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창원) 안준철 기자] “우승 한 다음해에 성적이 좋지 않아 마음이 무거웠다.”
지난 9월22일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은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은 또 다른 목표가 남아있음을 말했다. 바로 한국시리즈 2연패였다. 1990년 단국대를 졸업하고 두산의 전신인 OB에서 데뷔한 김 감독은 선수생활을 두산에서만 보낸 원클럽맨이다. 코치 생활의 대부분도 두산에서 보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SK에서 보낸 2년을 제외하고는 두산 유니폼을 입고 있다. 그만큼 두산에 대한 애정은 넘쳤고, 자부심도 강했다. 1995년에는 선수, 2001년에는 플레잉 코치, 2015년에는 감독으로 두산 유니폼을 입고 우승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 두산 베어스가 NC 다이노스를 이기고 KS 2차전도 승리를 가져갔다.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KBO 한국시리즈" 2차전 NC 다이노스와 두산베어스의 경기, 두산 베어스는 선발 장원준의 8.2이닝 실점 호투와 타선의 집중력에 힘입어 5-1로 승리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이 팬들에 인사하고 있다. 사진=옥영화 기자 |
곰의 탈을 쓴 여우라는 뜻인 ‘곰탈여우’라는 별명처럼 김태형 감독의 외모는 두산의 마스코트인 곰처럼 탄탄하고 듬직해 보인다. 그러나 두뇌회전은 여우처럼 빠르고 명석하다. 과감하고 무서운 결단력에서 나오는 카리스마와 뚝심이 그의 리더십을 설명하는 듯 하지만, 유머감각과 수려한 입담도 트레이드 마크 중 하나다. 경기 중 작전지시를 별로 하지 않아 선이 굵은 야구를 추구하면서도 무리수다 싶은 승부를 걸기도 한다.
선수시절 주장을 맡으며 카리스마를 뽐냈던 김태형 감독은 감독이 돼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운영을 하고 있다. 이르바 ‘형님 리더십’으로 설명된다. 때로는 큰 형처럼 선수들을 보듬으면서도, 정해진 규율을 벗어나는 행동을 했을 때는 강하게 질책한다. 때로는 젊은 감각의 선수들의 기를 살려주는 일도 잊지 않는다. 두산은 2016시즌 역대 최강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선수층도 탄탄해졌다. 실력도 향상됐다. 토종 좌완 장원준-유희관 듀오에 타선에서는 민병헌 양의지 허경민 등이 건재했고, 박건우 김재환 오재일 등이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또 니퍼트-보우덴-에반스 등 외국인 선수들도 빛나는 활약을 했다. 모든 게 완벽했다. 잘 던지고 잘 치니 못 이기는
이제 두산은 한국시리즈 2연패를 통해 왕조를 열었다는 평을 듣는다. 당분간 프로야구판은 두산의 시대라는 얘기다. 그 중심에는 분명 김태형 감독이 있다. 물론 김 감독은 이렇게 말하며 웃는다. “내가 선수들을 잘 만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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