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김인식 WBC대표팀 감독은 작심을 한 것 같다. 스스로 불을 지핀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 선발 논란을 해를 넘겨 끌고 오더니 결국 마음을 굳힌 듯 보인다. 누가 뭐라 해도 난 뽑겠다는 의지다.
반면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강정호(30·피츠버그)는 배제하려는 뜻이 분명해 보인다. 오승환과 강정호의 차이는 사건의 시기와 징계 여부다. 강정호는 KBO로부터 징계도 받지 않았다. 굳이 대표팀에 선발한다면 오승환 보다 강정호를 선택하는 게 맞다. 제도적 걸림돌도 없다.
새해부터 신년 인터뷰라며 김 감독의 기사가 쏟아졌다. 김 감독은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대놓고’ 오승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발탁 여부를 고민 중이라고 했지만 그는 선발 의사를 숨기지 않았다. 대놓고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
김 감독은 지난해 말부터 오승환 선발을 두고 여론을 수렴했다. 그 여론은 야구계와 언론이었다. 오승환 바라기는 선임 당시에도 그랬으나 최근 들어 그 ‘증세’가 심해졌다.
↑ 국가대표 오승환을 향한 비판 여론은 여전하다. 사진=MK스포츠 DB |
결격 사유는 분명 있다. 해외원정도박 혐의로 1000만원 벌금형을 받은 오승환은 KBO의 징계 대상자다. KBO가 그 징계를 부과한 게 불과 1년 전이다. KBO리그 복귀 시라는 조건이 걸려있지만 그 징계는 유예중이다.
국내리그와 국제대회는 별개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었다. 누군가의 편의적인 시각이자 요구일 뿐이었다. 거센 비판 여론에 밀려 오승환 선발 뜻을 접었던 김 감독이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오승환 카드를 접지 않았다.
김 감독은 그 카드를 마침내 꺼내려 하고 있다. 나름대로 반론도 준비했다. 오승환을 뽑지 않아야 할 이유가 없고 뽑아야 할 이유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뜻을 굽히게 만들었던 여론이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WBC가 국내 첫 개최되는 가운데 오승환의 투구를 보고 싶은 팬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말 그럴까. 김 감독이 질질 끌고 온 오승환 선발 논란으로 ‘노이로제’에 걸린 야구팬이 적지 않다. 비판 여론은 결코 약해지지 않았다.
국가대표는 당대 최고의 실력을 지닌 선수들이 모인 팀이다. 그러나 실력보다 우선되는 가치는 명예다. 국민을 대표하고 나라를 대표하는 자리다. 개인 한 사람이 아닌 모두의 명예를 위한 곳이다. 시시비비를 가려 당당하고 떳떳한 이들이 있어야 한다.
김 감독은 WBC의 좋은 성적이 KBO리그 흥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오승환이 필요하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상관관계가 전혀 없다고 할 수 없지만 앞뒤가 바뀌었다. 더 중요한 건 한국야구의 기틀인 KBO리그이지, 대표팀이 아니다. 대표팀은 KBO리그가 ‘올바르고 건강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조력해야 한다. 또한, 성적이 곧 명예는 아니다. 김 감독에게 WBC 우승을 바라지도 않는다.
↑ 오승환 선발 논란을 더욱 키우는 건 그 누구도 아닌 김인식 감독이다. 사진=MK스포츠 DB |
오승환이 된다면 강정호가 안 될 이유도 없다. 과거 두 차례 음주운전 사실도 함께 알려진 강정호는 야구로 ‘봉사’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김 감독이다. 다른 방법으로 참회할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오승환은 잘못을 했다. 그에 대한 문제의식은 바뀌지 않는다. KBO는 오승환의 징계를 철회할 뜻이 없음을 명확히 했다
김 감독의 오승환 선발 시 선례로 남
싸늘했던 여론은 기본과 상식을 중시했다. 오승환을 둘러싼 국가대표 발탁 논리가 손바닥 뒤집듯 뒤집혀서도 안 된다. 일회성이 아니라 연속성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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