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새로움은 활력을 불어넣는다. 새 얼굴들의 등장 또한 마찬가지. 새 얼굴들은 기존 체제에 긴장감을 일으키고 경쟁의식을 싹 트게 하며 세대교체의 시작을 알린다. 건강한 순환구조다. 프로스포츠에도 적용되는 이야기다.
올해 KBO리그는 이처럼 새 얼굴들의 활약이 이전에 비해 눈에 띈다. 특히 새내기라 부를 수 있는 2017년 신인선수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성적이면 성적, 스타성이면 스타성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다. 개막 후 두 달여가 지난 현재 신인들이 보여주는 이슈가 상당한 편. 주전 자리를 꿰찬 선수가 있으며 이를 위협한 선수, 혹은 잠재력을 마음 껏 뽐낸 선수 등 유형도 다양하다.
▲아버지? 아니 이정후 그 자체
↑ 성적에 스타성까지. 이제 이정후(사진)는 이종범 위원 아들이란 사실보다 이정후 자체로도 경쟁력이 있음을 증명해나가고 있다. 사진(고척)=김재현 기자 |
두 달 여가 지난 현재 이정후는 기대를 120%이상 뛰어 넘고 있다. 29일 현재 리그에서 타율 0.343 8위, 안타 59개 8위, 득점 38점 3위라는 신인에게 기대하기 어려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 우려와 달리 초반부터 아직까지 별다른 슬럼프가 없으며 테이블세터에서 최근에는 9번 타자까지, 타순의 영향도 덜 받고 있다. 지금 기세라면 압도적 신인상도 예상되는 분위기. 초반 그 많았던 아버지 이종범 이야기보다 이제 이정후 자체를 주목하는 시선이 늘어났다.
▲김명신과 박치국이 만든 두산의 미래
디펜딩 챔피언 두산은 시즌에 앞서 기존전력이 너무 탄탄해보였다. 새 얼굴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어보였다. 하지만 기존전력들은 초반 페이스가 좋지 못했다. 그 사이 김태형 감독은 신인들에게도 적절히 기회를 줬는데 성과가 있다. 바로 김명신(24)과 박치국(19) 두 투수.
김명신과 박치국 모두 두산의 미래자원들로 꼽혔다. 2017년 1차 지명인 김명신은 ‘우완 유희관’이라 불릴 정도로 정교한 제구력이 기대감을 안겼다. ‘판타스틱4’ 두산 선발진이 마이클 보우덴의 부상이라는 변수 속 흔들렸고 김명신이 파격적으로 기회를 받았다. 김명신은 초반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확실히 존재감을 높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뜻밖의 사고로 제동이 걸렸다. 김명신은 지난 4월25일 고척 넥센전에 선발 등판했는데 상대 김민성이 때린 타구에 얼굴이 맞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한 눈에 봐도 큰 사고. 즉각 병원으로 이송했고 광대뼈 세 곳 골절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이어 5월2일 수술했고 퇴원해 현재는 이천에서 재활을 시작했다. 다행스럽게 시력과 기타 큰 위험요소가 있지는 않다는 결과. 후유증을 경계하며 차근차근 재활을 진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명신 입장에서 제대로 날아 보려하자 맞이한 제동. 그래도 이를 치유할 많은 사랑과 격려를 받고 있다.
김명신의 빈 자리는 또 다른 신인 박치국이 채웠다. 제물포고 출신으로 2017 두산 2차 1라운드로 지명된 박치국은 사이드암으로 고교시절부터 에이스 대우를 받고 성장했다. 스프링캠프부터 선발후보감으로 거론됐으나 일단 2군에서 시작했다. 그 가운데 여러 팀 변수 속 기회를 얻었고 현재 선발투수로서 까지 자리 잡았다.
박치국은 첫 데뷔전인 4월27일 넥센전서 6타자를 상대하며 볼넷을 세 개나 내줬다. 신인이 범하는 흔한 어려운 피칭을 했는데 이후 서서히 안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그러다 5월19일 KIA전부터 지난 25일 LG전까지 두 번 선발로도 나왔다. 결과는 기대감을 안기기 충분했다. 구체적 수치보다 상황에 따른 내용이 좋았다. 김태형 감독도 여유 있게 던지고 있다며 희망이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두 신인선수와 높낮음을 함께 경험한 두산은 5월부터 뜨거운 반격에 나서는 중이다.
↑ 두산 우완투수 김명신(사진)은 우여곡절이 많다. 짧은 1군 경험과 큰 부상, 그래도 앞으로를 기대해 볼만한 자원임을 보여줬다. 사진=김영구 기자 |
▲가능성 남긴 투수들
배짱과 패기. 아직 정착하지 못했지만 확실한 존재감을 남겼고 또 가능성을 키운 2017 신인투수들의 키워드다.
고우석(19)은 LG가 지난해 1차 지명한 투수자원. 충암고 출신의 그는 일찌감치 높은 기대를 안겼다. 미래의 오승환(세인트루이스)이 될 재목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양상문 감독은 기존과 달리 이례적으로 신인인 그를 비시즌 스프링캠프에도 데려갔다. 1군감으로 보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고우석은 데뷔전인 4월16일 kt전서 3점 리등상황 때 등판했는데 1이닝을 깔끔하게 막은 것은 물론이며 150km의 강속구를 던져 팬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이후에도 차츰 역할을 늘려나갔다. 담대한 배짱과 묵직한 피칭, 빈틈없는 LG 마운드에서도 필승조에 가까운 활약을 펼치기도 했다. 다만 데이비드 허프 등 부상자가 복귀하며 마운드 구성 상 고우석의 자리가 없었고 미래를 위해 경험을 키운다는 의미에서 지난 11일 말소됐다. 그러나 구위자체를 인정받았기에 언제든 재합류가 가능한 자원으로 꼽힌다.
↑ 고우석(사진)은 LG의 미래를 책임질 마무리투수 후보감으로 꼽힌다. 인상 깊은 데뷔전을 치른 뒤 현재는 2군에서 경험을 키우고 있다. 사진=옥영화 기자 |
하지만 함께 기대를 모은 1차 지명이자 미래 마무리감으로 기대된 장지훈(20)은 아쉬운 결과가 만들어졌다. 장지훈은 개막 엔트리에 들은 뒤 네 경기 동안 무실점 피칭을 하며 강렬한 신고식을 치렀으나 이후 오른쪽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으며 한동안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게 됐다.
김성민(23)은 신인인데 사연이 많다. 일단 지난해 SK가 2차 1순위로 지명하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상원고 시절부터 대어급 기대주로 각광받았다. 볼티모어와 접촉하는 과정에서 선수등록 규정을 위반해 입단하지도, 국내에서는 무기한 자격중지라는 징계도 받았다. 그러다 징계가 풀린 뒤 지난해 드래프트서 SK의 지명을 받게 됐다. 즉시전력감으로 구분된 김성민은 불펜으로 10경기에 출전해 1홀드 평균자책점 6.17을 기록했다. 지난 1일 엔트리에서 말소된 뒤에는 퓨처스리그 3경기에 나서 2패 평균자책점 7.94(11⅓이닝 11실점 10자책)의 성적을 냈다.
그런 와중 김성민은 지난 18일 깜짝 트레이드의 주인공이 됐다. 보통 입단 첫 해 신인이 트레이드 대상이 되는 것은 쉽지 않은 일. 그럼에도 SK와 넥센의 교감 속 김택형과 유니폼을 맞바꿨다. 그리고 직후 선발로 나서는 중책을 맡아 28일 삼성전서 4이닝 4피안타 5탈삼진 3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승리투수는 되지 못했지만 깜짝호투로 인상을 남겼다. 다양한 변화구 활용이 주효했다. 넥센 선발진이 두터운 편이기에 장정석 감독의 고민을 안기기 충분한 내용이었다.
↑ 넥센 김성민(사진)은 신인 지명 후 첫 시즌부터 트레이드에 선발등판이라는 다양한 스토리의 중심에 자리했다. 사진(수원)=김재현 기자 |
▲그리고…또 다른
그 외 2017년 신인 선수들은 아직 자신 만의 스토리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롯데 2차 2라운드 내야수 김민수가 4경기 뛴 뒤 다시 2군으로 내려갔으며 3라운드 불펜투수 강동호는 나름 중요한 역할을 해내다 28일 말소됐다. 김태군 백업이자 미래를 맡아줄 안방마님이 절실한 NC는 미국에서 유턴한 포수자원 신진호를 1군에 일단 불러 준비시키고 있다. 수원과 kt의 미래 외야수로 꼽히는 홍현빈은 개막 엔트리에 들었으나 2군에 내려갔다가 다시 합류하는 등 경험을 키우는 시행착오 중이다.
▲남은 4개월이 궁금해
야구인들은 순수신인이 첫 해 1군에서 인상적 활약을 펼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데 입을 모은다. 최근 몇 년간 중고신인들의 득세 속 순수신인들이 자리 잡는 경우가 적었던 것도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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