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최근 들어 급격히 ‘대기만성’, ‘늦게 핀 꽃’, ‘차세대 리드오프’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선수가 있다. 포화상태인 팀 외야진에서 잠시 스쳐지나가는 선수일 것이라 생각됐지만 오히려 경쟁자들 중 가장 돋보이고 있는 반전의 선수이기도 하다. 인상적인 기록과 존재감으로 KBO리그 팬들 뇌리에 이름 석 자를 박히게 한 선수인 것도 맞다. 생소하고 풋풋한 이름이지만 벌써 데뷔 후 8년차인 LG 트윈스 외야수 백창수(29)의 이야기다.
백창수는 지난 23일 대구 삼성전 1회초 상대투수의 투구에 왼쪽 발을 맞았다. 1회말 수비까지 소화했으나 결국 선수 보호 차원에서 교체를 피하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25일 잠실구장. 넥센과의 경기를 앞둔 양상문 LG 감독은 백창수가 발가락 부위 쪽에 심하지는 않지만 다소 걷는 게 불편할 정도의 아픈 상태가 남았다며 이날 경기에 나서지 않는다고 밝혔다. 덤덤하게 이야기했지만 표정에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LG 팬들의 마음 역시 다르지 않았을 터. 그만큼 최근 백창수의 기세는 뜨겁고 또 기대감이 들기에 충분했다.
↑ 백창수(사진)는 올 시즌 팀 외야진 그리고 1번 타순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
근래에는 리드오프로 주로 출전해 공격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했다. 그러면서 2경기 연속 1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홈런을 날리는 KBO 통산 2호 이색기록까지도 세웠다. 아직 표본이 적지만 4할대 타율에 자신의 통산 홈런 두 배인 4홈런, 그리고 역시 개인 통산최다인 16타점 기록까지...백창수는 개인커리어 하이는 물론 조만간 LG의 2017시즌 히트상품으로까지 떠오를 기세의 활약을 보여줬다. 히트상품이라기엔 다소 쑥스러운 나이지만 그만큼 현재 LG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인 것이 분명하다. 그의 발가락 부상 소식과 더불어 상승세 중이던 팀은 공교롭게 2연패를 기록하기도 했다.
부상을 당하기 이전 백창수는 “(경기에) 나갈 때마다 잘 하고 싶다는 생각 뿐”라며 “리드오프 역할이라고도, 주전이라고도 생각 안 한다. 그냥 ‘첫 번째 타자?’ 그 정도로만 생각하고 임무에만 신경 쓰고 있다”고 담담히 최근 심정을 밝혔다.
들뜨지도, 그렇다고 가라앉지도 않은 상태. 백창수는 “감사하게도 콜업이 됐고 또 시합에도 많이 나가고 있다. 처음에는 부담이 있었지만 마음을 편히 먹고 하다 보니 더 잘되는 것 같다”며 “이전에 비해 자신감이 생겼다. 예전에는 출근길이 가시밭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요즘에는 정말 재밌다. 시합은 여전히 전쟁터지만 그래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그런 부분이 (이전에 비해) 달라진 것 같다”고 솔직한 소회를 털어놨다. 즐겁지만 아직 긴장감도 가득한 상태. 백창수는 LG 팬들의 뜨거운 사랑과 늘어난 관심에도 “감사하지만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다”고 강조하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 백창수(오른쪽)는 순항하던 지난 23일 대구 원정길서 발가락 부상을 당했다. 일단 25일 경기는 결장했는데 공교롭게 연승 중이던 팀은 이후 2연패에 빠졌다. 사진=김영구 기자 |
그는 “일단 꾸준히 나가야한다. 출전할 때마다 안타를 때린다면 (감독님이) 계속 내보내주시지 않겠나”라며 “남들이 볼 때는 별거 아니지만 100안타를 넘겨 전광판에 새기고 싶다”고 담담한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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