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넥센은 스캇 맥그레거와 결별할 가능성이 커졌다. 2016년보다 2017년을 내다보고 영입했던 ‘성장형 투수’다. 그런데 5개월 만에 생각이 바뀌었다. 그 동안 연말마다 외국인투수에 “한 번 더”를 외쳤던 구단 기조와 다른 선택이다.
넥센은 지난 6월 로버트 코엘로를 내보내고 맥그레거를 영입했다. 시즌 후 계약해지 수순이 유력한 코엘로를 끝까지 안고 갈 바에 빨리 헤어지고 더욱 팀에 보탬이 될 투수를 찾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그 레이더망에 맥그레거가 포착됐다.
급하게 찾은 대안이 아니다. 3,4년 전부터 넥센의 리스트에 포함됐다. 이번에는 ‘타이밍’이 맞았다. 선수단 내 우호적인 관계를 가지면서 빠른 공을 던지고 많은 이닝을 소화할 투수라는 ‘조건’에도 부합했다.
↑ 공부하는 맥그레거. 그는 KBO리그에서 성공을 꿈꿨지만 내년에도 뛸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사진=MK스포츠 DB |
완성형 투수는 아니다.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 하나씩 배우고 하나씩 적응해가면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온순한 성격이라 팀에도 잘 적응했다. 염경엽 전 감독은 “맥그레거의 공은 치기가 쉽지 않다. 절대 평균자책점 5점대 투수가 아니다. 운용만 잘 하면, 평균자책점 3점대 투수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넥센은 고민에 빠졌다. 외국인선수 재계약 통보 마감 시한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맥그레거에게 “내년에도 함께 하자”는 말을 아끼고 있다. 점차 교체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
2012년 이후 넥센의 외국인투수 농사 풍년이었다. 합격 통보와 함께 재계약 수순이었다. 새 리그에 완벽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믿고 기다리기도 했다. 능력 있는 외국인투수를 ‘잘 뽑기’도 했으나 ‘잘 관리’하기도 한 넥센이다. 맥그레거도 그 과정을 거치는 단계였다.
↑ 맥그러게의 몸값은 15만달러였다. 가성비는 좋았다. 넥센이 원했던 이닝 이터로서 자질도 갖췄다. 하지만 넥센이 바라는 건 우승이다. 그는 첫 시험을 망쳤다. 사진=MK스포츠 DB |
2번의 포스트시즌 경기는 맥그레거의 ‘현재’를 명확하게 보여줬다. 큰 무대에서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3일 휴식 후 등판한 준플레이오프 4차전(4이닝 9피안타 4실점 3자책)은 둘째치더라도 1차전(5이닝 5피안타 4실점)은 2번의 만루 찬스 무산과 함께 맥그레거의 잇단 실투가 결정적인 패인이었다. 넥센은 내부적으로 ‘쉽지 않다’라고 판단했다.
넥센은 우승을 꿈꾼다. 이장석 대표이사는 올해 초 “10년 내 한국시리즈 3,4회 우승할 수 있는 팀을 만드는 게 최종 목표다”라고 말했다. 장정석 신임 감독도 3년의 재임기간 내 사상 첫 정상 등극의 포부를 밝혔다. 우승으로 가기 위해선 맥그레거보다 더 좋은 투수가 필요하다고 여겼다. 또 한 명의 앤디 밴 헤켄을 원한 것이다.
↑ 맥그레거의 재계약 가능성이 0%는 아니다. 내년에도 신재영이 맥그레거에게 정중한 인사를 알려주는 훈훈한 풍경을 또 볼 수 있을까. 사진=MK스포츠 DB |
관건은 그 대안을 찾느냐다. 뚜렷한 성과가 없을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넥센은 맥그레게에게 아직 “굿바이”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네지 않았다. 재계약 가능성이 남아있기는 하다. 0%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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