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대전) 이상철 기자] 점점 어려워질수록 뭔가에 기대기 마련이다. 그 안 보던 하늘도 자주 바라보며 그 안 찾던 조상님도 자주 떠올린다. 그 절박함에 빌고 또 비는 소망이 하도 많아 산타클로스의 선물주머니에 다 들어갈 정도.
소망도 이뤄지기 어려운, 말도 안 되는 게 아니다. 정말 작은 것들이다. 26일 대전 KIA전을 앞둔 한화 더그아웃 풍경이 그랬다. 주절주절 소망을 내뱉었다. 2패-4패-7패-3패 등 반복적으로 연패에 빠져있는 꼴찌 한화가 바랐던 소망은 “오늘은 이겨라”가 아니었다. “오늘은 버텨보자.” “오늘은 하나만 넘어가라.” 선발투수의 퀄리티 스타트 및 4번타자의 홈런을 가리킨 것이다.
다른 9개 구단에겐 쉬운 일이지만, 한화에겐 버거운 일이었다. 한화는 19경기를 치르면서 퀄리티 스타트가 1번(10일 마산 NC전-마에스트리 6이닝 1실점 비자책)에 불과했다. 천연기념물만큼 귀했다. SK의 12번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선발투수가 5이닝도 소화하지 못하고 교체되는 경우가 흔했다. 선발야구는 한화와 거리가 멀었다.
↑ 한화는 26일 대전 KIA전에서 선발투수의 퀄리티 스타트와 4번타자의 홈런이라는 두 가지 소망을 이뤘다. 그리고 이에 힘입어 3연패를 벗어나 시즌 4승째를 거뒀다. 사진=MK스포츠 DB |
그런데 그 소원이 거짓말 같이 이뤄졌다. 그것도 한꺼번에. 247일 만에 4번타자의 홈런이 터졌으며, 16일 만에 퀄리티 스타트가 기록됐다. 특히, 선발투수의 무실점은 지난해 9월 26일 대전 넥센전의 탈보트(6⅓이닝 무실점) 이후 26경기 만이다. 한화에겐 ‘진기록’이다. 그리고 이 2가지 기록은 한화를 3연패에서 벗어나게 했다.
평균자책점 7.41의 마에스트리는 전혀 다른 투수였다. 초반 흔들림이 없지 않았으나 넘어지지 않았다. 1-0의 불안한 리드를 이어가던 3회초 1사 3루서 노수광과 신종길을 연속 삼진으로 잡은 건 마에스트리의 활약상 하이라이트였다.
4회초 이후 마에스트리는 ‘벽’이 됐다. 커브, 슬라이더, 포크, 투심 등을 고르게 던지며 지난 주말 27점을 뽑았던 KIA 타선을 잠재웠다. 조기 강판은 없었다. 5회초와 6회초를 삼자범퇴로 처리하며 6이닝 무실점을 했다. 마에스트리의 시즌 최고 피칭이었다.
선발이 버텨주니 타선도 힘을 냈다. KIA의 에이스 양현종을 공략하는데 성공했다. 앞장 선 게 4번타자 김태균이었다. 김태균은 첫 타석인 2회말 양현종과 풀카운트 접전 끝에 6구 142km 속구를 때려 좌중간 외야 펜스를 넘겼다. 0의 균형을 깬 한방이었다. 247일 만에 홈런이 중요한 순간에 나왔다.
이 1점은 매우 귀했다. 결과적으로 한화는 KIA의 매서운 추격을 뿌리치고 4-2로 승리했다. 김태균의 홈런이 있었기에 가능한 승리였다. 그리고 1-0에서 3-0으로 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김태균의 홈런으로 분위기를 탄 한화 타선은 3회말 볼넷 2개와 안타 1개로 만든 2사 만루서 최진행이 2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김성근 감독은 경기 전 한화의 부진 이유로 투-타 불균형을 들었다. 그리고 장타보다 안타부터 없다고 한탄했다. 한화는 이날 안타 6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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