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근한 기자] 두산 불펜의 민낯이 드러난 어버이날이었다. 지난 한 달간 베테랑 듀오인 정재훈(36)과 이현승(32)의 활약상은 대단했다. 하지만 144경기의 장기 레이스에서 ‘베테랑 의존증’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불펜진에서 젊은 피의 분발은 분명히 필요한 상황. 특히 지난 시즌 활약으로 기대를 모았던 젊은 좌완들의 부진이 쓰리다.
두산은 지난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KBO리그 롯데와의 홈경기서 11-17로 패했다. 장단 18안타에 11득점이라는 불방망이도 소용없었다. 양 팀이 이날 하루에만 쏟아 부은 투수만 해도 14명. 하지만 두산 마운드가 더 크게 무너졌다. 이날 올라온 두산 투수 6명은 모두 빠짐없이 자책점을 기록했다. 2회에서만 유일하게 실점이 없었을 정도.
3연패 탈출이라는 중책을 맡은 선발투수 허준혁은 1회부터 흔들렸다. 1루수 닉 에반스의 아쉬운 수비가 있었지만 흔들린 제구는 분명히 문제였다. 다행히 병살타로 대량 실점을 막았다. 하지만 5회를 채 버티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 두산 투수 진야곱 사진=MK스포츠 DB |
결국 4연패를 떠안고 두산은 다음주 SK-넥센 원정을 떠난다. 상위권 팀인 만큼 마운드의 높이가 상당하다. SK는 팀 선발 평균자책점(3.69)이 두산(3.64)에 이어 2위다. 넥센은 팀 불펜 평균자책점(3.71)이 2위. 다음주 결과에 따라 선두가 바뀔 수 있는 만큼 두산으로서는 진정한 시험대에 오르는 한 주다.
결국 상위권 팀과의 마운드 싸움에서 버텨야 한다. 특히 정재훈과 이현승에게 의존하는 불펜진이 불안 요소다. 4월 한 달간 두산의 선전에는 두 선수의 지분이 컸다. 정재훈은 15경기(21⅓이닝) 2패 7홀드 평균자책점 1.27을 기록, 올 시즌 최고의 리그 셋업맨 중 하나다.
‘풀타임 마무리’에 도전하는 이현승도 13경기(13⅓이닝) 1승 1패 7세이브 평균자책점 3.38로 뒷문을 단단히 지키고 있다. 두 베테랑 모두 승부처에서는 조기 투입도 마다하지 않았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지난 한 달간 이겨야 할 경기에서 과감하게 정재훈과 이현승을 활용했고 이는 적중했다.
문제는 베테랑 투수들의 활약이 후반기까지 내내 이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정재훈은 한국나이로 37세로 페이스가 갑자기 꺾여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만큼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 장기 레이스를 위해서는 불펜에서 젊은 피들의 지분이 커져야 한다.
지난 시즌 두산은 허준혁-함덕주-진야곱-이현호의 깜짝 활약에 ‘좌완 왕국’이라는 기분 좋은 평가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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