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5년 만의 곰 군단 컴백. 유니폼을 갈아입은 지 1달이 다 되어간다. 불펜 강화를 꾀했던 두산의 결단. 지금까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김성배의 활약상이다.
이적 후 12경기에 등판했다. 평균자책점은 3.29(13⅔이닝 6실점 5자책). 지난 5일 사직 롯데전 이후 7경기 연속 비자책 중이다. 시행착오를 겪던 투심 패스트볼도 이제 손에 익혔다.
단순 기록 차원이 아니다. 김성배의 존재감은 크다. 정재훈에 이어 이현승마저 전열에서 이탈하면서 불펜의 구심점이 돼야 했다. 김성배도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이다.
김성배는 “정재훈, 이현승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 이를 최소화하자는 마음이었다”라며 “특히 불펜에 실력 있는 젊은 투수가 많다. 내 역할은 그들에게 조언하고 격려하는 등 정신적 지주가 돼주는 것이다. 정재훈, 이현승이 빠지면서 내가 더욱 해야 할 것 같아 신경을 많이 썼다”라고 말했다.
↑ 김성배는 최근 7경기 연속 비자책 피칭을 하면서 두산 불펜의 든든한 존재가 됐다. 사진=MK스포츠 DB |
아주 깔끔한 피칭은 아니었다. 9회에만 안타 3개를 맞았다. 특히, 2사 1,2루서 1루 주자 이현석이 이명기의 타구(내야안타 기록)를 맞으면서 경기 종료. 그 뒤에야 김성배는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떨리진 않았단다. 김성배는 “타구가 1루수와 2루수 사이로 빠져 실점을 해도 괜찮았다. 5점차로 앞선 상황이었고, (어떻게든)팀이 승리하면 된다. (흔들리기보다)다음 타자 상대에 집중할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이적 후 첫 세이브였지만 큰 감흥은 없었다고. 김성배는 “8회 등판해 세이브 조건을 충족한지 몰랐다. 세이브에 대해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내가 경기 끝까지 던질 줄도 몰랐다. 그저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먹었다. 경기 종료 후 수많은 축하 문자를 보고서야 알게 됐다”라고 밝혔다.
시즌 2번째 세이브를 언제 기록할지는 모른다. 21일 잠실 NC전을 끝으로 김성배의 보직은 다시 바뀐다. 허벅지 근육통에서 회복한 이현승이 23일 잠실 LG전에 맞춰 복귀할 예정이다. 마무리투수 자리는 본래 주인에게 돌려준다. 김성배는 이현승 앞에서 셋업맨으로 활동할 전망이다.
이현승이 돌아올 경우, ‘형’의 역할을 나눠 할 수 있다. 그래도 김성배는 마음이 무겁다. 책임감 못지않게 미안함이 크다. 프로 입단 동기인 정재훈의 이탈 때문이다.
정재훈은 지난 3일 잠실 LG전 도중 박용택의 타구에 오른 팔을 맞았다. 우측 팔뚝 전완근 골절. 수술까지 해야 했다. 정재훈은 당시 교체 등판해 공 1개만 던지고 다쳤다. 2사 1,2루의 추가 실점 상황이라 투입된 것. 그 위기를 초래한 게 김성배였다.
김성배는 “(정)재훈이가 내 바로 뒤에 나갔다가 타구에 맞았다. 내 친구이자 팀에 중요한 선수다. 내가 그때 잘 막았다면 정재훈이 등판할 일도 없었을 텐데, 그게 참 미안하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내 실력으로 재훈이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울 수 있겠나. 될 수 있는 한 메우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김성배는 최근 야구하는 게 즐겁고 재미있다. 선발투수들이 잘 던지고 야수들이 잘 치니까 보다 편하게 공을 던지고 있다고. 또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으니 신바람도 난다.
그의 목표는 우승이다. 한 번도 도달하지 못한 정상을 밟고 싶다. 간절한 꿈이다. 단독 선두에 올라있는 두산에서 이룰 가능성은 예전보다 높아졌다.
단, 그 우승을 정재훈과 함께 하고 싶다. 회복까지 8주가 걸린다는 정재훈은 내주부터 이천에서 운동을 시작할 예
김성배는 “꼭 우승하고 싶은데, 재훈이가 하루빨리 돌아와 함께 우승 세리머니를 했으면 좋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그날을 위해 김성배는 ‘더 지저분한 공’을 열심히 던지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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