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이상철 기자] “올해 포스트시즌 전망도 밝지 않더라. (정규시즌에 이어 이번에도)마지막까지 예상을 뒤엎는 우리의 힘을 보여주겠다.” 닷새 전 염경엽 넥센 감독의 출사표였다. 하지만 1년 전처럼 넥센은 가을야구 무대서 일찍 퇴장했다.
또 다시 준플레이오프였다. 플레이오프행 티켓은 직행만 얻었을 뿐, 준플레이오프에서 거머쥔 적이 없다. 2013년과 2015년,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을 만나 탈락했다. 삼세번은 다르기를 바랐다. 그렇게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서울 연고팀에 덜미를 잡혔다.
2016년 포스트시즌에도 넥센은 ‘패자(霸者)’가 아닌 ‘패자(敗者)’였다.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올랐으나 정상에는 오르지 못했다. 17일 LG에 패하면서 시리즈 전적 1승 3패. 대반전의 대미를 장식할 밴 헤켄에게 바통은 전해지지 않았다.
↑ 넥센 1루수 윤석민이 17일 LG와 준플레이오프 4차전 5회말 무사 만루서 채은성의 파울 타구를 포구하지 못했다. 이후 채은성의 밀어내기 사구와 양석환의 내야 땅볼로 넥센의 리드는 사라졌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1년 전에는 9-2의 리드를 못 지켰다. 4점차로 앞선 가운데 맞이한 마지막 수비에서 무려 6실점을 했다. 와르르 무너졌다는 표현 그대로였다. 아웃카운트 1개도 못 잡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던 조상우의 모습은 넥센의 아픔과 슬픔을 상징했다.
와신상담의 1년 후. 2회 안타 4개와 볼넷 1개를 묶어 4점을 뽑으며 ‘천적’ 류제국을 조기 강판시켰다. 하지만 이번 시리즈 들어 폭발력이 떨어진 넥센 타선이었다. 이날도 한 번뿐. 3회 이후 잠잠했다. LG는 차근차근 점수를 뽑으며 쫓아가더니 5회 동점, 그리고 8회 역전까지 성공했다.
포스트시즌은 그들에게 더 이상 ‘보너스’가 아니었다. 이 정도도 잘 한 게 아니라 이 만큼 잘 하고 싶어 했다. 그들의 표어는 ‘즐기자’가 아니라 ‘이기자’였다. 딱 10번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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