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호주, 시드니) 김원익 기자] 두산 베어스는 지난시즌 외인타자 덕을 거의 보지 못했다. 잭 루츠와 데이빈슨 로메로 2명의 외인타자가 도합 13홈런 53타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외인타자들의 출장도 단 84경기에 불과했다. 사실상 토종타자들의 힘만으로 시즌을 치른 셈이다. 올해는 다를 수 있을까. 수년간 두산 타선의 중심타자였던 김현수(28, 볼티모어)까지 이적했다. 닉 에반스(30)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두산은 지난달 25일 에반스와 총액 55만달러에 입단계약을 맺었다. 에반스는 1루수와 외야수를 모두 볼 수 있는 타자. 메이저리그 통산 177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5푼7리(408타수 105안타) 10홈런 53타점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은 트리플A에서 139경기에 출전, 타율 3할1푼에 17홈런 94타점을 기록했다. 94타점은 트리플A 전체 4위의 기록이었다. 마이너리그 통산 1061경기서는 타율 2할8푼3리 156홈런 640타점을 기록했다.
↑ 두산 베어스의 새로운 외인타자 닉 에반스는 넓은 잠실구장이나 내외야 멀티포지션 소화에 대해 모두 괜찮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캠프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에반스는 “준비가 잘 된 것 같다. 시합에 나갈 준비가 됐다. (12일) 처음으로 투수들의 공을 본 것도 느낌이 좋았다”고 했다. 이날 에반스는 사이드암 투수 박진우를 상대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흔치 않은 서브마린 유형의 투수를 한국에서는 자주 상대해야 한다. 에반스는 “특별할 것은 없다. 어떤 유형의 투수라도 상관없이 공 보고 공 친다는 생각으로 집중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에반스는 최근 한글 익히기에 빠졌다. 특히 숫자를 빠른 시간내에 익혀서 한국어로 발음할 수 있게 됐다. “1부터 99까지는 셀 수 있다. 6과 8은 조금 혼동된다(웃음).” 숫자들에 일정한 규칙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에반스는 불과 몇주 되지 않은 시간만에 동료들에게도 물어보고, 인터넷도 찾아가며 숫자를 독학했다.
이에 대해 에반스는 “한국문화에 대해선 아직 아는 것이 거의 없다. 알고 있었다면 기대감이 크지 않을텐데 전혀 정보가 없기 때문에 더 기대되는 것 같다”면서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낯설어 하지 않는 편이다. 문화적응은 음식이 시작인 것 같은데 한국은 음식부터 좋았다”며 한국의 첫인상으로 맛있는 음식을 먼저 꼽았다.
↑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내야와 외야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자원을 염두에 두고 선발했다. 일단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1루수로 많이 시험해 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에 따라 외야수로도 나올 수는 있지만 잠정적으로는 1루수 자원이다. 에반스는 “1루를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외야나 다른 포지션도 수비를 하는데는 문제 없다”며 포지션에 대해선 개의치 않았다.
에반스의 지난 성적들은 선구안이 좋고 2루타를 많이 생산하는 ‘갭히터’ 유형의 중장거리 타자에 가깝다. 메이저리그에서 비교해봐도 손꼽히는 대형구장인 잠실구장의 맞춤 타자가 될 수 있다. 에반스는 그런 ‘잠실구장’과 ‘장타’간의 딜레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에반스는 “잠실구장이 넓다는 것은 사전에 정보를 들어서 알고 있다. 알고 있어도 내가 홈구장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구장에 맞춰서 해야 한다. 어차피 다른 선수들도 똑같은 조건이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홈런에 대한 기대치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기대의 함정’에 매몰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에반스는 “일본야구도 경험해봤고, 한국도 마찬가지로 외국인 타자들에게 ‘홈런’을 기대하리란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부담)에 빠져서는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에반스는 타격 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으로 “타점이나 득점과 같이 팀이 이기는데 도움이 되는 부분들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쓴다”고 설명했다.
에반스는 미국에서 삼진이 많지 않고 볼넷을 비교적 많이 얻어내는 편에 속하는 타자였다. 선구안에 대해선 “볼넷을 많이 얻는 타자들을 보면 공격적인 타자인 경우가 많다. 마냥 기다리는 선수들은 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에둘러 스스로를 공격적인 성향이라고 설명했다.
팀우승이 당연한 목표. 개인적인 목표는 아직 잡지 않았다. 에반스는 “잘하고 싶은 기대나 목표는 분명히 있지만 아직 시즌을 치러보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숫자로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며 “매 타석 열심히 집중해서 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 같다”며 담담하게 올 시즌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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