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마치 정치권처럼 새해 벽두부터 야구계에는 ‘공정과 원칙’이 화제를 모았다. 중심에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회를 위해 분주히 움직인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KBO(한국야구위원회)가 있었다.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과 김현수(29·볼티모어), 두 명의 해외파 선수 차출이 문제였다.
공통된 고민이지만 안의 내용은 달랐다. 우선 세인트루이스 철벽마무리로 성장한 오승환은 뽑고 싶은데 뽑지 못했다. 오승환은 2015년 하반기(당시 일본 프로야구 한신소속) 해외 불법원정 도박혐의가 발각돼 법적 처벌을 받았다. 그는 쫓기듯 미국으로 무대를 옮겼다. KBO도 그에게 강도 높은 징계를 부여했다. 적어도 ‘클린베이스볼’을 주창하는 KBO리그에서 도덕성에 관해서는 신망을 잃은 것이 분명했다.
↑ 메이저리거로 자리매김한 오승환(오른쪽)과 김현수가 새해 벽두부터 WBC 합류에 관련해 화제를 불러모았다. 사진=김영구 기자 |
그러자 대표팀 수장이 된 김인식 감독은 오승환 뽑기 대작전에 돌입했다. 지난 11월에는 엔트리에 뽑히지 못했지만 그 후로 몇 달 동안 김 감독의 오매불망 오승환 뽑기 읍소대작전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졌다. 논쟁이 계속된 가운데 김 감독과 KBO는 결국 전날 모든 규정에 상관없이 전력강화를 위해 오승환을 뽑았다.
오승환은 지난 연말 내내 국내에 체류하며 WBC에 대해 말을 아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했지만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알고 있기에 발언하기는 쉽지 않았다. 예상 외로 세인트루이스 구단도 오승환 차출에 협조적. 결국 모든 상황이 꾸려졌고 오승환은 지난 몇 달 대표팀 대부분 이슈를 잡아먹은 채 예상대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 논란이 거듭됐지만 WBC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오승환(사진)을 엔트리에 합류시켰다. 사진=김재현 기자 |
사령탑 벅 쇼월터 감독의 부정적 생각과 구단 내 경쟁구도, 꾸준히 영입되는 외야자원들 같은 일련의 흐름은 김현수의 올 봄을 조바심 나게 만들었을 것이다. 결국 고심 끝 그는 팀 스프링캠프에 합류하기로 마음 먹었고 전날 이를 전했다. 전격적인 오승환 발탁발표로 긴장했을 코칭스태프에게 기운이 빠졌을 법한 소식이다.
선택을 당한 오승환과 스스로 선택한 김현수. 두 선수의 현 구단 내 입지를 보여주는 듯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하게 시사해주는 것은 원칙, 그리고 공정경쟁이다.
오승환의 실력은 의심할 바 없다. 하지만 KBO가 그토록 주창했던 클린 베이스볼 표어에는 맞지 않다. 지난해 승부조작, 음주운전 등 수많은 악재에 홍역을 앓으며 반성과 도약을 다짐한 가운데 이를 선도할 국가대표 운영에 공정성보다 성적을 택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김현수는 지난해 시즌 초반 경쟁기회가 사라질 위기에 빠진 적이 있다. 팀은
공정한 경쟁과 원칙, 마치 대한민국 사회 전체를 보듯 새해 벽두부터 야구계에는 공정과 원칙이라는 단어가 화제를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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