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2016 KBO리그를 앞두고 차·포·마·상을 잃은 넥센, 메이저리거가 된 박병호(미네소타)의 공백은 가장 큰 과제였다. 2번의 최우수선수와 함께 4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한 간판타자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개막 직전 채태인의 트레이드 영입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그런데 시즌을 마친 뒤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쏙 들어갔다. 넥센은 ‘난제’를 풀었다. 그들에겐 윤석민이 있었다. 3번(1경기) 혹은 6번(3경기) 타순에 배치됐던 윤석민은 부상 회복 이후 붙박이 4번타자로 타순의 중심을 잡았다. 박병호의 포지션이었던 1루수도 그의 차지였다.
↑ 윤석민은 넥센 히어로즈의 새로운 4번타자로 자리매김했다. 손목 부상으로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지만 최그의 시즌을 보냈다. 사진=MK스포츠 DB |
윤석민은 “부상 때문에 많은 경기(92)를 뛰지 못했다. 그것만 빼면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시즌이었다”라고 했다.
윤석민은 지난 4월 5일 한화전에서 5회 알렉스 마에스트리의 공에 왼 손목을 맞았다. ‘부러진 것 같다’는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그의 예상대로 왼 척골 골절. KBO리그 경기를 다시 뛰기까지 52일의 시간이 필요했다.
아쉬움이 컸다. 시즌 초반이긴 해도 윤석민의 폼은 매우 좋았다. 롯데와 개막 3연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때리는 등 4할 타율(0.417)이었다. 흐름이 끊겼다. 다른 이유도 아닌 사구라서 더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그 시간은 4번타자로 변신하는 준비과정이기도 했다. 재활 막바지 무렵, 염경엽 전 감독은 ‘4번타자로 기용할 테니 잘 준비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윤석민은 “4번타자 주문을 하셔서 더욱 큰 책임감이 들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준비했다”라고 전했다.
염 전 감독은 돌아온 윤석민을 당분간 4번타자로 기용하겠다고 했다. 당분간은 시즌 끝까지로 이어졌다. 윤석민은 4번타자로 고정이었다. 그만큼 잘 했다. “거포 내야수의 영입으로 강력한 공격야구를 펼칠 수 있게 됐다”는 넥센의 자평은 3번째 시즌에서 현실이 됐다.
윤석민은 “트레이드(2013년 11월 26일) 이후 제대로 보여준 게 없어 스스로 불만이 컸다. 이제야 4번타자로서 뭔가 보여준 것 같아 다행이다”라며 “개인적으로 박병호의 공백이라는 말이 안 나오게 하고 싶었다. 자주 언급됐다면 정말 스트레스가 컸을 것이다. 비록 100경기도 뛰지 못했지만 나름 잘 메웠다고 자평한다”라고 이야기했다.
↑ 윤석민은 넥센 히어로즈의 새로운 4번타자로 자리매김했다. 손목 부상으로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지만 최그의 시즌을 보냈다. 사진=MK스포츠 DB |
5000만원이 인상된 구단 제의에 이견 없이 서명했던 윤석민은 감회가 새로웠다. 몇 년 전만 해도 그는 기회를 못 얻어 2군에 있었다. 대우가 좋을 리 없었다. 그때를 떠올리면 고액 연봉자가 된 자신이 놀랍기도 하다.
윤석민은 “두산 2군에 오래 있었다. 적은 연봉으로 뛰었던 시절이 떠올라 감회가 새롭더라. 그리고 구단에 감사했다. (고액 연봉자가 된 만큼)더욱 책임감을 갖고 임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4번타자보다 4번째 타자라고 생각하는 윤석민은 더 많은 타점을 올리고 싶다고 했다. 그의 목표는 100타점. 그가 1군 엔트리에 빠진 사이 넥센은 41경기를 치렀다. 부상 없이 페이스를 유지했다면 충분히
윤석민은 “홈런보다 타점이 내겐 더 의미가 크다. 개인적으로도 기대가 되는 2017년이다. 부상 없이 시즌을 소화하고 싶다”라며 “또한, 넥센을 하위권으로 전망하는데 포스트시즌 단골손님이 되도록 만들고 싶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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