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로마 제국이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은 것처럼, 시카고 컵스의 월드시리즈 우승도 하루 아침에 나온 작품이 아니다.
컵스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월드시리즈에서 4승 3패로 우승을 확정했다. 1908년 이후 첫 우승.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디비전시리즈에서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상대로 2승을 먼저 앞선 상황에서 3차전을 연장 끝에 패하며 흐름이 뒤집힐 위기에 놓였다. LA다저스와의 챔피언십시리즈에서는 1승 2패로 열세에 놓이기도 했다. 월드시리즈에서도 먼저 1승 3패로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 그러나 그때마다 컵스는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고, 마침내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 그 일이 진짜로 일어났다. 사진=ⓒAFPBBNews = News1 |
타선도 강했다. 크리스 브라이언트, 애디슨 러셀 등 젊은 선수들과 덱스터 파울러, 제이슨 헤이워드, 벤 조브리스트, 앤소니 리조 등 경험 많은 선수들이 신구 조화를 이뤘다.
조 매든 감독은 '오늘이 마치 8월 15일인 것처럼 대하라'는 메시지로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줬다. 몇몇 마운드 운영은 의문점이 남았지만, 시즌 내내 부진에 시달린 헤이워드를 중요한 시기에 중용, 그의 리더십이 빛을 발하게 한 점은 인정받을 만했다. 카일 슈와버를 6, 7차전에서 2번에 전진 배치한 것도 좋은 결과를 얻었다.
그리고 지금의 이 탄탄한 로스터를 만들기까지, 컵스는 모든 수단을 가리지 않았다. 드래프트면 드래프트, 트레이드면 트레이드, FA 영입이면 FA 영입까지. 2011시즌이 끝난 뒤 테오 엡스타인 사장을 영입한 이후 5년간 많은 움직임이 있었고, 그것이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결실로 다가왔다. 최전방에 있는 스카우트부터 결정권을 가진 사장까지 모두가 합심해 만든 결과다. 이들은 어떻게 지금의 컵스를 만들었을까.
↑ 브라이언트는 2013년 드래프트 1라운드로 컵스에 합류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
메이저리그 전력 보강의 가장 주된 통로. 지난 2011년 1라운드 지명 선수인 하비에르 바에즈 이후 알베르트 알모라(2012년), 크리스 브라이언트(2013년), 카일 슈와버(2014년) 등 1라운드 지명 선수들이 모두 이번 우승에 기여했다. 특히 2013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지명한 브라이언트는 '대박'이 났다. 2016시즌까지 통산 13.6의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을 기록했다. 당시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39명의 선수들 중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선수는 브라이언트를 합해 총 15명. '베이스볼 레퍼런스'에 따르면, 브라이언트를 제외한 나머지 14명의 WAR을 다 합쳐도 8.2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나머지 선수들이 너무 상처받지는 말기를. 브라이언트가 그만큼 대단한 선수라는 뜻이다.
'탱킹'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지만, 좋은 유망주를 찾아내 그를 메이저리거로 키워낸 것은 구단의 역량이다.
컵스는 룰5드래프트에서도 귀중한 자원을 건졌다. 지난 2012년 12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소속 유망주였던 론돈을 영입했다. 엡스타인 사장은 당시 "우리 팀 마무리를 찾았다"고 환호했고, 론돈은 2014년부터 채프먼이 합류한 2016년 7월까지 77세이브를 기록하며 팀의 마무리로 활약했다.
컵스의 차기 안방마님 윌슨 콘트레라스는 해외 유망주 영입의 성공 사례다. 베네수엘라 출신인 그는 2009년 루키레벨에서 데뷔, 8시즌의 마이너 생활을 거쳐 빅리그에 올랐다.
↑ 컵스는 볼티모어에서 평범한 투수였던 아리에타를 영입, 정상급 투수로 키웠다. 사진=ⓒAFPBBNews = News1 |
엡스타인의 재능이 정말로 빛난 부분이다. 시작은 2012년 1월,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에 우완 선발 앤드류 캐슈너와 외야수 나경민을 내주고 1루수 앤소니 리조와 투수 잭 케이츠를 받아온 것이다. 리조는 이후 컵스의 주전 1루수로 성장했다. 같은 해 7월에는 논 웨이버 트레이드 마감 시한에 맞춰 텍사스 레인저스에 라이언 뎀스터를 내주고 헨드릭스와 내야수 크리스티안 빌라누에바를 받아왔다. 뎀스터는 그해 텍사스에서 12경기를 뛴 뒤 다음해 보스턴을 끝으로 은퇴했고, 헨드릭스는 이번 시즌 사이영상 후보로 성장했다.
2013년 7월에는 포수 스티브 클레빈저와 투수 스캇 펠드맨을 내주고 아리에타와 스트롭을 받아왔다. 볼티모어에서 69경기 평균자책점 5.46으로 평범한 투수였던 아리에타는 컵스에서 노 히터 두 차례를 기록한 에이스로 거듭났다. 스트롭도 컵스 불펜의 핵심 멤버로 자리잡았다. 같은 시기 텍사스 레인저스에 선발 투수 맷 가르자를 내주고 칼 에드워즈 주니어, 저스틴 그림, 마이크 올트를 받았다. 에드워즈 주니어와 그림은 컵스 불펜의 일원으로 성장했다.
2014년 7월에는 제프 사마자와 제이슨 하멜, 두 즉시 전력 선발을 순위 경쟁이 급했던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로 보내고 유격수 애디슨 러셀과 외야수 빌리 믹키니, 투수 댄 스트레일리를 얻었다. 러셀은 팀의 주전 유격수로 자라났고, 나머지 두 선수는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됐다.
2015년에도 트레이드는 이어졌다. 1월 스트레일리와 내야수 루이스 발부에나를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보냈고, 덱스터 파울러를 영입했다. 파울러는 팀의 주전 중견수로 자리잡았고, 발부에나의 이적은 브라이언트에게 출전 기회를 열어줬다.
이번 시즌에는 팀의 부족한 부분을 보강하는 트레이드에 집중했다. 뉴욕 양키스에 아담 워렌과 맥키니, 글레이버 토레스, 라셰드 크로포드 등 세 명의 유망주를 내주고 채프먼을 받아왔다. 시애틀 매리너스에는 좌타 거포 댄 보겔백을 내주고 선발과 불펜으로 활용 가능한 마이크 몽고메리를 얻어왔다.
↑ 컵스는 이번 시즌 전 FA 조브리스트를 영입했고, 그는 월드시리즈 MVP가 됐다. 사진=ⓒAFPBBNews = News1 |
전력 구성의 마지막 방점은 공격적인 FA 영입이었다. 2014년 12월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존 레스터를 잡는데 성공했다. 6년 1억 5500만 달러의 거액 계약을 줬지만, 2년간 8.4의 WAR을 기록하며 계약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줬다.
2015년 겨울에도 공격적인 영입은 계속됐다. 캔자스시티 로열즈에서 우승을 경험한 벤 조브리스트를 4년 5600만 달러, 골드글러브 우익수 제이슨 헤이워드를 8년 1억 8400만 달러에 영입했다. 조브리스트는 월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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