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2012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는 일본 청소년대표팀의 두 괴물 투수가 화제를 모았다. 바로 오사카 토인고를 고시엔대회 우승으로 이끈 후지나미 신타로(23·한신)와 고시엔대회 예선에서 160km의 강속구를 뿌린 하나마키히가시고교의 오타니 쇼헤이(23·닛폰햄)였다. 비록 일본은 대회 마지막날에 열린 5-6위 결정전에서 한국에 0-3으로 패하면서 6위에 머물긴 했지만, 후지나미와 오타니는 알려진 그대로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후지나미는 한신에 입단한 뒤 팀의 에이스로 자리 잡았고, 오타니는 지명타자제도가 있는 퍼시픽리그에서 투타겸업을 선언한 뒤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와 중심타자로 활약 중이다.
반면 당시 한국 청소년대표팀 주축이었던 선수들 중 프로에서 제대로 자리 잡은 이는 아직 없다. 당시 일본과 5-6위 결정전에서 선발로 등판해 8이닝 3안타 7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던 동산고 2학년 이건욱(22·SK)은 지난해 1경기 ⅔이닝을 던진 게 1군 기록의 전부다. 당시 대표팀의 에이스였던 천안 북일고 우완 윤형배(23·NC)는 2013년 NC에 특별지명으로 입단하면서 계약금 6억원을 받았지만, 2014년 2경기에 등판한 게 전부다. 입단 이후 팔꿈치 수술을 받았고 어깨에도 통증을 느끼며 고교시절만큼의 활약은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현역으로 군대까지 다녀온 뒤 지난달 16일 이름을 윤호솔로 개명했다는 소식이 최근 들려온 소식이다.
물론 일본도 고교야구 무대에서 선수 혹사 문제가 심심치 않게 거론된다. 고시엔 대회에서 에이스 투수들의 연투는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꾸준히 고교 졸업 후 프로무대를 씹어 먹을 정도의 유명주들이 꾸준히 배출되고 있다는 점이 한국 야구와 다르다. 한국과 일본야구의 어떤 차이 때문인 것일까.
↑ 지난 2012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일본 청소년대표팀 소속으로 참가했던 오타니 쇼헤이. 이 때에도 괴물선수로 각광을 받았던 오타니는, 이도류라는 투타겸업으로 메이저리그에서도 관심을 갖는 선수로 성장했다. 사진=MK스포츠 DB |
▲ 순수 신인왕이 사라진 韓...부상·기량차 등 복합적 이유
KBO리그는 갓 입단한 신인 선수들의 활약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2007년 고졸 신인 임태훈(두산)이 신인왕을 품에 안은 뒤 KBO리그에서는 10년 동안 순수 신인왕의 명맥이 끊긴 것을 봐도 그렇다. 신인왕뿐만이 아니라, 고졸 10승 투수가 사라진 지는 2006년 류현진(30·LA다저스, 당시 한화), 한기주(30·KIA) 이후 11년이 됐다. 신인 3할 타자는 1998년 강동우(당시 삼성) 이후 배출되지 못하고 있다.
순수 신인왕의 맥이 끊긴 이유를 바라보는 시각은 복합적이다. 먼저 프로와 아마의 기량 차이가 현저하다는 지적이다. 프로 코칭스태프들은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선수들의 기본기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그래서 구단들도 유망 신인의 경우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퓨처스리그에서 육성 과정을 밟도록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우수한 재목이 타 종목을 선택해 이른바 ‘거물급 신인’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육성위원이기도 한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일단 선수층이 얇아진 게 문제다. 요새 들어 운동을 시키려는 부모들도 줄고 있다. 재능은 있는데, 막상 야구선수를 하겠다는 아이들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고교 시절 혹사에 의한 부상도 빼놓을 수 없다. 운동선수들의 수술과 부상을 전문으로 다루는 서울의 한 정형외과에는 팔꿈치 수술을 받으러 오는 고교야구 투수들이 줄을 선다는 후문이다.
올해도 이미 1차 지명 투수의 부상 소식이 전해졌다. 최대어로 꼽혔던 롯데 1차 지명 투수 윤성빈은 어깨 상태가 좋지 않다. 고교시절 많이 던져, 피로가 누적된 상황이라 부상이라고 하기에는 어렵지만 마무리캠프와 1군 스프링캠프 모두 참가하지 못했고, 2군 스프링캠프에서도 캐치볼과 롱토스만 소화했다. 두산 1차 지명 투수인 최동현은 동국대 4학년이던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다. 역시 지난해 두산 1차 지명 투수인 이영하가 입단 직후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150km의 구속을 앞세워 화제를 모았던 NC 1차 지명 박준영도 결국 지난해 9월 수술대에 올랐다.
▲ 많이 던지는 日, 겨울에는 공을 못 던진다
가까운 일본도 역시 고교야구 선수의 혹사 문제가 매년 끊이지 않고 나오는 문제다. 원조괴물 마쓰자카 다이스케(37·소프트뱅크)는 요코하마고교 3학년이던 지난 1998년 고시엔대회 8강전부터 결승전까지 3경기 연속 쉬지 않고 27이닝을 던지기도 했다. 앞서 언급했던 후지나미나 오타니도 고교시절에 연투를 심심치 않게 했다.
다만 일본 고교야구에서는 겨울에는 투수들에게 공을 던지지 못하게 하는 안전장치가 있다. 한국 고교 선수들이 날씨가 쌀쌀한 2월에 연습 경기를 갖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일본 도쿄 토와고교(東亞高校)에서 투수로 활약했던 와치 도시히코(23)씨는 “일본 고교야구에는 투구수 제한이 없지만, 겨울에는 공을 던지지 않는다. 12월부터 3월 둘째 주까지는 연습경기라도 경기가 열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12월부터 2월말까지는 기술적인 훈련을 전혀 하지 않는다. 주로 웨이트와 러닝을 통해 단련한다”며 “12월에서 2월까지 진행되는 트레이닝이 가장 힘들다. 기본적으로 야구공을 이용한 훈련이 아니기 때문에 근육이나, 체력운동이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물론 평소에는 많이 던진다는 게 와치씨의 설명. 이는 일본 고교야구의 인기와도 관련이 있다. 고시엔대회는 프로야구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토너먼트 방식이기에 에이스들의 연투가 이어진다는 얘기다. 와치씨는 “투수들은 보통 매일 100구 정도씩 던지는데. 여름 지역대회(고시엔 예선을 겸한다) 일주일전부터는 150~200구 정도씩 던지면서 몸을 만든다. 실제로도 많이 던진다”며 “개인적으로 많이 던진다고 실력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고시엔대회와 같은 무대에서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때문에 에이스들이 자발적으로 더 던지려는 것은 있다”고 말했다.
↑ 10년 만에 순수 신인왕 배출에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넥센 이정후. "바람의 아들" 이종범 MBC스포츠 해설위원의 아들로 "바람의 손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사진=김재현 기자 |
▲ 유소년 야구의 부흥에 韓야구 미래가 달렸다
KBO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TF팀을 구성, 유소년 꿈나무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이 중 하나가 투구수 제한과 변화구 구사 금지다. 현재 고교야구에는 ‘한 경기 130구 이상 투구 제한 금지 규정’만 있다. 따라서 이틀 연속 129구씩 던지는 경우도 종종 나온다. 결국 현실적인 투구수 제한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예를 들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와 같은 투구수 제한 모델도 고려되고 있다. 주말리그는 5일 휴식을 취할 수 있지만, 토너먼트로 치러지는 전국대회는 휴식일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투수 혹사가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변화구 사용도 마찬가지다. KBO가 지난 1월 발간한 '아마야구 현황보고Ⅱ'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교야구 투수들은 커브, 슬라이더, 싱커 등 변화구를 던지기 시작하는 시기가 너무 빠르고, 과도한 훈련과 잦은 경기출장 때문에 휴식 기간이 충분치 않다는 점 등이 주요 부상 원인으로 지목됐다. 미국 스포츠의학연구소(ASMI)는 부상 예방을 위해 커브는 14∼16세 이후, 슬라이더는 16∼18세 이후에 연습하기를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고교야구 투수 52.3%와 63.3%는 이를 따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KBSA 측은 “어린 선수들의 혹사를 방지하기 위해 KBSA와 KBO가 우리 야구 현실에 맞는 최적의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야구에 대한 흥미를 갖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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