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한국야구가 망신을 당했다. 그것도 안방에서. ‘백전노장’ 김인식(71) 대표팀 감독이 주장하는 믿음의 야구도 큰 힘을 쓰지 못했다. 오히려 독이 됐다는 시선이다. 이제 ‘고척돔 참사’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A조 네덜란드와의 2차전에서 0-5로 완패했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전날(6일) 이스라엘전 패배에 이어 2연패를 당해 조 최하위로 떨어졌다. 상위 두 개 팀까지 주어지는 도쿄 2라운드 진출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
사상 처음으로 한국에서 개최한 WBC라 기대도 컸지만, 선수들은 의욕이 없었다. 대표팀은 4년 전에도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WBC 1라운드에서 네덜란드에 0-5로 덜미를 잡히며 2라운드 진출이 좌절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조별 전적 2승1패였다는 점으로 위안을 삼았다. 하지만 이번엔 안방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하다.
↑ 7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WBC 2017" 한국과 네덜란드의 경기에서 한국이 0-5로 패배했다. 한국 김인식 감독이 퇴장하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
뽑아 놓은 선수들도 문제였다. 괌 미니캠프와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등 홈에서 열리는 대회를 위해 이번 대표팀에 최고의 지원은 계속됐지만, 선수들의 컨디션은 올라오지 못했다. 이대은(경찰청)은 실전에서 제대로 던지지 못할 몸 상태였고, 맏형 임창용(KIA)은 컨디션도 별로인데, 오키나와에서 무면허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내서 벌금을 부과되는 망신을 당했다. 대표팀 4번타자로 관심을 받았던 최형우(KIA)는 타격감이 올라오지 않아 대타로 대기했다. 이밖에 이용규(한화) 박석민(NC)의 팔꿈치 컨디션이 좋지 못했고, 양의지(두산)도 어깨가 좋지 않아 네덜란드전에 결장했다.
김인식 감독은 적절한 처방을 내놓지 못했다. 김 감독은 2006년과 2009년 WBC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각각 4강과 준우승을 이끌고 2015년 프리미어12 초대 우승으로 이끌며 ‘국민감독’이라는 애칭도 붙었다. 하지만 사실상 마지막으로 이끈 대표팀에서 큰 오점을 남길 처지가 됐다. 네덜란드전 패배 후 김 감독은 “실력 차가 너무 컸다”라는 말만 남겼다.
사실 KBO 기술위원장을 겸하고 있기 때문에 김인식 감독의 책임론은 더욱 커진다. 앞서 김 감독은 ‘믿음의 야구’로 선수들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며 좋은 성적을 이끌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김 감독의 믿음이 고집으로 남게 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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