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대구) 이상철 기자] 삼성의 공격은 답답했다. 매번 찬스를 잡고도 결정타를 날리지 못했다. 4회까지 12점을 뽑았던 하루 전날과 정반대였다.
4회까지 삼성에겐 ‘열쇠’가 필요했다. 주머니를 이러지리 뒤지니 없진 않았다. 굳게 닫힌 문을 열어준 건 박해민이었다.
구자욱, 김상수의 이탈 등으로 ‘기동력’이 떨어진 삼성이다. 승부처서 상대를 흔드는 발야구는 하기 어려웠다. 그렇기에 박해민은 어깨가 더 무거웠다. 전날 인터뷰서 “도루는 내가 해야 할 일이다. 내가 더 뛰겠다”며 단단히 각오를 다졌던 박해민이다.
지난해 도루왕의 ‘클래스’는 대단했다. 지난 5월 4일 대구 넥센전 이후 11번의 도루를 시도해 모두 성공했다. 그는 출루하면, 자연스레 도루를 생각한다고 했다. 1루를 밟으면, 반드시 2루를 훔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이야기다.
언행일치. 그는 정말 열심히 뛰었다. 3회, 5회, 6회 등 3번이나 도루를 성공했다. 박해민의 1경기 3도루는 지난해 8월 28일 대구 두산전 이후 280일 만이다.
↑ 삼성 라이온즈의 박해민(오른쪽)은 3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빠른 발로 상대를 흔들었다. 시즌 처음으로 도루 3개를 기록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그러다 4회 마침내 0을 깼다. 박해민이 2루수 정근우의 실책으로 출루하면서부터. 정근우가 한 차례 놓쳤는데, 다른 선수였다면 2차 플레이를 펼쳤을 터. 그러나 박해민의 발이 훨씬 빨랐다.
그리고 박해민의 2루 도루는 한화를 흔들었다. 포수 조인성의 송구를 유격수 하주석이 포구하지 못한 것. 박해민은 그 사이 3루까지 달렸다. 1사 주자가 없는 상황이 무사 3루의 찬스로 변했다. 삼성은 이승엽, 박한이의 연속 안타와 박한이의 내야 땅볼로 2-2 동점을 만들었다.
박해민은 6회 뒤집기에도 기여했다. 2사 2루서 기습번트를 댄 것. 투수 송창식은 서두르다 1루로 악송구, 공은 1루수 김태균이 뛰어올라도 잡기 어려웠다.
삼성은 이날 7회 신성현에 3-3 동점 홈런을 허용하며 기나긴 승부를 펼쳐야 했다. 전반적으로 공격 흐름이 답답했다. 맥도 자주 끊겼다. 그 맥을 가까스로 살려낸 게 박해민의 발이었다. 연장 12회까지 간 5시간1분의 혈투, 그 박 터지는 싸움을 가능케 한 불씨였다. 비록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랬지만, 박해민의 폭풍 도루는 인상적
도루 3개를 추가한 박해민은 시즌 15호로 이 부문 선두 이대형(20개·kt)과 간극을 단숨에 5개로 좁혔다. 14개 연속 도루 성공. 그리고 최근 7경기에서 도루 7개를 기록. 여름의 더위가 찾아옴과 동시에 도루왕 경쟁 온도도 뜨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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