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고척) 이상철 기자] 지난 11월 2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 넥센 히어로즈의 마무리훈련은 ‘필드매니저’ 장정석 신임 감독의 첫 지휘로 주목을 끌었다.
눈길을 끈 건 파격적인 선임의 코칭스태프만이 아니다. 총 20명의 선수가 참여한 가운데 고등학교 졸업식도 아직 하지 않은 앳된 얼굴의 신인이 있었다.
1명이 아니라 2명이었다. 신인 1차 지명의 이정후와 신인 2차 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7순위)의 김혜성이 입단 동기보다 먼저 ‘프로의 세계’를 먼저 경험했다.
파격적일 수 있다. 남들보다 빠르다는 것. 그만큼 팀에서 그들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방증이다. 넥센의 미래이자 보물로 꼽히는 유망주 2명은 생각 외로 연결고리가 참 많았다.
↑ 이정후(왼쪽)와 김혜성(오른쪽)은 2017 넥센 히어로즈의 신인 선수다. 마무리훈련에 참가한 신인 선수는 이들 뿐이다. 그만큼 팀 내 그들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사진(고척)=김재현 기자 |
서울 휘문고의 이정후와 인천 동산고의 김혜성은 1998년생으로 동갑내기다. 그리고 절친한 사이다. 지난 9월 막을 내린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한국 3위)에 나란히 참가했다. 대표팀에서 손발을 맞춘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둘 다 넥센의 지명을 받은 뒤였다.
하지만 둘의 인연은 좀 더 거슬러 올라간다. 김혜성에게 이정후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정후를 알았다. 야구인 2세(이종범의 아들)였던 데다 또래라 더욱 관심이 갔다. 뭐랄까. 내겐 꿈같은 사람이었다.”(김혜성)
둘이 처음 만난 건 지난 3월 연습경기였다. 동산고의 금광옥 감독과 휘문고의 이명수 감독은 현대 유니콘스에서 함께 코치로 활동하며 친분이 두텁다. 학교간 거리가 멀지만 동산고에서 자주 연습경기를 치렀다.
유격수 김혜성과 유격수 이정후가 처음 만났다. 이정후가 2루타를 친 뒤였다. 김혜성의 첫 인사는 “수고한다”였다. 어색하고 딱딱한 말이었지만 그만큼 어떻게라도 말을 걸어 친해지고 싶었다.
의식한 건 김혜성만이 아니다. 이정후도 김혜성에 대한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다. 이정후는 1,2학년 때 외야수로 뛰었지만 3학년 진학 후 유격수로 포지션을 이동했다. 그런 그에게 동산고 주전 유격수는 배우고 싶은 존재였다.
“혜성이의 수비는 최고다. 2년 선배까지 포함해 그 동안 함께 야구했던 선수들 가운데 수비를 가장 잘 한다. 지켜봤는데 정말 하는 게 다르더라. ‘와~저렇게 할 수가 있을까’라는 감탄이 터졌다.”(이정후)
이쯤에서 칭찬릴레이. 이영민 타격상을 수상한 김혜성은 이정후의 타격 능력에 감탄을 자아냈다. “정후는 잘 친다. 단순히 그냥 잘 치는 게 아니라 콘택트 능력이 좋다. 타구에 힘이 실려 쭉쭉 날아간다. 그걸 볼 때마다 놀란다.”(김혜성)
노력의 대가였다. “고교 1학년 때 너무 못 쳐서 이대론 안 될 것 같아 매일 밤 아파트 주차장에 가서 배트 200번을 휘둘렀다. 1년 후 많이 좋아지니 점점 자신감까지 얻었다.”(이정후) 뒤이어 그도 칭찬했다. “혜성이는 정말 진지하게 야구를 한다. 그래서 많이 배웠다.”(이정후)
↑ 이정후(오른쪽)와 김혜성(왼쪽)은 넥센 히어로즈에서 뛰고 싶은 꿈을 키웠다. 그러나 둘이 동료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사진(고척)=김재현 기자 |
이정후와 김혜성은 같은 프로팀에서 뛰는 상상을 전혀 하지 못했다. 그러나 둘은 넥센의 신인선수다. 입단 계약도 마쳤다. 그런데 어쩌면 운명일지 모른다. 둘 다 희망 1순위가 넥센이었다.
“넥센은 선수들의 체격도 좋고 홈런도 많이 때려 참 멋있게 느껴졌다. 스타일도 나랑 비슷한 것 같아 저 팀에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이정후)
“마음속으로 1순위로 꼽았던 팀이 넥센이다. 다른 팀보다 더 육성을 중요시 여기는 데다 (언젠가 내게)기회도 주어질 것이라고 여겼다. 신인 2차 드래프트에서 넥센이 나를 호명했을 때 정말 기뻤다. 프로야구선수의 꿈까지 함께 이뤘다.”(김혜성)
신인 선수들 가운데 휘문고, 동산고 출신은 1명씩이다. 이정후와 김혜성은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둘 뿐 아니라 모두가 가고 싶은 팀 넥센에 가는 기회를 잡은 둘이다.
또 하나의 소망도 이뤄졌다. 만나고 싶은 넥센 선수(선배)도 만났다. 이정후는 서건창을, 김혜성은 이택근을 보고 싶었다. 같은 포지션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이택근 선배는 몸 관리를 잘 하면서 오랫동안 뛰고 있다. 그는 어려서부터 봤던 우상 중 1명이다. (고척돔에서)직접 봤지만 좀처럼 말을 걸 수가 없더라. 아우라가 느껴졌다. 가벼운 인사 정도만 했다.”(김혜성)
“내 목표 중 하나가 아버지의 최다 안타 기록을 깨는 거였다. 그런데 서건창 선배가 2014년에 먼저 깨트려 목표가 바뀌었다. 그래서 서건창 선배를 보고 싶었다. (내가)어떻게 해야 (나도)저렇게 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직접 봤더니 (이야기대로)운동을 열심히 하더라. 수많은 노력으로 그 위치까지 갔다는 걸 깨달았다.”(이정후)
둘 다 졸업 예정자다. 그리고 취업에 성공했다. 하지만 생활이 바뀐 건 없다. 둘 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한다. 아직까지 그들을 알아보는 이가 없다. 남의 시선에는 아직 평범한 고등학생 정도다. 그들 또한 프로 세계를 하나씩 체감하는 중이다. “아직까진 실감이 나지 않지만 조금씩 적응하고 있다.”
↑ 이정후와 김혜성이 고척돔에서 KBO리그 경기를 뛸 날은 언제 찾아올까. |
이정후와 김혜성은 지난 10월 31일 구단의 연락을 받았다. 2군의 화성이 아니라 1군의 서울로 가라고. 여권도 꼭 챙겨가라는 당부와 함께. 마무리훈련 출국 이틀 전이었다. 예상 못한 반전에 놀라면서도 뜻밖의 행운과 기회에 감사해했다.
부푼 꿈을 안고 일본 가고시마로 떠났지만 현실의 높은 벽을 절감했다는 이정후와 김혜성이다. 고교무대에서 베이스러닝 하나는 자신이 있었는데, 50m 달리기 결과 나란히 최하위였다. 타격의 소질이 있다는 소리를 여러 차례 들었지만 선배들의 타격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자신이 부족하다는 걸 알았다.
“많은 걸 느꼈다. 무엇보다 선배들보다 힘이 많이 부족했다. 때문에 근력, 타구 속도, 타구 질이 확연히 차이가 났다. 웨이트 트레이닝(현재 체중이 5,6kg 증가했다)의 필요성을 절감했다.”(이정후)
먼저 첫 발을 내딛었지만 만족감은 없었다. 가진 걸 다 보여주지 못했다. 또한, ‘차이’는 뚜렷했다.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고교 시절에는 잘 쳐서 나름 자신감도 있었는데, 프로에 오니 난 아무 것도 아니더라. 정말 너무 못 했다. 자신감을 잃었다. 부족한 실력에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김혜성)
이제 첫 걸음이다. 다음 목표는 내년 2월 1일부터 시작하는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둘이 정규시즌 개막전부터 1군 엔트리에 합류할 가능성은 낮다. 좀 더 경험을 쌓고 기량도 갈고 닦아야 한다. 몸도 더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엄밀히 말해 지금은 준비단계다.
“3년 내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기회가 주어졌을 때 바로 잡을 수 있도록 그 동안 준비를 열심히 해야 한다.”(김혜성)
“어느 팀을 가도 경쟁은 마찬가지다. 당장 1군에서 뛸 수 있는 게 아니다. 아무래도 당분간 화성에 머무는 시간이 길 것이다. 나도 멀리 내다보고 준비하려 한다. 지금은 프로에 빨리 적응하는 게 급선무다. 훗날 찾아온 기회가 확 놓치고 싶지 않다.”(이정후)
이정후와 김혜성에 대한 외부 평가는 호의적이다. 잠재력을 가졌으며 더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둘은 넥센의 현재가 아닌 넥센의 미래다. 그리고 그 둘이 빛날수록 넥센의 미래가 밝기도 하다.
그날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언젠가는 고척돔에 설 것이다. 그리 오래 지나지 않은 시간 내에. 그때를 기약하며 둘은 넥센팬에게 자신의 매력을 어필했다.
“밝고 긍정적인 편이다. 그라운드에선
“욕 안 먹는 선수가 되고 싶다. 내 매력이라, 그나마 수비가 괜찮은 것 같다. 다이내믹하고 멋진 호수비로 눈길을 사로잡겠다.”(김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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