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흐름을 알 수 없는 플레이오프가 됐다. 2017 KBO리그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1차전은 NC다이노스가 웃었다. 단기전에서 1차전 승리는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NC는 준플레이오프부터 원정으로 치른 1차전을 모두 승리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특히 지난 2년 간 가을야구 무대에서 당했던, 두산 베어스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를 상대로 한 승리라, 더욱 뜻깊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깨어난 재비어 스크럭스가 있었다. 100%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제프 맨쉽도 미국에서의 보직인 불펜으로 나서며, 단기전 변수로 떠올랐다.
↑ 17일 잠실구장에서 "2017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5회초 1사 만루에서 NC 스크럭스가 두산 선발 니퍼트를 상대로 역전 만루홈런을 치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NC는 두산에 13-5로 완승을 거뒀다. 승리와 함께 플레이오프 전체를 지배할 긍정적 징조들이 보였다. 특히 두 외국인 선수 스크럭스와 맨쉽의 활약이 그랬다. 결정적인 장면을 만든 이는 스크럭스였다. 2-4이던 5회초 스크럭스는 상대 1루수 실책으로 만든 무사 만루에서 타석에 들어서 니퍼트의 3구째 슬라이더를 그대로 잡아당겨 좌측 담장으로 넘겼다. 포스트시즌 13번째 만루홈런으로 6-4로 전세를 뒤집은 것이다. 이 홈런은 1차전의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두산이 6회말 1점을 추격했지만, NC가 8회초 대거 7점을 뽑으며 1차전을 가져갔다. 더욱이 스크럭스는 올 시즌 니퍼트 상대로 7타수 1안타로 열세인 상황이었고, 만루홈런을 치기 이전 두 타석도 니퍼트에 삼진, 내야 뜬공으로 다소 허무하게 물러났다. 하지만 강렬한 한 방으로 이날 MVP에 등극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도 홈런을 하나 때리며 무력 시위를 했던 스크럭스지만 타율이 1할대(0.190)으로 기대에 못미쳤던 게 사실이다. 만루홈런이 스크럭스의 각성 효과로 이어진다면 남은 경기에서도 NC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맨쉽 불펜 카드도 적중했다. 맨쉽은 메이저리그에서 불펜으로 활약한 경험이 있고, 지난해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소속으로 월드시리즈에도 출전했다. 다만 맨쉽 카드가 압도적이었다고는 할 수 없다. 맨쉽은 이날 1⅓이닝 동안 2피안타 2볼넷 1실점에 그쳤다. 김준완의 호수비가 없었더라면, 실점이 더 늘어났을 수도 있는 상황이 있었다.
↑ 17일 잠실구장에서 "2017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4회말 2사 1, 3루에 등판한 NC 맨쉽이 역투하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그래도 맨쉽의 불펜 등판이 갖는 의미는 크다. 이날 경기전 김경문 감독은 맨쉽 불펜 기용에 대해 “한 번 보시라”며 암시했다. 미출장 선수 명단에서도 해커와 이재학을 제외하며 그 가능성을 높였다. 선발로 나오던 투수의 불펜 기용, 더구나 메이저리그와 월드시리즈에서 불펜요원으로 활약한 커리어까지 NC는 확실한 믿을맨이 하나 더 생겼다. 더욱이 시즌 막판 마운드 허리의 힘이 떨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두산 타선의 화력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불펜 보강도 필수적이었
다. 맨쉽이 실점을 내주긴 했지만 1⅓이닝을 버텨준 덕분에 NC는 준플레이오프까지 포스트시즌 전경기 출장을 이어왔던 원종현, 그리고 마무리 임창민이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됐다. 여러모로 두 외국인 선수의 활약 덕에 단기전 흐름이 묘하게 NC로 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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