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글렌데일) 김재호 특파원] LA다저스에 합류한 베테랑 우완 불펜 세르지오 로모(33)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를 않았다. 라커에 걸린 자신의 이름이 박힌 등번호 54번의 유니폼을 보며 "내 이름, 내 번호가 있다"며 해맑게 웃었다.
로모는 17일(한국시간) 다저스 선수로서 첫 훈련을 갖기에 앞서 취재진을 만났다. 그는 수 차례 "나도 일자리를 얻었다"는 기쁨과 안도감이 섞인 말로 팀을 구한 것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이번 오프시즌 이적시장은 유난히 느리게 돌아갔고, 로모도 영향을 받았다. 지난해 팔꿈치 부상에 시달리며 40경기 등판에 그쳤던 그는 2월이 되도록 팀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은퇴까지 생각했지만, 다저스가 손을 내밀었다.
↑ 다저스에 합류한 세르지오 로모가 불펜 투구를 하고 있다. 사진(美 글렌데일)= 김재호 특파원 |
캘리포니아주 남부 멕시코 국경과 인접한 브롤리에서 자란 그는 어린 시절 가족들과 함께 다저스를 응원했지만, 정작 선수 생활은 다저스의 라이벌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했었다. 그는 "베이 에어리어에서 '어둠의 편'으로 불리던 곳에 오게 된 것은 멋지면서도 우스꽝스러운 일"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릴 홈 개막전에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가족들을 초청할 것이라며 "이제 내 가족들은 옷장에서 다저스 유니폼을 꺼내 입을 수 있게됐다"고 말했다.
그는 "팀에서는 특별한 역할에 대해서는 아직 얘기하지 않았다. 스스로의 모습을 갖고 오라는 말을 했다. 다저스에게 내가 어떤 선수라는 것을 보여줄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로모는 7~8회 주로 우타자를 상대할 예정이다.
로모는 이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멕시코 대표로 출전한다. 그는 이것을 "아주 특별하고,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표현했다.
"자식은 그들의 부모를 보여주는 거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아들로서 멕시코를 대표하게 됐다. 멕시코 유니폼을 입는 것은 나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내 혈관에는 멕시칸의 피가 흐른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나는 우리 아버지가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고 그에게 뭔가를 보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행복하게 생각한다. 미국에서 태어난 멕시코인의 자녀로서 내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멕시코 대표가 되
그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에 벽을 쌓으려고 하는 정치적인 상황이 멕시코 대표로 출전하는 것에 동기부여가 되는지를 묻는 질문에 "가족을 대표한다는 생각으로 충분하다. 그걸로 즐기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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