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삼성 라이온즈는 프로야구계 전통의 명가 중 한 팀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전부터 각종 논란의 중심에 있더니 성적까지 급추락하고 말았다. 지난해 정규시즌을 9위로 마감하며 수모를 당했고 올해 역시 절치부심 각오에도 불구하고 시범경기부터 좋지 않은 흐름 속 19일 오전 현재 리그 최하위로 쳐져있다. 15번 경기 동안 승리는 고작 세 번 뿐. 더 큰 문제는 많은 이들이 삼성의 전력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몇 년 사이 삼성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진걸까.
삼성은 2000년대 후반 SK에 뒤이은 왕조를 구축했다. 지키는 야구, 막강 불펜야구 등이 테마처럼 자리잡았고 이승엽을 비롯해 최형우, 박석민, 박한이 등 대형타자, 오승환과 임창용, 안지만 등 최강 뒷문이 건재했다. 공수에서의 막강했던 그 힘은 연속적으로 수년간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지배하게 만든 힘으로 작용했다. 그 사이 수많은 스타들이 등장했고 삼성은 리그서 대표적인 강팀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다.
↑ 삼성이 올 시즌 최악의 시즌 출발을 보이고 있다. 그간 예상하기 힘들었던 최하위 추락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 사진=MK스포츠 DB |
왕조의 무너짐은 급작스웠지만 한편으로는 서서히 시작된 측면이 강하다. 우승을 반복하다보니 신인 드래프트에서 삼성은 항상 하위 픽에 머물렀다. 좋은 자원을 얻지 못한 채 세월이 흘렀고 이는 팜의 황폐화로 연결됐다. 나머지 구단들이 굵직굵직한 자원들을 효율적으로 뽑아간 반면에 삼성은 에이스급 유망주 영입이 더뎠고 이는 왕조가 무너진 이후 미래를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원인이 됐다. 백정현 등 30세 이상의 선수들이 아직도 유망주라 불리고 있는 게 현실. 세대교체 작업이 지지부진했다. 1차 지명이 부활된 뒤 지역 에이스들을 한 명씩 수혈하고 있지만 턱 없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최근 몇 년 동안 야수 중 구자욱과 투수 중 최충연, 장필준 등이 이름을 알린 새 얼굴의 전부였다. 이마저도 구자욱을 제외하고는 아직 현재 진행 형에 가깝다. 정인욱, 이케빈 등 잠재력을 펼치지 못하며 제자리걸음인 기대주들 또한 부지기수다. 올해는 장지훈, 최지광 등이 주목을 받았으나 장지훈은 부상으로 이탈했고 최지광은 아직 1군에 올라오고 있지 못하다.
↑ 여러 이유가 있지만 지난해 실패한 외인농사는 삼성의 장점을 완벽히 실종되게 만들었다. 사진=MK스포츠 DB |
삼성왕조가 흔들린 것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외인잔혹사도 한 몫했다. 삼성은 외인 잘 뽑기로 유명한 구단이었다. 당장 지난 몇 년 전을 살펴보면 릭 밴덴헐크, 야마이코 나바로, 알프레드 피가로 등 최상의 선수들과 함께했다. 삼성의 스카우트 팀이 팀 전력 반을 먹여 살렸다고 표현에도 과언이 아닐 정도.
그런데 지난해 충격적인 반전을 경험했다. 2014년 한 해 함께했던 기존 외인 세 명과 자의반 타의반으로 모두 이별한 뒤 새 얼굴들로 채웠는데 타자 아롬 발디리스와 투수자원 콜린 벨레스터, 앨런 웹스터 이들 세 선수들이 시원치 않은 경기력을 선보이며 완벽히 존재감이 사라지고 만 것이다.
발디리스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8시즌을 뛴 풍부한 경험과 강한 어깨가 바탕이 된 수비력 그리고 장타력을 인정받았으나 예상과 달리 잔부상에 시달리더니 44경기 출전 동안 타율 0.266, 8홈런, 33타점을 얻는데 그쳤다. 아킬레스건 통증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결국 수술을 이유로 여름 무렵 고향으로 떠났다.
시범경기부터 들쭉날쭉했던 벨레스터는 개막 후에도 12⅓이닝 12개 볼넷을 내주는 등 영점을 전혀 잡지 못했다. 급기야 팔꿈치 통증까지 호소.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웹스터 역시 부진 끝 종아리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대체외인으로 영입된 레온도 경기에 거의 나서지 못했고 요한 플렌데도 만족스럽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들 세 선수가 따낸 승수는 고작 6승. 몇 번의 교체와 잦은 변화에도 반등은 없었고 그렇게 삼성은 역대 최악의 외인농사라는 오명을 쓴 채 침식했다.
↑ 하지만 결정적으로는 2년전 야구계를 떠들석하게 만든 불법 해외원정도박 사건여파가 컸다. 사진=MK스포츠 DB |
이러한 환경적 어려움으로 흔들리던 삼성의 상황에 기름을 붓는 일이 발생했다. 바로 불법 원정도박사건. 그들은 핵심선수들이었다. 일본 프로야구로 떠난 오승환의 공백을 메울 적임자 안지만과 선발 10승이 가능한 황태자 윤성환, 그리고 여전한 뱀직구를 자랑했던 임창용까지. 이들이 해외에서 불법 원정도박 혐의를 한 사실이 2015년 한국시리즈 직전 알려졌고 파장은 일파만파로 퍼졌다. 결국 팬들의 비난이 더해지자 삼성은 당시 한국시리즈에 이들 선수를 기용하지 않았다.
이 문제는 해를 넘어서 법적인 문제로까지 이어졌고 그 결과 이미 팀을 떠난 오승환 외에 임창용이 방출되는 결말을 맞이했다. 안지만과 윤성환은 초반 여론의 눈치를 살피더니 2016시즌 슬그머니 복귀했다. 다만 윤성환과 달리 안지만은 추가적으로 도박과 관련 혐의가 제기되며 삼성에서 계약해지를 요청한 상태다. 결과적으로 삼성은 도박사건으로 팀 전력이 송두리 째 뽑히는 것을 피하지 못했다. 임창용, 안지만 등 불펜의 급격한 이탈 속 뒷문은 헐거워졌고 역전패가 적었던 삼성의 몰락에 단초를 줬다.
사기와 분위기 측면도 무시하기 어렵다. 때마침 비슷한 시기 모기업도 제일기획으로 이관됐고 이는 자연스럽게 긴축재정으로 귀결됐다. 박석민, 최형우, 차우찬까지. 대형급 FA자원들이 대거 삼성을 떠났다. 한 때 돈성이라는 부정적 별명을 얻었을만큼 FA에서 큰 손이자 배포있는 씀씀이를 과시했던 삼성이지만 이제는 떠나는 선수가 속출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몰린 것이다.
▲새로운 출발 2017시즌...하지만 아직
지난해 사상 첫 9위로 시즌을 마감하며 수모를 경험한 삼성. 여러 좋지 않은 안팍 상황에도 도약을 다짐하며 의욕적인 움직임을 펼쳤다. 과감하게 젊은 피 김한수 감독을 선임했고 우규민과 이원석 등 14년 만에 외부 FA까지 영입했다. 강한울 등 보상선수도 면밀히 따지며 지명했다. 외인 옥석고르기에도 매진해 앤서니 레나도, 잭 패트릭, 다린 러프를 영입했다. 이름값에 의존하기보다는 철저히 국내무대서 성공할 수 있는 자원들을 꼽았다. 완벽함을 위해 메디컬테스트를 국내에서 실시하는 꼼꼼함까지 자랑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인 현재 분위기는 다소 좋지 못하다. 오히려 삼성의 무난하고 당연한 꼴찌분위기로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곧잘 들릴 정도. 기대를 모았던 레나도는 부상불운에 울고 있고 메이저리그 경험이 풍부한 러프는 부진한 타격으로 팬들의 인내심을 자극하고 있다. 영입된 선수들 효과도 아직은 미지수. 오히려 초반부터 부족한 수비력이 드러나며 이길 경기도 지고 질 경기도 내주고 있다.
삼성의 올 시즌 성적을 예단하기는 힘들다. 시즌 초반이고 이후 반전이 펼쳐질 수 있다. 아직 초반이기에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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