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황석조 기자] 김한수 삼성 감독은 경기 전 이날 선발투수로 나서는 황수범(31)에 대해 “긴장을 덜하고 잘 던져주길”라고 기대했다. 더 나아가 대체선발 투수들 전체를 향해서도 “지금이 기회임을 알고 (스스로의) 미래를 바꾸는 피칭을 해줬으면”하고 덧붙였다. 그리고 몇 시간 뒤, 황수범은 어느 정도 김 감독의 기대에 보답하는 의미 있는 피칭을 선보였다.
황수범이 강한 인상을 남기기 충분한 피칭을 펼쳤다. 19일 잠실 LG전에 앞서 김한수 감독은 대체선발들 관련 질문이 나오자 진지한 표정으로 현재의 기회를 알고 기량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 승 뒤 다음 등판서 부진했던 안성무의 예를 들며 분발을 촉구했다.
이날 선발로 나서는 황수범을 향해서는 “2군서도 꾸준히 선발로 던졌다. 여러 구종을 가지고 있고 공이 좋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난 등판 때 겉모습은 긴장은 안 하는 듯 보였는데...두 번째 등판이니 긴장하지 말고 잘해줬음 좋겠다”고 희망했다.
↑ 삼성 선발투수 황수범(사진)이 데뷔 첫 승을 노렸으나 아쉽게 실패했다. 사진(잠실)=천정환 기자 |
이날 선발로 나선 황수범은 2012년 육성선수로 삼성에 입단했다. 1986년생이라는 나이가 보여주듯 적지 않은 나이다. 무명세월이 계속되다 올 시즌 첫 1군 기회를 얻었다. 지난 5월 불펜에서 두 번 등판했다 직후 말소됐다. 그리고 선발진 공백이 생기자 지난 8월13일 콜업 돼 롯데전에 선발로 등판했다. 결과는 3⅓이닝 6실점. 아쉬운 성적이었다.
다시 얻은 기회. 김 감독은 간절히 기대했다. 황수범도 초반 응답했다. 지난 번 같은 아쉬운 피칭이 아니었다. 볼넷 하나만 내줬을 뿐 1회를 가뿐하게 넘긴 황수범은 2회 이천웅에게 내야안타를 내줬는데 이후 야수실책으로 득점권까지 진루를 허용했다. 기어이 최재원에게 적시타를 맞아 실점했다. 다만 후속타자들을 범타로 처리하며 추가실점은 없었다.
황수범은 3회 깔끔한 삼자범퇴를 만들었다. 4회 역시 별다른 위기는 없었다. 황수범의 얼굴서 미소가 조금씩 번지기 시작했다.
위기도 있었다. 여느 경험 적은 투수가 그렇듯 승리조건이 임박한 5회가 문제였다. 선두타자 최재원에게 볼넷을 내주며 불안감을 안겼다. 정상호를 삼진으로 잡고 손주인을 뜬공으로 처리하며 이전처럼 가뿐하게 해결하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뜨거운 타격감의 박용택에게 2루타를 맞고 실점했다. 위기는 이어졌다. 이번에는 안익훈에게 투수 앞 강한 타구를 허용했다. 처리가 쉽지 않았는데 이 때 1루로 무리하게 송구하다 공이 빠졌고 추가실점했다. 안익훈은 3루까지 뛰었는데 그나마 여기서 빠른 송구가 이어져 아웃 돼 더 이상의 위기는 없었다. 하마터면 5회 크게 흔들릴 뻔했으나 약간의 행운이 함께했다.
그렇게 5이닝 동안 4피안타 2볼넷 7삼진 3실점(1자책)으로 경기를 마친 황수범. 승리요건을 갖추는데 성공했다. 144km까지 나온 속구를 비롯 포크볼을
하지만 황수범의 데뷔 첫 승의 꿈은 얼마 지나지 않아 깨졌다. 경기 후반 불펜이 역전을 허용하며 힘겹게 지켰던 승리요건이 다소 허무하게 날아갔다. 그래도 향후 등판에 기대를 걸어볼 만한 내용을 보여줬다는데서 작은 의미는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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