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예술품 감정사였던 토마스 호빙(Thomas Hoving)은 생전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15년 동안 일하면서 미술품 약 5000점을 검사했는데, 이 가운데 무려 40%가 위조품이거나 위작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명 감별사들조차 진위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울 만큼 위조품과 진품 사이의 간극은 크지 않다. 따라서 미술계에선 어제 만해도 수십억대의 가격에 거래되던 작품이 위작으로 판명돼 0원으로 떨어지는 해프닝이 일기도 한다.
진품을 가리는 데 있어 늘 성가신 존재로만 인식돼 온 위작과 위조품. 그러나 당당하게 가짜의 매력에 주목해 ‘가짜만을 취급’하고 있는 미술관들이 있다.
◆ 프랑스 위조품 박물관(Musee de la Contrefaeon)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위조품 박물관은 1951년 제조업자협회(Union des Fabricants)에 의해 설립됐다.
이 박물관은 위조제품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고 소비자가 이를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위조품 박물관은 이름에 걸맞게 시중에서 접할 수 있는 전 세계 온갖 종류의 위조 물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미술품 외에도 세관에서 압수된 위조명품 등이 전시돼 있다.
현재 위조품 박물관에는 350여 가지가 넘는 다양한 위조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계속해서 그 규모와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 오스트리아 가짜 미술관(Museum voor Valse Kunst)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가짜 미술관은 모작의 작품들만 전시하고 있으며 관장이 직접 모작을 제작하기도 한다. 대중들에게 진품으로 속이기 위한 의도를 갖고 있는 위작과는 달리 이 박물관의 모작은 소장과 전시 같은 순수한 의도만을 갖고 제작한다.
가짜 미술관은 사라져 가는 마이스터들의 기술을 계승한다는 의미에서 지어졌다. 이 박물관은 소규모 형태로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가짜 미술관의 크리스티안 라스트너 관장은 “모작에는 모작만의 유쾌한 매력이 있다”면서 “모작은 흔히 잘못된 예술이라고 비판받지만 각 작품은 진품과는 또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설명한다.
◆ 네덜란드 가짜 미술관(Stichting Museums Vledder)
네덜란드 블레더의 가짜 미술관은 위작만을 전시하고 있다. 이 미술관은 미술비평가나 감별사를 속일 수 있을 정도의 위작이라면 투자가 아니라 순수하게 미술관을 찾는 이들에게 흥미로운 경험이 될 수 있다는 점
이곳에선 회화와 드로잉뿐만 아니라 의자, 청동, 도자기, 시계, 동전 등 다양한 종류의 위작을 볼 수 있다.
전시품에는 미술사 거장들의 위작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샤갈, 달리, 반 고흐, 마티스, 피카소, 로댕 등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김지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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