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공룡군단이 사상 첫 우승에 도전할 기회를 얻었다. KBO리그에 참가한 지 4시즌 만이다. 정규시즌에 보여줬던 그들의 압도적인 힘을 의심한 건 아니나 역경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힘은 생각 이상으로 막강했다. 1년 사이 공룡은 또 훌쩍 성장했다.
NC는 플레이오프에서 LG의 ‘도장 깨기’ 꿈을 깨고 한국시리즈 진출 티켓을 손에 쥐었다. KIA, 넥센을 연파하면서 점점 거세지던 LG의 신바람을 잠재웠다. 모든 면에서 우위였다. 그들이 던지는 공은 훨씬 더 묵직했고, 그들이 때리는 공은 훨씬 더 날카로웠다.
↑ NC는 LG를 꺾고 창단 첫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가을야구 징크스도 깼다. 사진(잠실)=김영구 기자 |
더욱이 우승후보로 평가됐지만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NC에 대한 전망은 부정적이었다. 4번타자 테임즈 징계로 1차전을 뛸 수 없는 데다 토종 에이스 이재학은 승부조작 의혹으로 엔트리에 제외됐다. 정상 전력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보다도 분위기를 더 우려했다. 각종 악재가 끊이지 않으면서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1년 전의 삼성을 바라보던 시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외부의 우려보다 NC는 더 단단했다. 주장 이종욱이 귀띔했듯 김경문 감독도 자주 웃어주며 처진 분위기를 띄웠다. NC의 한 선수는 “1,2년 전에 어떻게 준비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지난 실패는 다 잊었다. 팀 분위기는 매우 좋았다”라고 했다. 3번째 가을야구를 대하는 선수들의 자세부터 달랐다. 더 이상 초짜도 아니었다. 의젓했다. 하던대로 했다. 긴장은 하되 떨지는 않았다.
또한, 지난 실패는 성공의 밑거름이었다. NC는 2번의 좌절을 경험 삼아 ‘다른 준비’를 했다. 이번에는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2년 만에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도 뛰어들어 ‘대어’ 박석민을 영입했다. 큰 경기에서 강한 투수를 이기기 위한 승부수였다. 박석민은 첫 해부터 그 기대에 부응했다.
↑ NC는 LG를 꺾고 창단 첫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가을야구 징크스도 깼다. 해커는 1년 전처럼 1,4차전에 등판했지만 이번에는 모두 팀 승리에 기여했다. 사진(잠실)=김영구 기자 |
복수극은 한 번 더 남았다. 두산은 1년 전 NC를 제치고 한국시리즈행 버스에 탑승하더니 정상까지 올랐다. NC는 1년 전의 NC가 아니다. 플레이오프를 세 판에 끝내며 전력도 온전히 보전했다. ‘리벤지 매치’는 이번 포스트시즌의 테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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