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는 근 반년이 넘는 페넌트레이스를 달려야 하는 마라톤이다. KBO는 팀당 144경기를 치르고, 메이저리그는 무려 162경기를 뛴다. 포지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각팀 대부분의 주전 야수들은 시즌동안 거의 매일 경기를 치러야 한다. 주전 선수들이 얼마나 라인업에서 버텨주느냐가 각 팀의 성적을 좌우하는 만큼, 모든 구단들은 시즌 내내 선수들의 컨디션과 경기력을 유지하는데 많은 관심과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 선수들의 부상이탈을 최소화하면서 한 시즌을 치러내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부상예측에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새로운 노력이 필요하다. 사진=MK스포츠 DB |
잠시 KBO로 눈을 돌려 2016시즌을 기준으로 전체 연봉 상위 10명의 선수가 전체 일정 중 10%(14.4경기)만 부상으로 결장한다고 가정하면, 약 9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어림셈할 수 있다. 즉 부상관리에 실패하는 구단들은 팀 전력과 재정적 손실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선수들의 세심한 부상관리에 관심과 투자를 보태야 하는 현실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각종 매체를 통해 분석되고 제공되는 많은 경기력 관련 데이터들 중에 부상관련 데이터의 종류와 수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투수의 경우 흔히 투구이닝과 투구수가 선수의 부상 가능성 및 부상원인 분석에 대표적으로 인용되거나 활용되고 있지만, 이 두 가지 요인은 사실 투수의 부상을 예측하는 데는 제한적이라는 연구가 있다. 지난해 미국의 스포츠의학 전문저널인 ‘The Journal of Sports Medicine And Physical Fitness’에 보고된 워털루대학 Karakolis교수팀의 연구에서는 ‘신인급 메이저리그 투수의 투구 이닝을 제한하거나, 선수의 적응을 위해 점차적으로 투구이닝을 증가시키는 방법은 부상을 예측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단순한 투구이닝의 수치가 아닌 투구이닝 동안 나타나는 신체적 변화를 확인해 부상예측에 관련된 정보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 연구에서는 ‘비시즌에 이러한 기능들을 발달시키고 시즌 중에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적용하는 것이 부상방지를 위해 더욱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선수들은 모두 각각 다른 신체적 특성과 투구 패턴을 가지고 있어서 같은 구속이라도 각 선수들의 팔이나 어깨가 받는 부하에는 차이가 나타날 수 있으며, 시즌 중 각 선수들의 신체적 변화 또한 차이가 있을 수 있음에 주목했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최근 컨디셔닝 분야에서 부상과 관련된 관점이 점차적으로 변화되고 있다. 기존에는 경기력 향상 및 부상 선수의 안전한 회복과 빠른 복귀에 대한 비중이 높았다면 최근에는 부상 방지를 위한 위험요소 및 예측요소를 찾아 관찰하고 그에 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평가 및 분석에 관한 비중이 점차적으로 증가되고 있다. 또한 부상 예방과 재부상 방지를 다음 과제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투자를 증가시키고 있다. 소설 ‘머니볼’의 주인공 캐릭터로서 세이버매트릭스로 대표되는 데이터 기반의 팀 운영을 신봉한 오클랜드 어슬래틱스 단장 빌리 빈은 “선수들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성공을 위한 첫 번째 요인(predictor)이 될 것”이라면서 “부상 방지와 의학적 치료를 위한 데이터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메이저리그가 진행 할 다음 영역이 될 것”이라고 내다본 바 있다.
이처럼 컨디셔닝 분야에서는 부상 및 재부상 방지를 위한 데이터 구축이 중요한 사항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스포츠 피트니스 트레이닝센터인 Athletic Lab의 Mike Young 코치는 ‘부상과 관련성이 높고 현장에서 이용될 수 있는 평가기준을 수집하는 것이 부상방지를 위한 데이터 수집에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따라서 시즌 동안 선수들의 경기력 및 피로도의 변화를 효율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측정자료가 지속적으로 수집돼야 한다. 이를 통해 시즌 중에는 훈련을 통한 기능 향상이라는 목적보다는 선수들의 피로도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그에 맞는 훈련량, 훈련강도, 훈련방법 등에 변화를 주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시즌 내내 선수들의 건강을 보다 효율적으로 유지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10개구단의 시대’, 늘어난 경기수로 인한 변화들에 대해 KBO 각 팀들은 어떤 관점과 철학으로 팀 운영과 선수 관리에 몰두하고 있을까. 오늘을 돌아보고 내일을 예측하기 위한 각 구단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김병곤 스포사피트니스 대표 트레이너) (자료제공 : 강성우 박사-오리건 대학교 선수트레이닝 센터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