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창원) 이상철 기자] 플레이오프에 임하는 NC는 정상 전력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핸디캡을 이겨내면서 기선을 제압했다. NC에겐 1승, 그 이상의 가치였다.
NC는 엔트리 마감 직전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토종 에이스 이재학을 제외했다. 확실한 선발카드 1장은 서랍 안에 뒀다. 타선도 다르지 않다. 1차전의 중요성이 대두된 가운데 지난해 최우수선수(MVP) 테임즈가 빠졌다.
테임즈는 지난 9월 30일 품위손상행위(음주운전)를 이유로 징계 중이었다. 테임즈의 출전 여부에 따라 팀의 타격 지표 및 승률이 바뀌었다. 홈런 및 장타율 1위(득점 2위-타점 4위)에 오른 타선의 핵이 없으니 빈자리가 눈에 띌 수밖에. 김경문 감독은 “40홈런 121타점의 테임즈가 빠졌으니 빈자리가 허전한 건 당연하다”라고 했다.
↑ NC의 테임즈는 22일 열리는 플레이오프 LG와 2차전부터 출전이 가능하다. 사진(창원)=김재현 기자 |
테임즈 없이도 잡아야 했다. 대비책은 세워뒀다. 조영훈이 1루수(6번)를 맡으면서 나성범과 권희동이 각각 2번과 4번 타순에 배치됐다. 그리고 소사에 강했던 이종욱(0.375), 박민우(0.750)를 1,3번 타순으로 기용했다. 소사 상대 타율 5할의 김성욱도 선발 출전(7번). 최대한 득점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주장 이종욱은 “테임즈가 1차전을 못 뛰나 개의치 않는다. 능력 있는 선수들이 많다. 우린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는 팀이 아니다. 뭉치면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 또한 LG 못지않게 분위기를 타는 팀이다”라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하지만 NC의 공격은 번번이 끊겼다. 마산구장의 1루 더그아웃 안으로 찬바람이 씽씽 불었다. NC 타선은 좀처럼 녹지 않았다. 타순이 한 바퀴, 또 한 바퀴 돌았으나 방망이를 헛돌리기 일쑤. 희생타라도 바랐지만 최악의 내야 땅볼(4회·7회). 찬물을 뒤집은 병살타도 2개(7회·8회)였다.
9회초까지 LG보다 안타 2개를 더 치고도 끌려갔다. LG에게만 부는 행운의 바람은 NC를 외면했다. 권희동과 조영훈은 무안타, 나성범도 1안타에 그쳤다. 김 감독의 발언대로 ‘감독이 욕먹을 경기’ 흐름이었다.
그러나 NC는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 LG의 뒷문지기 임정우를 두들겼다. 4번타자의 부담에 짓눌린 것 같던 권희동은 병살타가 아닌 좌전안타로 드라마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석훈의 적시타이자 3타자 연속 안타로 무득점을 깨면서 NC 타선은 이전과 달라졌다. 눈앞에 놓인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소나기 펀치였다. 작전도 잇달아 적중. 타이밍을 놓쳐 쓰지 못했던 대타 이호준 카드는 최고의 승부처에서 빛이 났다. 스퀴즈 작전이 실패했음에도 곧 이어진 용덕한의 끝내기 안타. 이전 8이닝과 비교될 정도로 매끄러운 연결이었다.
테임즈가 뛰었다고 더 수월하게 진행했을 지는 미지수. 테임즈의 정규시즌 득점권 타율은 0.304였지만,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의 기록은 별개다. 1차전에서 NC 4번타자에게 주어진 찬스는 2번(4회 무사 1,3루·9회 1사 2루). 그 중 1번을 살린 게 희비를 갈랐다.
NC에게 테임즈의 공백이 없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힘을 모아 승리했다. 특정 누군가가 잘 해서가 아니라 모두가 잘 해서였다. 타선의 무게도 결코 가볍지 않았다.
8회말까지 무득점이지만 5번이나 주자가 출루했다. 득점권 찬스도 연이어 만들었다. 오래 쉬었지만 타격 컨디션도 괜찮았다. 2회말부터 외야 멀리 날아가는 타구가 적지 않았다. 김 감독은 “내 걱정보다 선수들의 타격감이 괜찮다. 타구의 질도 나쁘지 않았다. 득점을 못 했을 뿐, 연결과정이 좋았다”라고 평했다.
↑ NC의 이호준은 컨디션 악화로 21일 플레이오프 LG와 1차전에 선발 제외됐다. 특급 조커로 기용될 것으로 예고된 가운데 대타 이호준은 9회말 1-2로 뒤진 1사 1,2루서 천금 같은 동점 적시타를 때렸다. 사진(창원)=김재현 기자 |
NC에게 긍정적인 건 테임즈의 결장은 1경기뿐. 22일 열릴 플레이오프 2차전에는 출전한다. 테임즈는 21일 정상적으로 타격 훈련을 소화했다. 타구는 외야 펜스를 계속 넘어갔다.
김 감독은 테임즈가 지난 20일 공개 사과 이후 한결 편한 마음을 가지게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호준과 함께 테임
어려울 것이라고 했지만 테임즈 없이도 딴 1승이다. 포스트시즌 1차전 징크스도 깼다. 그것도 극적인 뒤집기를 연출했다. 이제 테임즈의 복귀와 함께 NC의 창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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