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부산) 안준철 기자] 6일 부산 사직구장은 비에 촉촉이 젖어 있었다. 8일 NC다이노스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있었지만, 이날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은 휴식일이었고, 비가 내려 그라운드는 방수포로 덮여 있었다. 하지만 오후 들어 비는 그쳤고, 해가 스멀스멀 나오기 시작했다. 그 때 작은 체구의 선수 하나가 배트와 공 박스를 들고 나왔다. 바로 롯데 외야수 나경민(26)이었다.
이날 공식 훈련은 없었지만, 선수들은 자율훈련을 가졌다. 나경민은 “거의 대부분 오전에 나온 걸로 아는데, 나는 오후에 나왔다”면서 “비가 와서 실내훈련장에서 타격 연습을 하려고 했지만, 비가 그쳐서 야외로 나왔다. 어차피 경기를 할 곳이라, 야외가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준플레이오프는 나경민에게 첫 가을야구다. 2010년 덕수고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 컵스와 계약해 미국으로 건너갔던 나경민은 국내로 돌아와 공익요원으로 병역을 해결한 뒤 지난해 2차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전체 24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 35경기에서 타율 0.232 3도루 3타점을 기록했는데, 빠른 발과 근성있는 플레이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 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홀로 타격연습을 하고 있는 롯데 외야수 나경민. 사진(부산)=안준철 기자 |
정규시즌에서도 나경민이 대주자로 루상에 나가면 상대 투수들이 많은 견제구를 던졌다. 롯데팬들은 상대 투수가 견제를 할 때 마다 “마!”라고 역으로 견제하는 응원으로 유명하다. 나경민은 “1루에서 ‘마!’소리를 들으면 귀가 얼얼할 정도다. 물론 집중하면 잘 들리지 않는다”며 “더 많은 견제가 올 것이라 생각하지만, '마!'소리가 많다는 건 상대 투수를 괴롭히고 있다는 증거기도 하다. 단기전에서 주루사는 분위기를 깨뜨리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한다. 공 하나 하나에 집중하면서 상대 투수를 괴롭히고 싶다”고 전했다.
나경민이 전한 롯데 선수단 분위기는 좋다. 그는 “선배들이 뭐라고 더 말하는 건 없다. 정규시즌 좋을 때도 ‘오늘만 이기자’는 분위기였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도 마찬가지다. 가을야구를 즐기되, 내 역할을 잘해서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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