧 하는 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리우 올림픽이 열리는 시기는 브라질의 겨울철”이라면서 “지카 바이러스와 뎅기 열병, 치쿤구니아 열병을 옮기는 것으로 알려진 이집트 숲
브라질 정부는 올림픽 경기장과 각국 대표단 숙소, 호텔 등 숙박시설의 청결을 유지하는 데 주력하는 등 리우 시의 방역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또 이집트 숲 모기 박멸을 위해 군 병력 22만 명을 동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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