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100실점 줄이기.’ 올해 넥센의 제1 프로젝트다. 홈구장을 옮긴 데다 주요 선수가 떠나면서 기존 색깔을 지워야 했다. 특히, 박병호(미네소타)와 유한준(kt)의 이탈은 넥센의 큰 과제였다. 염경엽 감독은 현실적인 방안으로 공격력 강화가 아닌 수비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올해 KBO리그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팀당 144경기를 치른다. 매 경기 1실점만 덜 하면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다. 그렇다면, 그 프로젝트는 잘 진행되고 있을까. 이는 올해 넥센이 모두의 예상을 깨고 선전하고 있는 것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넥센은 30일 현재 25승 1무 22패로 3위에 올라있다. 8위 KIA와 승차가 3.5경기에 불과하다. 중위권의 팽팽한 힘겨루기라 언제든지 미끄러질 수 있다. 그러나 넥센은 꿋꿋하다. 지난 1일 SK를 꺾고 승률 시계를 5할(12승 1무 12패)에 맞춘 이후 한 번도 승패 차감이 마이너스가 된 적이 없다.
↑ 넥센 마운드의 변화, 그 중심에는 신재영(사진)과 박주현의 등장이 있다. 신재영은 7승(2위) 평균자책점 2.98(3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60⅓이닝 동안 볼넷이 3개에 불과하다. 사진=MK스포츠 DB |
넥센은 지난해 790실점(경기당 평균 5.49실점)을 기록했다. 10개 팀 가운데 kt(875실점), 롯데(802실점), 한화(800실점) 다음으로 많았다. 대신 넥센은 904득점으로 최다 득점 1위였다. 실점이 많아도 득점으로 충분히 만회할 수 있었다. ‘넥벤져스’가 있었기에.
30일 현재 넥센은 48경기를 가졌다. 223실점(경기당 평균 4.65실점)을 허용했다. 경기당 평균 0.84실점이 줄었다. 144경기로 환산하면, 121실점이 줄어든 페이스다. 지난주 8실점 이상이 3경기였으나, 2실점 이하가 3경기였다. 목표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
다른 팀과 비교해도 넥센의 실점 줄이기는 눈에 띈다. NC(202실점), 두산(215실점)에 이어 최소 실점 3위. 확실한 짠물야구다(넥센의 올해 평균자책점은 4.31로 지난해 4.91보다 0.60이 낮아졌다).
넥센은 이 프로젝트를 위해 ‘투 트랙’으로 접근했다. 마운드 및 수비 강화. 스프링캠프에서 예년 대비 이 두 가지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리고 그 노력이 빛을 보는 셈이다. 실점을 줄이는 건 결코 투수만 잘해서, 혹은 야수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다.
신재영, 박주현 등 신예가 등장했으며 한현희, 조상우의 부상으로 재편된 필승조도 생각보다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염 감독이 단언했던 단단한 수비도 나름 만들어졌다. 넥센은 실책 36개로 최다 실책 5위다. 1년 전에는 3위였다. 기분 좋은 2계단 하락이다.
투수들의 공격적인 피칭이 가장 주효했다. 넥센은 올해 볼넷과 전쟁을 선포했다. 염 감독과 손혁 투수코치는 투수들에게 스트라이크 비율을 높이며 3구 이내 승부하라고 강조했다. 공격적인 피칭은 효율적인 투구수 관리와 함께 빠른 진행 속도로 수비 집중력을 높였다.
넥센은 볼넷 130개(경기당 평균 2.71개)로 가장 적다. 1위 한화(261개)가 넥센의 2배다. 포수 박동원은 “(코칭스태프의 주문대로)투수들이 (도망가지 않고)3구 이내 승부를 하려 적극적으로 임한다. 그게 가장 긍정적인 효과라고 생각한다. 자연스레 야수들도 수비하는데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 넥센의 줄어든 실점에는 포수 박동원(오른쪽)의 비중도 크다. 안정된 리드와 정확한 도루 저지로 그를 향한 투수들의 믿음은 더욱 굳건해졌다. 사진=MK스포츠 DB |
수비도 한결 안정됐다. 특히, 얼굴이 많이 바뀐 외야진이 우려보다 빠르게 적응하며 경험을 쌓고 있다. 중견수로 중용 받고 있는 임병욱은 “내게 날아오는 공은 다 잡겠다는 마음가짐이다. 혹 만약 놓치더라도 재빠르게 ‘넥스트 플레이’에 집중한다. 아쉽거나 분한 건 그 다음이다”라고 말했다. 집중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임병욱은 지난 22일 잠실 LG전에서 7회 외야 펜스를 맞힌 박용택의 2루타를 못 잡았으나 빠른 중계 플레이로로 히메네스의 홈 쇄도를 아웃시켰다.
홍원기 수비코치는 “내야진은 김민성, 김하성이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 외야진에 경험이 적은 선수가 많아 실수도 범한다. 선수들에게 ‘집중하면서 적극적으로 하라’고 주문하는데, 그래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집중력과 적극성은 1,2번의 실수를 메울 수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선수 개개인의 성장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박동원은 한 계단 더 올라섰다는 평이다. 염 감독은 공개적으로 여러 차례 박동원을 칭찬하기도 했다. 투수 리드, 도루 저지(넥센 1위-45.5%), 타격(타율 0.251 35타점) 등 1년 전보다 실력이 향상됐다고.
투수들도 “박동원이 있어 든든하다. 그리고 더욱 마음 편하게 공을 던진다”라고 입을 모았다. 손 코치는 “(박)동원이의 리드가 좋아 투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로버트 코엘로가 5월 들어 4승(1패)을 올렸는데, 70%는 박동원의 공헌이었다”라고 전했다.
선수들의 생각도 달라졌다. 박승민 불펜코치는 “다들 재능이 있었으나 그 동안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을 뿐이다”라면서도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고 했다. 주어진 자리, 그 기회를 잡아야 하기에 더욱 절실하게 임한다.
신재영, 박주현 등과 선발 경쟁을 벌였던 김상수는 필승조 요원이 됐다. 5월에만 7홀드를 올리며 이 부문 4위(9홀드)다. 이보근(10홀드), 김세현(13세이브)과 함께 뒷문을 책임지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이들이 이렇게 ‘큰 역할’과 ‘큰 활약’을 펼칠 것이라고 예상한 이가 있었을까.
김상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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