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이상철 기자] 지난 17일 두산과 플레이오프 1차전이 시작되기 2시간 전, 지석훈(33·NC)은 더그아웃 벤치에 앉아 물끄러미 그라운드를 바라봤다. NC의 타격 훈련이 한창 진행 중이었으나 아직 그의 차례가 아니었다.
선발 제외. 백업 내야수. 이제는 익숙한 경험이다. 올해 준플레이오프까지 포스트시즌 4경기를 뛰었지만 모두 교체 출전이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과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는 결장했다.
그러나 그는 팀 내 소금 같은 존재다. 톡톡 튀지 않으나 팀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그 동안 결정적인 상황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포스트시즌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의 준플레이오프 타율은 0.250이다. 5타석에서 안타를 1개 밖에 치지 못했다 그러나 그 안타는 NC에 귀중한 첫 승을 안겼다.
↑ NC의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 주역은 또 1명 있다. 8회 대량 득점의 물꼬를 텄던 지석훈이다. 사진(잠실)=김영구 기자 |
지석훈은 “언제 내게 기회가 주어질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부담 없이 편하게 임하고자 한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플레이오프 1차전, 지석훈의 투입 시기는 빨랐다. 이번에는 2루수였다. 박민우의 발목 통증으로 5회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리고 그는 기대 이상으로 활약했다. 김준완의 슈퍼캐치와 스크럭스의 만루 홈런에 가렸을 뿐, 지석훈의 활약은 NC 승리에 결정적이었다.
7회 첫 타석에서 볼넷을 얻은 지석훈 8회 결정적인 순간 다시 배트를 잡았다. 6-5, 1점차 승부에서 2사 1,3루였다. 두산은 나성범을 고의4구로 내보내고 지석훈과 대결을 택했다.
투수는 포스트시즌 통산 평균자책점 0.33의 이현승. 지석훈은 1구(볼)를 거른 뒤 2구를 배트에 맞혔다. 중전 안타. 3루 주자 손시헌이 홈을 밟았다 팽팽함이 깨졌다. 지석훈의 안타는 윤활유였다. NC는 이후 안타 5개와 볼넷 1개를 묶어 6점을 추가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따라붙을 수 있던 흐름이었다. 이현승이 막으면 김강률을 이어 던지게 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8회 대량 실점을 해 아쉽다”라고 말했다. 김태형 감독을 씁쓸하게 만든 발화점이 지석훈이었다.
지석훈은 “솔직히 교체로 뛰어 (활약한다는 게)쉽지 않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래도 (끝까지)집중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특히, (김경문)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신만큼 꼭 보답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지석훈은 이날 2타수 2안타 1볼넷 1타점을 기록했다. 기대에 부응했다. 두산을 꼭 이기고 싶었다던 김경문 감독에게 승리를 선물했다.
지석훈은 “(이번 포스트시즌을 보면서)감독님의 용병술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라고 했다. 이번에는 그가 김경문 감독의 용병술이 더욱 빛나도록 만들었다.
NC는 두산을 꺾고 기선을 제압했다. 5전3선승제로 치러진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리팀의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은 81.5%에 이른다. 특히, 2010년 이후에는 100% 확률이었다.
지난 2년, 환호하는 두산의 그림자에 가려졌던 NC의 한숨이었다. 지석훈은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주먹
그는 “올해는 예년과 다르다. 포스트시즌 경험이 축적됐기 때문일까, 다들 편하게 임한다. 말로만 즐기는 게 아니라 정말 팀 내 즐기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라며 “삼세번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올해는 왠지 끊지 않을까”라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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