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지난 4월의 어느 날, 류중일 삼성 감독은 수많은 관중이 라이온즈파크를 가득 채운 풍경을 바라보더니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관중 집계 기록 소식을 접하고는 들뜬 반응을 보였다. “예전이면 표가 없어 다들 돌아갔을 거 아닌가.”
류 감독의 발언대로 삼성은 라이온즈파크로 홈구장을 옮긴 뒤 흥행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삼성은 지난 4월 홈 10경기를 치렀다(4월 3일과 27일, 2경기는 우천순연). 4월 1일 두산과 개막전부터 매진(2만4000명)이더니 4월 26일 경기(9395명)를 제외하고 모두 1만명 이상을 동원했다. 총 14만5131명이 찾아 경기당 평균 1만4513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삼성의 총 홈 관중은 52만4971명으로 경기당 평균 7291명이었다. 전년 대비 7222명으로 2배 가까운 증가 추세다. 증가율이 정확히 99.1%다.
10개 구단 중 전년 대비 평균 관중이 늘어난 건 삼성을 비롯해 LG(1만4630명→1만6249명), 롯데(1만1124명→1만4231명), SK(1만1310명→1만206명), KIA(9863명→1만409명), 넥센(7094명→9891명), NC(7259명→8693명) 등 7개 구단이다. 그 중 증가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삼성이다.
↑ 삼성의 4번타자 최형우(사진)는 홈런 2위-타점 2위-득점 2위-장타율 3위-출루율 5위-타격 11위 등 타격 전 부문 상위권에 올라있다. 최형우 외 개인 타이틀 경쟁을 펼치는 삼성 선수는 구자욱(타격 7위-득점 2위), 윤성환(다승 2위) 등 외 많지 않다. 사진=천정환 기자 |
흥미로운 건 삼성의 평균 관중 순위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LG, 두산(1만4579명) 다음이다. 두산과 간극은 매우 작다. 삼성은 지난해 평균 관중 순위에서 8위를 기록했다. 9위 NC, 10위 넥센과도 큰 차이가 없을 정도였다.
삼성은 올해 확실히 흥행을 잡았다. 그런데 두 마리 토끼 사냥이 쉽지 않다. 정작 성적을 놓치고 있다. 1년 전과 완전히 뒤바뀌었다.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던 삼성은 하위권에 처져있다. 3위 NC와 승차가 2경기 밖에 나지 않으나, 다들 삼성을 보고 ‘위기’라고 말한다.
삼성은 지난해 가장 빨리 10승을 돌파했지만 올해 10패를 더 빨리 했다. 날씨가 더워지면 슬슬 한 계단씩 올라갔으나, 올해는 예년과 좀 다르다는 시각이다. 개막부터 장원삼, 차우찬, 박한이, 심창민, 김상수 등 크고 작은 부상자가 속출했으나 이들이 한데 모여도 ‘괜찮을까’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삼성은 2일 현재 11승 13패를 기록하고 있다. ‘-2’로 류 감독의 최저 목표는 이뤘다. 일단 버티긴 했다. 그러나 삼성이 치고 나가지 못했다. 1승 1패-3승 3패-2승 3패-3승 3패-2승 3패. 삼성의 주간 성적표다. 와르르 무너지지 않았으나 ‘플러스 주간’이 한 번도 없었다. 3번 연속 위닝시리즈도 없었다.
현재 삼성의 행보를 살펴보면, ‘최강’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다. 철벽으로 불렸던 불펜은 흔들리기 일쑤이며, 기복 타는 타선도 ‘공포’라는 표현이 사라졌다. 개인 타이틀 경쟁에서 삼성 소속 선수는 잘 보이지 않는다(1위도 없다). 외국인선수의 활약도 새 얼굴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특출하지 않다. 그 가운데 2명은 완벽한 몸 상태도 아니다.
유망주의 성장도 더딘 편이다. 류 감독은 부상자가 나올 때마다 깊은 탄식을 했다. 2군에 마땅한 대체 자원이 없다고. 육성에 초점을 맞췄던 삼성은 신인 및
삼성의 미끄러짐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라는 평가가 있다. 더 이상 호화군단과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투자에 인색한데 성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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