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지난 7일 넥센의 연승 행진이 6경기에서 끝났다. 패전투수는 박주현. 유희관(두산)과 선발 맞대결선 밀리며 시즌 4패째(4승)를 거뒀다. 최근 5경기에서 3패를 기록했다.
타선의 도움 아래 승리투수가 됐던 지난 6월 21일 고척 삼성전(5이닝 4실점 3자책)을 제외하고 딱히 두드러진 않았다. 이 기간 퀄리티 스타트는 ‘0번’이다. 타선이 초반부터 폭발했던 경기(6월 30일 고척 한화전)마저 그르쳤다.
불운일까. 아니면 실력일까. 무엇이 되었든 박주현의 현주소다. 그리고 넥센 젊은 투수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박주현은 올해 승리투수가 될 기회를 몇 차례 놓쳤다. 운이 따르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운을 떠나 버티질 못했다. 조기 강판이 더 많았다. 그건 ‘팩트’다.
박주현은 한화전에 대해 “승리할 기회가 찾아왔는데, 내가 놓쳤다. 그런 기회가 또 올까. 초반부터 매번 전력투구를 했더니 (투구수가 늘어가니)점점 힘이 빠졌다”라고 했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5회까진 버텨야 했다. 그런 경기는 1년에 1,2번 올까 말까다. 좋은 결과(승리투수)로 만들어 두는 게 좋은 법이다. 그러나 박주현은 4회 고비를 못 넘겼다.
↑ 넥센의 박주현은 지난 7일 잠실 두산전에서 5⅓이닝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박주현은 지난 7일 잠실 두산전을 마친 뒤 평균자책점을 6.21에서 6.13으로 낮췄다. 미세한 차이일지 모른다. 1경기 결과만 놓고 보면, 해석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잘 한 건지, 아니면 못 한 건지. 패전투수라는 결과를 두고 보면 부정적일지 모른다. 그러나 넥센의 판단은 다르다. 박주현에 대한 기준은 넥센의 젊은 투수에 대한 기준이기도 하다.
5⅓이닝 3실점. 1군 1년차 투수를 기준으로 결코 나쁘지 않은 기록이다. 어느 순간, 넥센의 젊은 투수들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다. 시즌 개막 전만 해도 5선발, 한 자리를 놓고 다투던 유망주였던 이들이다. 냉정히 말해 ‘물음표’였다. 그런데 이젠 어느 정도 해주기를 바란다. 그들을 향한 시선이 바뀌었다.
손혁 투수코치는 “예전에는 (박)주현이가 아무 생각 없이 포수의 사인대로 공을 던졌다. 현재 (생각보다)좀 길어지긴 했지만, 그런 생각이 들 타이밍이다. 자신의 공이 분석됐다는 판단이다. 타자들이 그 공을 노릴 것 같아 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다”라며 “그러나 그렇게 공을 던지면 볼이다. 뒤늦게 불리한 볼카운트에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하는데 당연히 같은 구속의 공이라도 맞을 수밖에 없다. (박)주현이는 씩씩하고 빨리 공을 던지는 게 장점이다. 그게 최근 좀 사란 편이 있다”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손 코치는 냉철한 조언과 냉혹한 평가를 하되 기대치를 높이지 않았다. 이제 첫 발을 내딛었을 뿐이다. 손 코치는 “(어느덧)기대치가 올라갔다. 어쩔 수가 없다. 그렇지만 신인투수가 5,6이닝 동안 3,4실점을 한 건 잘 던진 것이다. 만약 그게 프로 데뷔 무대였다면 어떤 평가가 내려졌을까. 분명 긍정적인 평가였을 것이다. 기죽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물론, 좋은 게 좋은 것이다. 손 코치도 이 점을 강조했다. 좋은 결과만큼 좋은 배움은 없다고. 10승 20패를 기록한 투수를 가리켜 20패 투수라는 표현보다 10승 투수라는 표현을 더 쓰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손 코치는 “0-1로 패해도 ‘왜 졌을까’라고 부정적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내 폼이 잘 못 된 것일까 등등. 그런데 많은 실점을 해도 승리투수가 되면 그렇지가 않다. 현재 굳이 안 좋은 점을 꺼내 부각시킬 필요는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좋은 것만 스펀지처럼 습득해도 시간은 모자라다는 것이다.
염경엽 감독도 올해보다 내년, 내후년을 바라본다고 강조했다. 성장하기 위한 좋은 시간을 보내는 과정일 뿐이다. 현재 성적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게 아니다. 그리고 박주현만이 아니다. 신재영, 최원태 등 다른 젊은 투수들도 마찬가지다.
2군에서 100번 뛰는 것보다 1군에서 1번 뛰는 게 더 값진 경험이 될 수 있다. 또한, 앞으로 성장하는데 더 큰 자양분이 되기 마련이다. 그 점에서 믿음을 보이기도 한다. 흔들려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때문에 교체는 신중히 한다.
손 코치는 “1회 실점을 해도 그 이후 실점을 안 할 수도 있다. 만약 일찍 바꿀 경우, 투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 수가 없다”라며 스스로 체득해야 한다고 했다. 어느 정도는 믿어줘 투수들이 공을 던질 수 있는 풍토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영원한 자리는 없다. 그리고 끝없는 보장도 없다. 현재 기회가 왔으나 계속 주어진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그 점에서 넥센의 젊은 투수들에겐 ‘복’이기도 하다. 다른 투수들의 부상 및 부진 등 팀 사정도 고려해, 그들이 선발진에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꾸로 말해 굳이 그들을 끌어낼 명분도 없다. 그리고 딱히
그래서 손 코치는 늘 격려한다. ‘잘 하고 있으니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라고. 그러면서 한 가지를 당부한다. “너희들은 정말 착하다. 그게 좋다. 그래도 마운드 위에서 너무 착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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