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황석조 기자] LG 베테랑투수 봉중근이 그간 잊었던 자신의 꿈을 되찾았다. 팀이 어려운 시기 선발로 등판해 5이닝을 무실점을 막아냈다. 누구도 예상하기 어려웠던 깜짝 호투. 다만 그에게 1944일 만의 선발 승리까지 허락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희망을 가득 남긴 피칭이었다.
지난 몇 년간 봉중근의 야구인생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LG에서 선발투수로 정착했던 그는 2012시즌부터 마무리투수라는 새 보직을 얻게 됐다. 체력적인 면을 고려했던 조치지만 타고난 승부사였던 그는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소화했다. 4년간 109세이브를 기록하며 LG의 붙박이 마무리투수로 맹활약했다.
하지만 흐르는 세월은 막을 수 없었다. 지난해부터 어려움이 닥치기 시작했다. KIA와의 개막시리즈 블론세이브는 험난한 시즌의 신호탄이었다. 세이브 숫자는 줄어들었고 공의 위력은 현저히 줄었다. 그는 마무리투수로 점점 설 자리를 잃었다. 결국 시즌 후반부 한계를 극복할 방법으로 선발전환을 꾀했다. 이후 캠프 기간 강도 높은 훈련을 경험했지만 막바지 무렵 불의의 부상을 당했고 한참 뒤에야 2016시즌을 시작할 수 있었다.
↑ LG 베테랑투수 봉중근(사진)이 예상 밖 반전투를 선보였다. 1944일 만의 선발 승은 실패했지만 희망을 남긴 피칭을 해냈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8월말부터 불펜에서 조금씩 역할을 늘려가던 봉중근에게 뜻하지 않던 기회가 생겼다. 팀 선발진의 연쇄이탈이 벌어진 것. 헐거워진 마운드 대책으로 봉중근은 6일 넥센전 선발특명을 받았다. 경기 전 양상문 감독은 “봉중근이 잘 하면 계속 선발로 나갈 수 있지만 일단은 임시”라고 밝혔다. 90개 정도 던져줬음 좋겠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말 그대로 불안정한 임시선발 그 자체였다.
모두의 기대가 큰 편이라고 할 수는 없던 상황. 하지만 봉중근은 깜짝 호투를 선보이며 유쾌한 반전을 일궈냈다. 1회와 2회를 깔끔한 삼자범퇴로 처리했다. 3회와 4회도 흔들리지 않았다. 구속은 140km대 초반에 머물렀지만 낮게 제구된 공에 넥센 타자들은 연신 방망이를 헛돌렸다. 5회에는 연속 2삼진까지 잡았다. 이후 연속 볼넷을 내주며 2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봉중근은 마운드에서 아쉬운 표정을 지었고 양상문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 위기탈출 해법을 논의했다. 결국 그는 후속타자 서건창을 뜬공으로 잡아내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 LG 봉중근이 5이닝 동안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선발잔류 기대감을 드높였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팀 또한 5회까지 2점을 따내 리드하고 있었다. 이날 승리한다면 봉중근에게는 지난 2011년 5월12일 잠실 한화전 승리 이후 무려 1944일 만의 선발 승을 기록하는 쾌거를 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구원 등판한 신승현이 실점을 막지 못해 10분여 만
LG는 후반부에 다시 힘을 발휘해 경기를 잡아냈다. 지난주 3연패 흐름을 끊는 쾌거. 순간 누구보다 아쉬울 법한 선수는 봉중근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선발투수로서 다시 한 번 저력을 선보이며 향후 로테이션 잔류 가능성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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