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대전) 강윤지 기자] 올해 KBO리그 최고의 이슈 메이커는 단연 한화였다. 매일 한화를 둘러싼 새로운 이슈들이 쏟아졌다. 김성근 감독의 팀 운용, 팬들의 열정 등에 대한 이야기는 한 시즌을 마치는 날까지 식지 않는 화두였다.
한화는 지난 8일 대전 KIA전서 연장 10회말 터진 정근우의 끝내기 안타로 정규시즌 최종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최종 66승 3무 75패 승률 0.468로 7위를 기록했다. 개막 전, 그리고 김 감독 부임 이후 커졌던 기대와는 괴리가 있는 성적표다.
↑ 한화 이글스는 2015년에 이어 2016년에도 KBO리그 이슈를 주도하는 팀이었다. 사진=김재현 기자 |
한화는 남들보다 긴 시즌을 보냈다. 개막전(4월 1일 잠실 LG전 4-5 패)부터 연장 12회 혈투를 펼쳤던 한화는 이날까지 총 17번의 연장전을 치렀다. 10개 팀 중 가장 많은 연장전을 경험했다.
김 감독은 최종전 승리 후 “오늘 끝내기 승리는 한화다운 경기였다. 비록 목표 달성은 못했지만 내년으로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는 역전승이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말대로 ‘한화다움’이 긍정적으로 표출된 경기였다.
한화 팬은 대전구장을 찾아 선수들을 더욱 열심히 응원했다. 이날 대전구장에는 1만3000명의 관중이 꽉 들어찼다. 총 72번의 홈경기 중 19번이 매진이었다. 김 감독 및 한화 선수들 모두 팬들의 대단한 사랑에 고마움을 표했다. “만원 관중 앞에서 승리를 거둬 좋고, 한 해 동안의 성원에 감사드린다”는 말은 진심 어린 인사였다.
↑ 지난 8일 대전구장 앞에서는 일부 팬들이 김성근 감독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대전)=강윤지 기자 |
하나씩 품으로 거둬들이는 한화 팬이 속출했다. 한화가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기 전, 야구장 인근에선 김 감독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까지 열렸다. 그들이 생각하는 ‘한화다움’에는 김 감독이 있어선 안 됐다.
일부 팬(경찰 추산 50명)은 김 감독의 사퇴에 목소리를 모았다. 한화 팬 커뮤니티로 최대 인원이 활동하고 있다는 ‘한화 이글스 팬밴드’의 회원이었다. 이들은 ‘김성근 감독 사퇴 촉구 결의 대회’라는 이름으로 시위를 진행, 대전구장 정문에서 오후 4시부터 30여분 동안 “김성근, 사퇴하라!”를 외쳤다.
그들이 응원하는 한화에 있어 김 감독은 부정적인 존재다. 집회에 참가한 한화 팬은 “팀을 사랑하는 팬으로서 팀 성적이 나쁜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부상 선수 속출이다”라며 “현대야구와 맞지 않는 선수 운용과 혹사가 이어졌다. 근시안적 사고로 유망주들이 유출됐다. 팀을 나락으로 빠뜨린 김 감독은 이에 대해 책임감보다는 선수 탓으로 돌려왔다”라고 집회를 열게 된 경위에 대해 설명했다.
일시적인 행동은 아니다. 이들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김 감독의 사퇴 촉구 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모그룹 본사까지 찾아가 시위를 벌이겠다는 몇몇 팬도
정반대였다. 경기장 안에는 두 손을 모아 역전승을 바라던 한화 팬이 있었다. 그리고 경기장 밖에는 두 손을 들어 결단을 내리길 바라는 한화 팬이 있었다. 각기 달라도 한화 팬이 원하는 행동이었다. 그 어색함이 뒤섞인 한화의 마지막 날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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