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전주) 이상철 기자] ‘개최국’ 한국이 웃었다. 필요했던 첫 승을 따냈으며 홈 어드밴티지의 ‘효과’를 체험했다.
대회 공식 명칭은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다. FIFA 주관 대회가 국내에서 개최된 것은 컨페더레이션스컵(2001년), 월드컵(2002년), U-17 월드컵(2007년) 이후 4번째다. U-20 월드컵 유치는 처음이다.
한국은 15년 전 한반도를 붉은 물결로 뒤덮으며 아시아 첫 월드컵 4강 신화를 창조했지만, FIFA 주관 대회에서 조별리그를 통과한 유일한 사례였다. 결과적으로 컨페더레이션스컵과 U-17 월드컵에서는 ‘잔칫상’만 차려준 꼴이었다.
↑ 한국이 FIFA 주관 대회의 첫 경기를 승리한 것은 2002 한일월드컵 폴란드전(2-0) 이후 처음이다. 사진(전주)=옥영화 기자 |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서 U-20 월드컵으로 간판을 바꾼 2007년 이후 개최국이 일찌감치 짐을 정리했던 적은 딱 1번이다. 캐나다는 2007년 대회에서 1골도 넣지 못하며 3패로 탈락했다. 2009년 대회 이후 이집트(16강), 콜롬비아(8강), 터키(16강), 뉴질랜드(16강) 등 개최국은 모두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역대 아시아에서 개최된 U-20 월드컵에서 개최국이 토너먼트에 나간 것은 2003년의 UAE(8강) 밖에 없다. 일본(1979년), 사우디아라비아(1989년), 카타르(1995년), 말레이시아(1997년)는 모두 조별리그 탈락했다.
1983년 멕시코 대회 이후 34년 만에 4강 신화 재현을 꿈꾸는 신태용호도 1차 목표는 조별리그 통과다. 개최국의 자존심이다. 기니전 승리로 그 체면이 섰다.
객관적인 전력상 A조 약체로 꼽힌 기니는 16강에 나가기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할 상대다. 자칫 경기를 그르칠 경우, 아르헨티나전과 잉글랜드전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짙은 먹구름이 낄 수 있었다.
그만큼 기니전 승리가 중요했다. 많은 골을 넣을수록 더 좋으나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다득점보다 승점 3점이었다. 잉글랜드가 아르헨티나를 3-0으로 대파하면서 승리에 대한 압박은 더욱 커졌다. 승리는 따 놓은 당상’이라는 시선은 어린 태극전사의 어깨를 더 짓눌렀다.
더욱이 만원 관중 앞에서 뛰는 경험도 생소하다. 전주월드컵경기장이 낯설지는 않다. 지난 4월 26일 전북현대와 연습경기를 가졌다. 그러나 24일 전과 같은 것은 장소뿐이었다. 신태용 감독도 “많은 관중이 들어선 경기장에서 뛰었던 선수가 없다. ‘12번째 선수’라고 표현하나 오히려 짐이 될 수도 있다”라고 했다.
하지만 어린 태극전사는 그 압박을 이겨냈다. 전쟁터를 축제의 장으로 바꿔놓았다. 전반 36분 이승우(바르셀로나)의 판타스틱 선제골 이후 모든 게 변했다.
뜨거워진 분위기를 십분 활용했다. 리듬을 타는 쪽은 한국이었다. 3만7500명 관중이 목소리와 박수로 모은 ‘기’는 어린 태극전사를 춤추게 했다. 이승우는 “FIFA 주관 대회는 2번째 참가지만, 국내에서 열리는 터라 (칠레에서 열렸던)U-17 월드컵과는 분위기부터 다르다”라고 말했다. 응원에 신이 났다는 이야기다. 처음이나 유쾌하고 짜릿한 경험이었다. 더 강하게 느끼고 싶은 욕구도 커졌다.
↑ 백승호의 3번째 골은 가장 완벽하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U-20 월드컵 최다 득점차 승리 타이 기록과 함께 A조 공동 선두로 이끈 골이었다. 사진(전주)=옥영화 기자 |
그렇다고 가볍지만은 않았다. 1골차 싸움이었다. 후반 31분 임민혁(FC서울)의 추가골이 터지기 전까지 그들의 머릿속 스코어는 1-0이 아닌 0-0이었다. 냉철해지려고 노력했다. 방심은 끝까지 없었다. 그리고 끝까지 골 사냥을 펼쳤다.
3-0의 최종 스코어로 최다 득점차 승리 타이. 한국이 U-20 월드컵에서 3골차 승리를 거둔 것은 이번이 4번째였다. 슛 7개로 3골을 기록했다. 신 감독이 골 결정력을 칭찬한 이유다. 이 3골로 한국은 잉글랜드와 함께 A조 공동 선두에 올랐다. A조 1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골도 필요하다.
첫 판이 중요했다. 한국은 조별리그 탈락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