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고척) 이상철 기자] ‘77번→79번→85번→40번.’ 역대 넥센 히어로즈 감독들의 등번호다. 31일 공식 취임하며 12년 만에 유니폼을 입은 장정석 감독(43)의 등번호는 40번이다.
눈길을 끈다. 40번은 주인이 있다. 지난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SK 와이번스에서 넥센으로 이적한 내야수 김웅빈(20)의 등번호다. 전임 감독의 등번호를 계승할 이유는 없지만, 보통 비어있는 등번호를 쓰기 마련이다.
게다가 코칭스태프는 등번호 숫자는 꽤 높은 편이다. 대부분 70번대 이후다. 이광환 전 감독(68), 김시진 전 감독(58), 염경엽 전 감독(48)도 70번대와 80번대 등번호를 사용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일까. 장 감독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번호라고 했다. 그는 “40은 내가 가장 아끼는 숫자다. 좋은 기억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에피소드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 넥센 히어로즈의 장정석 감독(왼쪽)은 등번호 40번을 사용한다. 전 주인이었던 김웅빈은 10번을 쓴다. 사진(고척)=김영구 기자 |
김웅빈에게도 나름 의미가 있는 40번이다. 넥센으로 이적한 그는 지난 7월 13일 KBO리그 데뷔 무대(수원 kt전)를 가졌다. 3타수 2안타 1홈런 1타점 1득점. 역대 14번째 데뷔 첫 타석 홈런의 진기록을 세웠다. 40번은 그에게 1군 데뷔의 추억이 담겨있다.
회유책이 있었다. 등번호 교환권을 제시한 것. 비어있는 등번호 중 원하는 숫자로 주겠다고 했다. 김웅빈은 교체로 마음을 돌렸다.
김웅빈은 “울산공고 재학 시절 등번호 1번을 좋아했다. 바꿀 기회를 준다고 해서 고민하다 앞 번호 중 비어있는 10번을 택했다. 1번은 양훈 선배가 쓰고 있어 숫자 1이 들어간 10번으로 골랐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웅빈은 자신의 40번을 쓸 장 감독에게 진심을 담아 한마디를 남겼다. “감독님, 좋은 등번호입니다. 제게 뜻 깊은 등번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천명한 정 감독이다. 그에 대한 아부는 아니다. 김웅빈은 “그 기회를 잡는 건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라면서 오는 11월 2일부터 시작할 마무리훈련(일본 가고시마)에서 눈도장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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