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유희관(30)은 KBO리그서 가장 느린 공을 던지는 투수다. 동시에 어떤 투수들은 평생 경험해보지도 못한다는 한 시즌 18승을 거둔 투수이기도 하다. 또 유희관의 ‘느림’은 이제 ‘미덕’이 됐다. ‘약함’의 상징이 아닌 ‘선택’의 문제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투수는 구속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그 느린 공으로 증명했지만, 여전히 편견과 싸우고 있다.
동시에 유희관은 톡톡 튀는 행동과 스스럼없이 팬들에게 다가가는 모습으로 ‘좀 튄다’는 평가도 받는다. “프로라면 말뿐이 아니라 팬들을 위하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속내. 유희관 스스로도 고민하고 배운다. “18승은 다신 못할 것 같다”는 그지만 “끝까지 꾸준하고 싶다”는 목표도 세웠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성적은 따라오리라는 생각이다.
↑ 유희관은 여전히 편견과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MK스포츠 DB |
유희관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밸런스다. “공 던지는 것 외적으로 런닝이나 웨이트를 많이 하려고 하고 있다. 밸런스나 공을 던지는 감각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 좋다고 생각한다. 감각이 빨리 잡히는 편이기 때문에 공을 던지는 외적인 준비를 이 시기에는 많이 하려고 한다. 밸런스가 무너지면 공이 높아지고 그런 부분들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올 시즌에는 그 부분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늘 체중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유희관은 “90kg 초반대 몸무게를 유지하려고 한다. 살을 빼려는 목적보다는 더 찌지 않고 유지하려는 것이다...운동선수가 체중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건 부끄러운 면도 있는 것 같다”라며 “그러면서 자기 관리를 더 열심히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또 한 번씩 저를 다잡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많은 대외활동을 고깝게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유희관은 고개를 저었다. “예전과 다르게 변했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다”면서 “야구만 잘한다면 팬들은 새로운 모습도 보고 싶어하고 야구 외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은 실천해야 한다”는 설명. 유희관은 지난 시즌 두산의 여러 봉사활동이나 팬 관련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지난해 18승을 거둔 공을 인정받아 연봉 4억원에 재계약 도장을 찍었다. 유희관은 “연봉에 대한 부담감은 전혀 없다. 그러나 성적에 대한 부담감은 있다”며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많은 고민이 든다. 유희관은 “매년 성적이 잘 나오고 있지만 그렇게 매년 좋을 수는 없다. 작년에는 기대치보다 더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그만큼 충족시키지 못하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당연히 팬들의 기대치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올 시즌 설령 18승을 못하더라도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최상의 경기력을 펼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했다.
지난 시즌 유희관은 페넌트레이스 내내 좋은 활약을 하다 시즌 막바지 부진을 겪으면서 성적이 많이 떨어졌다.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기 위해 발목 부상을 참은 것이 오히려 악화된 면이 있다.
“후반기 잘 못해서 ‘지난해 부진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니까 억울하기도 했지만, 좋은 성적을 내면 그만큼의 대가도 따라오고 부담감도 들게 되는 것 같다. 매년 시즌 준비하면서 기대감도 크지만 걱정도 그만큼 커지는 것 같다”는 것이 유희관의 솔직한 속내다.
그러면서 시즌 막바지 구설수에도 올랐다. 바로 그라운드에서 야수들의 실책에 화를 내는 듯한 모습이었다.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아끼던 유희관은 “승부욕이 강해서 그라운드에서 보여서는 안 될 모습도 보였다. 팀의 주축 선수이기 이전에 투수라면 마운드에서 독단적인 모습을 보여서 안된다는 것에 대해서 반성도 많이 했다. 야수들이 뒤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투수는 혼자서 할 수 없다. 마운드에서 포커페이스도 중요한 것 같고, 야수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투수가 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했다.
↑ 사진=MK스포츠 DB |
유희관의 느린 공은 여전히 누군가에게 의혹의 시선이다. 그를 ‘거품’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아직도 존재한다. 그런 동시에 유희관은 ‘제구력과 볼의 움직임’의 중요성, 오프스피드 투구의 경쟁력을 다시 확인한 투수기도 하다.
“그동안 편견을 깨어왔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서) 18승은 다신 못할 것 같다. 작년에는 운이 많이 따랐다. 시기로 따지면 톱니바퀴가 잘 맞아떨어져서 18승까지 했다고 생각한다. 다승은 그만큼 못할 수 있지만 다른 걸 그만큼 잘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인 목표는 없는 것 같다. 편견이 많이 깨졌지만 그것과 아직도 싸우고 있지 않나 싶다. 그렇기 때문에 매년 그라운드에서 성적으로 보여주고 열심히 해야 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유희관을 롤모델로 삼는 이들도 늘고 있다. 유희관은 “그런 부분들에서 뿌듯함은 있다. 예전에는 강속구 투수만 선호했는데 이제는 제구력이 좋고 경기 운영 능력 좋은 선수들도 지명되는 것 같더라”면서 “아마추어 선수들도 인터뷰를 보면 롤모델로 삼는 선수들도 간간이 있던데 야구를 보는 새로운 트렌드, 느린 공 투수도 인정받을 수 있는 인식을 조금은 심은 것 같아서 기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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