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개성 있는 투구 폼들이 많다. 요즘 KBO를 보면서 많은 야구팬들이 낯선 투구 폼에 종종 놀라고 있을 것 같다. 특히 외국인 투수들의 투구 폼은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예쁜’ 투구동작과 거리가 있는 경우가 꽤 흔한 편이다.
↑ NC 해커는 독특한 키킹 타이밍으로 타자들의 애를 먹인다. 지난 7일 두산전 투구 모습. 사진=김영구 기자 |
선두 두산의 강력한 초반 레이스를 이끌고 있는 새 외국인 투수 보우덴(30)의 팔 동작도 정석을 깨트리는 모양새다. 손바닥이 하늘을 향한 채 팔을 들어 올리는 그의 팔꿈치 높이는 백스윙 구간에서 우리가 가르치고 배우는 ‘이상적인 투구폼’의 팔꿈치 위치보다 분명히 낮다.
그들이 이런 투구 폼을 갖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해커의 투구폼은 스트라이드 구간과 몸통의 회전구간 사이에 미세한 쉼표를 만들어내면서 불안정한 구간에서 살짝 밸런스를 잡아준다. 중심이 앞으로 빨리 쏟아지는 약점의 해결책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보우덴의 투구폼은 어깨와 팔꿈치를 덜 쓰면서 손목의 코킹에 의존하는 형태다. 처음부터 그런 투구 폼으로 던졌는데 컨트롤과 볼 스피드가 괜찮아서 그대로 굳혀졌을 수도 있다. 혹은 어깨나 팔꿈치에 통증을 겪고 난 이후 변형된 폼일 수도 있다.
↑ 두산 보우덴은 손바닥이 하늘을 향한 채 팔을 들어 올리는 상당히 생소한 투구 폼을 갖고 있다. 지난 6일 NC전 투구 모습. 사진=천정환 기자 |
↑ kt 마리몬은 스트라이드 동작에서 몸이 상당히 벌어진다. 상체의 좌우 흔들림이 크면 밸런스를 잡는데 불리하다는 게 정설이라 ‘이상적’이라고 말하는 투구 폼은 아니다. 사진=옥영화 기자 |
투수의 기량이란 결국 원하는 곳에 충분히 강력한 구위의 공을 던질 수 있느냐다. 이를 이루게 해주는 폼이 그 투수의 이상적인 투구 폼이다. 그래서 밸런스가 좋아야 하고, 릴리스타이밍이 일정해야 한다는 주된 목표와 다른 미션의 우선순위를 헷갈려선 안 된다.
상하좌우의 흔들림이 적은 동작이 좋다고 하는 이유는 흔들림이 적어야 밸런스를 잡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투수가 몸을 많이 열어젖히거나 크게 들썩이는 데도 능숙하게 밸런스를 잡는다면 그의 폼은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스트라이드와 회전구간에서 어깨와 팔꿈치의 이상적인 위치를 말하는 이유는 결국 릴리스포인트를 일정하게 해서 볼 컨트롤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런데 어떤 투수가 특이한 백스윙과 어깨 위치로도 안정적인 제구력을 유지한다면 그의 폼을 뜯어고칠 근거가 없다.
투수들의 다양한 투구 동작과 천차만별인 퍼포먼스를 지켜볼수록 우리가 유리한 투구동작을 논할 수는 있어도 모든 투수에게 정답인 이상적인 투구동작을 단언하기는 힘들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특히 선수들이 자신만의 해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