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21일 프로야구 종합)
선발승, 팀이 앞선 가운데 최소 5이닝을 던져야 하며 그 리드를 끝까지 지켜야 ‘이룰 수 있는’ 승리다. 누군가에게는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참 어렵기만 한 ‘미션 임파서블’이다.
21일 KBO리그 5경기의 선발투수 10명. 그 중 눈길을 끈 이들은 윤규진(32·한화), 김기태(29·삼성), 주권(21·kt), 전상현(20·KIA) 등 4명이었다.
그 동안 선발투수와는 약간 어울리지 않았다. 윤규진과 김기태는 팀 사정상 불가피한 선발 등판, 올해 입단한 전상현 또한 선발 자원 부족으로 1군에 첫 호출됐다.
선발 경험이 풍부한 편도 아니다. 주권과 김기태는 각각 8경기와 3경기였다. 그러나 이들은 지금껏 선발승을 해본 적이 없다. 1군 생활부터 낯선 전상현은 백지. 그나마 2003년 프로 입문한 윤규진이 15번 경험으로 가장 많을 정도. 삼세번을 했지만 윤규진 역시 선발승은 아주 먼 이야기였다.
선발승 도전, 이번에도 난이도는 높았다. 주권이 3이닝(3실점), 김기태가 3⅓이닝(4실점), 전상현이 4이닝(5실점 4자책)으로 5회 마운드에 오르지도 못했다. 기본 조건부터 충족 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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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위로해줄게.’ 에스밀 로저스(왼쪽)가 21일 대전 kt-한화전에서 6회 마운드를 내려간 윤규진을 포옹하며 격려해주고 있다. 사진(대전)=김재현 기자 |
비가 아닌 더위(오후 5시 대전 28.6도)가 그를 괴롭혔지만, 5회까지 위기를 모두 막았다. 타선도 4점을 뽑으며 지원 사격을 했다. 2단계도 통과.
그러나 마지막 버티기 실패. 4-1로 앞선 6회 무사 1,2루서 공을 넘겼으나 박정진-송창식-권혁으로 이어진 불펜은 아웃카운트 3개를 잡는 동안 안타 3개와 볼넷 1개, 희생타 1개로 대량 실점 했다. 4-5로 뒤집히면서 윤규진의 4246일 만에 선발승도 날아갔다.
한화는 4246일 만의 윤규진의 선발승을 지키진 못한 데다 22일 만에 3연승 기회도 놓쳤다. 올해 최장 시간(5시간32분) 속 치러진 연장 12회 접전 끝에 kt와 8-8 무승부를 거뒀다.
4-7로 뒤진 8회 터진 정근우의 극적인 3점 홈런으로 ‘약속의 8회’를 연출하는가 싶었지만, 2사 만루서 송광민은 삼진 아웃. 11회 조인성의 적시타로 8-8 재동점을 만들었으나 1,3루 찬스서 끝내기 안타는 터지지 않았다. 한화는 시즌 전패인 토요일의 악몽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kt 또한 뒷심 부족으로 4연패 탈출 실패.
SK는 호랑이굴에서 KIA를 제압했다. 1-2로 뒤진 3회 KIA 수비의 미스 플레이를 틈 타 박재상, 정의윤의 적시타로 3-2 역전에 성공한 뒤 4회 최승준의 2점 홈런, 5회 박정권의 2점 홈런으로 승기를 잡았다.
마지막 수비서 고메즈의 실책으로 살얼음판을 걸어야 했지만, 박희수가 1점 차 리드를 지켰다. 박희수의 11세이브. 김세현(넥센)과 함께 세이브 공동 선두. 9회 귀한 홈런을 친 최정은 11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역대 8번째)을 기록했다.
KIA의 홈 9연승 종료. 퓨처스리그 평균자책점 2위(2.15)의 전상현은 가능성을 엿봤지만, 야수의 공-수 지원 부족 속 첫 패전의 멍에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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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잘 맞네.’ 서건창은 21일 잠실 넥센-LG전에서 5타수 4안타의 맹타를 휘두르며 공격의 활로를 열었다. 사진(잠실)=옥영화 기자 |
특히, 4타수 3안타 1사구의 테임즈는 3회와 7회 잇달아 홈런을 때려 삼성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시즌 12-13호 홈런으로 선두 김재환(14개·두산)을 1개 차로 쫓았다.
685일 만에 6연승의 기쁨을 누렸던 LG는 7연승 도전이 좌절됐다. 5-6으로 쫓던 8회 2사 1,2루서 히메네스가 범타로 물러난 데다 9회 포수 정상호의 송구 실책으로 허무하게 실점하며 무릎을 꿇었다.
우규민 카드는 3연속 패전. 지난 4월 26일 대구 삼성전서 개인 통산 2번째 완봉승을 거뒀던 우규민은 이후 3경기서 16실점(10⅔이닝)을 하며 평균자책점이 13.50으로 깊은 부진에 빠졌다.
5할 승률까지 내려갈 뻔한 넥센은 브레이크를 거는데 성공. 승패 마진을 ‘+2’로 올렸다. 양훈의 뒤를 이어 4회 구원 등판해 3이닝(1실점)을 막은 하영민은 시즌 첫 승을 거뒀다. 4안타를 몰아친 서건창은 6일 만에 3할 타율(0.307) 복귀.
신바람 연승을 행진을 이어간 건 ‘선두’ 두산만이었다. 두산은 부산에서 이틀 연속 홈런 폭죽을 터뜨리며 롯데를 6-4로 꺾었다. 2863일 만에 8연승 행진과 함께 위닝시리즈 예약. 그러나 잠실 스윕 패배를 똑같이 돌려주기 위해선 22일 승리가 필요하다.
1회 오재원의 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한 두산은 3회 에반스의 홈런까지 터졌다. 이틀간 부산 밤하늘에 8개의 아치를 그렸다.
게다가 마운드도 꿋꿋이 버텼다. 유희관은 28명의 타자를 상대로 9개의 안타를 맞고도 2실점을 막았다. 시즌 5승째(무패). 9회에는 좌익수 조수행이 그림 같은 수비로 롯데의 추격에 찬물을 끼얹었다.
롯데는 믿었던 박세웅마저 5실점과 함께 4이닝 만에 강판됐다. 피안타 8개 중 4개가 장타. 송승준, 김원중에 이어 박세웅까지 토종 선발이 줄줄이 흔들리고 있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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