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삼성은 지난 21일 해외원정 도박 혐의를 받던 안지만의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가 터진지 2시간25분 만에 ‘퇴출’을 결정했다. 이로써 지난해 10월 해외 도박 스캔들이 터진 뒤 2명의 선수가 유니폼을 벗었다. 공식 발표 기준으로 임창용(KIA)이 떠난 뒤 234일 만이다. 증거 불충분에 따른 참고인 중지의 윤성환만 남아있다.
삼성은 임창용과 안지만을 내보냈다.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품위를 손상시킨 이들과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는 의견을 모았다. 그에 따라 임창용, 안지만은 푸른색 유니폼을 벗어야 했다. 얼핏 비슷하나 약간 차이가 있다.
임창용은 지난해 11월 25일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혐의를 일부 시인했다. ‘수억원대는 아니다’라며 도박 규모가 작을 뿐, 정킷방에서 바카라 도박을 했다는 걸 털어놨다.
그날은 구단이 선수의 보류권을 행사하는 날이다. 구단이 재계약 의사가 있을 경우, 선수에게 서면으로 통지한다. 삼성은 임창용에게 작별 인사만 건넸다. 5일 후 공식 발표된 보류선수 명단에 임창용의 이름은 빠졌다. 방출이었다.
↑ 지난해 10월 터졌던 해외 원정 도박 스캔들의 주인공들. 안지만(왼쪽)과 임창용(오른족)은 234일의 차이를 두고 삼성의 유니폼을 벗었다. 사진=MK스포츠 DB |
계약 상황도 달랐다. 메이저리그 생활을 청산하고 돌아온 임창용은 2년 계약이 마무리 됐다. 재계약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 반면, 안지만은 지난 2014년 말 자유계약선수(FA)로 4년간 65억원 계약을 했다. 안지만의 계약기간은 2018년까지다.
삼성은 안지만에 대해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웨이버 공시가 아닌 계약 해지를 요청했다. 야구규약에는 ‘계약을 위반한 시점 이후 활동을 하지 못해 선수가 받지 않아야 하는 비율의 연봉과 계약해지 이후 기간에 비례하는 계약보너스에 해당하는 금액을 즉시 구단에 반환해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쉽게 말해, 구단이 ‘선수의 의무’를 위반한 선수에게 잔여 연봉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삼성이 퇴출을 결정했을 당시 두 선수의 유무죄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임창용에 관한 검찰의 약식 기소(벌금 700만원)는 지난해 12월 30일이었으며, 법원도 지난 1월 15일 단순도박죄로 벌금 최고형인 10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단, 임창용은 혐의를 인정했다.
경찰은 안지만의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해외 원정 도박 및 상습 도박 관련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다며 불구속 기소 의견을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안지만은 이 같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앞으로 항소 등 법적 공방이 치러질 수도 있다.
안지만은 지난 20일 불법 도박사이트 개설 연루 혐의도 받고 있다. 이미 소환조사를 마친 대구지검은 안지만을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기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안지만은 돈을 줬지만 음식점 창업 자금 지원이었다고 반박했다. 삼성은 이번 안지만의 계약해지와 관련해 불법 도박사이트 개설 연루 혐의는 개별 사안으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했다.
삼성은 그 동안 무죄추정의 원칙을 들어 안지만을 끌어안았다. 답보 상태에 빠졌던 경찰의 수사가 진척되기 전까지 어떤 행동을 취하기 어렵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수사결과가 발표되자, 곧바로 ‘아웃’을 외쳤다. 에둘러 경찰의 수사발표 이후라면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처벌 근거가 생긴 것.
게다가 자금의 이동 등 증거자료가 명확한 데다 국내 인터넷도박 등 상습 도박을 했다는 혐의까지 추가됐다. 지켜왔던 안지만의 주장과 다른 수사결과에 대해 구단 내 부정적인 의견도 커졌다.
임창용과 안지만의 ‘죄질’도 다르다. 검찰은 임창용이 오승환(세인트루이스)과 2014년 11월 ‘한 차례’ 해외 원정 도박을 했다며 상습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반면, 안지만은 해외 원정 도박 외에도 국내에서 인터넷도박을 상습적으로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지만에겐 KBO의 징계가 기다리고 있다. 임창용이 걸었던 길이다.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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