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이상철 기자] 26일 KBO리그 최고 투수 중 1명과 막 떠오르는 신예의 대결이었다. 결과는 의외였다. 팽팽한 투수전이었다. 그리고 김대현(20·LG)과 밴 헤켄(38·넥센), 신구 킬러 대결이었다.
26일 잠실 넥센-LG전은 하루 전날과 다르게 1점 뽑기가 쉽지 않았다. 선발투수의 호투 행진이었다. 김대현은 거침없이 기세를 이어갔고, 밴 헤켄은 롤러코스터의 최정점에 있었다.
2016년 신인 1차 지명의 김대현은 넥센전 등판이 처음이었다. 유일하게 상대하지 못한 팀이었다. 넥센은 팀 타율이 0.295로 3위다. 25일 경기에서도 홈런 3방을 날리며 소사(5⅓이닝 6실점)를 케이오시켰다.
↑ 넥센의 밴 헤켄은 26일 잠실 LG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를 펼쳤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그러나 알고 보니 넥센 킬러였다. 최근 2경기 연속 호루틀 펼친 김대현이었다. 지난 19일 잠실 kt전에서 데뷔 첫 퀄리티스타트(6⅓이닝 2실점 1자책)를 했다. 점점 더 잘 던졌다. 이날은 가장 빼어났다.
1회와 2회 선두타자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곧바로 내야 땅볼을 유도해 더블플레이로 연결했다. 4회까지 2루도 허용하지 않으며 넥센 타선을 꽁꽁 묶었다.
김대현이 한 이닝에 주자를 2명 내보낸 것은 5회가 처음이었다. 장영석을 사구로 내보낸 뒤 살짝 흔들렸다. 박정음의 안타로 맞이한 1사 1,2루. 고종욱의 타구를 직접 잡아 2루로 던졌다. 병살타를 노렸으나 아웃카운트는 1개.
계속 매끄럽지 않았다. 박동원을 상대로 1B 2S의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은 뒤 던진 커브를 포수 유강남이 블로킹하지 못했다. 폭투로 첫 실점. 이날 김대현의 호투 중 유일한 오점이었다.
8회 박정음과 10구 승부 끝에 볼넷을 내보냈고, 폭투에 이어 고종욱에게 3루타를 허용했다. 김대현의 추가 실점. 박동원의 희생타로 실점은 3점이 됐다.
그럼에도 패기 넘치는 투구였다. 김대현은 8회까지 마운드에 올랐다. 개인 1경기 최다 이닝(7). 탈삼진(5개)도 가장 많았다.
다만 김대현에게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하필 이날 넥센 선발투수가 밴 헤켄이었다는 점이다. 밴 헤켄은 변함없는 LG 킬러였다. LG전 통산 13경기 13승 5패 평균자책점 2.45로 매우 강했다. 올해도 LG 상대 평균자책점이 1.38이다. 밴 헤켄이 상대한 8팀(NC전 등판 없음) 성적 중 가장 좋다.
지난 3월 31일 개막전(6이닝 2실점 1자책)에서 지원 부족으로 패전투수가 됐지만 지난 6월 23일 고척 경기에서 탈삼진 퍼레이드를 펼치며 7이닝 2실점 1자책으로 호투했다. 특히 개시 후 7타자 연속 탈삼진으로 신기록을 세웠다.
↑ LG의 김대현은 26일 잠실 넥센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를 펼쳤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강세는 계속됐다. 밴 헤켄은 LG 타선을 압도했다. 5회까지 투구수가 겨우 52개(9개-13개-14개-10개-6개). 득점권에 주자가 나간 유일한 2회(1사 2루)에도 범타로 유도하며 어렵지 않게 불을 껐다. 탈삼진(7개)은 호투를 좀 더 맛깔나게 만드는 양념이었다.
잠실구장에 서면 밴 헤켄은 무적의 투수였다. 2015년 5월 2일 잠실 LG전 이후 잠실구장 6연승이다. 6회 이후에도 밴 헤켄의 구위는 변함없었다. 8회 정성훈에게 홈런을 맞으며 무실점이 깨졌지만 곧바로 3타자 연속 탈삼진으로 괴력을
2012년 KBO리그에 진출한 밴 헤켄은 144경기를 뛰면서 한 번도 완투를 하지 않았다. 8회까지 밴 헤켄의 투구수는 93개. 더 던질 법도 하나 9회 마운드에 오른 넥센 투수는 김세현이었다. 8이닝(1실점)도 밴 헤켄의 시즌 최다 이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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