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야신(野神)은 야인(野人)이 됐다. 김성근(75) 감독은 2년 7개월 만에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벗었다. 사실상 경질이다. 그는 더 이상 대전한화생명이그스파크의 1루측 더그아웃에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앞으로 ‘프로야구단 감독’으로서 더그아웃을 방문할 가능성도 희박해졌다.
김 감독은 2011년 8월 SK 와이번스를 떠났다. 성적 부진은 아니었다. 김 감독은 3차례(2007·2008·2010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당시 SK의 순위도 상위권이었다. 구단과 마찰을 빚었다. 매번 반복되던 그림이었다. 때문에 각 구단은 김 감독을 기피했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3년 후 현장에 복귀했다. 탈꼴찌와 가을야구를 꿈꿨던 한화 이글스의 10대 사령탑이 돼 돌아왔다. 한화는 김 감독이 맡았던 OB 베어스(1984~1988년), 태평양 돌핀스(1989~1990년), 삼성 라이온즈(1991~1992년), 쌍방울 레이더스(1996~1999년), LG 트윈스(2001~2002년), SK(2007~2011년)에 이은 7번째 프로야구단이었다.
↑ 2014년 10월 28일, 취임식에서 한화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고 모자를 쓰는 김성근 감독. 이 같은 풍경을 다시 볼 날이 있을까. 사진=MK스포츠 DB |
한화도 3년 전 김 감독 선임에 난색을 표했다. 어디를 가든지 권위적인 유형의 김 감독과 선수단 운영을 두고 갈등을 빚을 게 뻔했다. 그렇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을 모셔오자’라는 한화 팬의 청원운동에 그룹 수뇌부도 프런트의 반대를 무릅쓰고 김 감독과 3년 계약했다. 여론의 등쌀에 밀린 꼴이다.
결과적으로 한화도 다르지 않았다. 완고한 김 감독과 화목하게 보낸 날이 없다. 시끄러웠다. 잡음이 계속됐다.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졌고, 결국 결별로 이어졌다. 김 감독은 2017년까지 계약됐다. 한화는 애초 김 감독과 동행을 ‘최대 3년’으로 염두에 뒀다. 이별은 예정돼 있었다. 그 시기가 앞당겨졌다. 하지만 결별 사유는 누구나 예상했던 대로였다.
김 감독은 ‘자유계약감독’이 됐다. 어느 팀에도 갈 수 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그가 재취업을 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김 감독이 프로야구팀을 다시 맡을 마음이 있더라도 그를 포용할 구단이 없다. 이미 김 감독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구단은 거리를 멀리하고 있다.
김 감독의 야구색깔과 야구철학은 확고하다. 개성이 강하다. 그만의 야구다. 그러나 구시대적인 발상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무분별한 선수 운용에 따른 혹사 논란도 제기됐다. 프런트와 갈등은 날이 갈수록 더욱 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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