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윤지 기자] 지난해 첫 800만 관중 시대를 연 KBO리그는 올해 878만6248명, 역대 최다 관중 유치를 목표로 두고 있다. 매년 몸집 불리기에는 성공하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잡음, 진통도 잦아 팬들의 실망감도 함께 키우고 있다.
화려한 겉모습과는 다르다. 외형 성장 속도에 맞춰 다지지 못한 내실은 별로 보잘것없다. KBO리그 개막을 앞두고 불거진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 논란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새 시즌 개막을 이틀 남긴 지난달 29일, 선수협이 팬을 볼모로 구단과 협상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 알려졌다. 보도를 통해 알려진 선수협의 주장은 ‘메리트를 부활하지 않으면 팬사인회를 보이콧하겠다는 것’이었다. 선수협은 이에 대해 반박 보도자료를 내더니 하루 뒤 해명 기자회견까지 열면서 해당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야구팬의 시선은 더 싸늘해졌다. 당시 선수협 회장이었던 이호준(41·NC)의 “과거 선수와 구단 사이 있던 정이 없어지고 비즈니스 관계로 변했다”는 발언은 “선수와 팬 사이의 정부터 챙겨라”는 비난으로 되돌아왔다.
↑ 박석민(NC)이 지난 2월 WBC 대표팀 전지훈련 기간 야구장을 찾은 팬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이번 선수협 논란에서 야구팬은 전적으로 구단의 편에 서있다. 팬을 볼모로 협상한다는 인상은 그야말로 치명타다. 야구팬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팬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미비했던 선수들이 팬서비스를 걸고넘어진다는 사실이 기가 찰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그동안 선수들에게 상처 받았던 경험들을 성토하고 있다.
이번 논란이 촉매제가 됐지만, 선수들의 팬서비스 부족에 대한 불만은 평소 차곡차곡 쌓여왔다. “사인 요청을 거절하는 것보다 팬들에게 짜증을 내고 사라진다거나 아예 무시하기도 한다” “성인 팬들조차도 상처 받을 만한 상황이 종종 있다” 등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한 야구팬은 “선수들도 피곤할 수도 있고 나름의 사정들이 있을 것이라고 이해한다. 하지만 다른 종목과 비교해 봐도 단순히 피곤하다는 이유가 맞지 않는 것 같다. 최근 야구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콧대가 높아진 거다. 개선에 대한 기대도 그다지 들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미국, 일본 등 해외 리그와 비교해 팬서비스에 대한 국내 선수들의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은 항상 지적돼 온 문제다. 한화에서 뛰다가 메이저리로 진출한 류현진(30·LA다저스)은 팬을 피해 빠르게 도망치는 듯한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돼 많은 비난을 받았다. 이 사인 기피 논란 이후 류현진은 당시 상황을 해명했으나 국내 야구팬은 “류현진은 한화 시절에도 팬서비스가 좋지 않았던, 원래 그런 선수였다”고 코웃음을 쳤다.
↑ 구단에서는 다양한 팬서비스를 기획하려 하지만 선수들의 협조를 얻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사진과 내용은 관련없음) 사진=MK스포츠 DB |
전 여자친구의 SNS상 폭로로 시작된 장성우(27·kt) 사건에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핵심은 ‘선수가 팬을 비난했다’는 점이다. “냄새나게 생겼다. 야구 좋아하는 X들은 다 저래. 토할 것 같다” 등 다수의 팬을 싸잡아 비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야구팬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 담론은 확장된다. 야구은 ‘극소수’ 선수의 잘못된 생각이라고 여기고 싶어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장성우만의 문제는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적지 않은 선수들이 팬을 하찮은 존재로 의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
↑ LA 다저스 에이스 커쇼가 경기 전 자신의 사인을 더그아웃 너머의 팬에게 전달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다년간 메이저리그를 취재했던 민훈기 SPOTV 해설위원은 메이저리그의 팬서비스가 발전한 데 문화의 힘이 컸다고 바라본다. 민 위원은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선수들의 마인드가 문제가 되고 있다. 메이저리거의 경우 어려서부터 야구와 팬으로 받은 많은 혜택과 경제적 이득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마인드가 있다. 선배가 하는 것을 보고 배우며 실질적으로 교육도 한다. 그러한 ‘문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의미한 과거 일화도 소개했다. “켄 그리피 주니어(48)가 현역으로 뛸 때였다. 시범경기가 끝나고 1시간 정도 기사를 쓰고 나왔는데 그 선수가 아직도 사인을 해주고 있더라. 메이저리그에서도 아주 흔한 장면은 아니지만 유명한 스타들이 그렇게 하니까 자연스레 체득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KBO리그의 경우에는 전통적으로 팬서비스에 인색했던 것이 아직까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이유다.
↑ 당사자인 선수들의 의식 개선 없이는 끝내 해결점에 도달하기 어려운 문제다. 사진=MK스포츠 DB |
민 위원 역시 “KBO리그도 많이 좋아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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