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日 지바) 강대호 기자] 한국-북한 동아시안컵 여자부 2차전은 양국의 정치적 긴장 관계와 무관하지 않았다.
일본 지바시 소가 스포츠공원의 후쿠다 전자 아레나에서는 11일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2차전 한국-북한이 열렸다. 디펜딩 챔피언 북한은 전반 18분 선제골로 한국을 1-0으로 꺾었다.
이번 한국-북한 중립지역 경기는 4월 7일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치러진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예선 B조 경기 1-1 무승부의 리-매치 성격이었다. 당시 우열을 가리지 못한 것은 한국의 아시안컵 본선 진출과 북한의 2019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진출 좌절이라는 상반된 결과를 낳았다.
↑ 한국-북한 2017 동아시안컵 2차전 도중 김광민 감독이 북한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
김광민 북한 감독은 동아시안컵 2차전 승장 인터뷰에서 “다시는 4월 같은 결과가 반복되면 안 된다. 이런 각오와 결심으로 8개월 동안 훈련한 결과”라면서 “선수들은 아시안컵 예선탈락 및 FIFA 월드컵 본선행 좌절을 마음 아파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다. 1-0 승리 후에도 더 많은 골을 넣지 못하여 아쉬워할 정도”라고 대표팀 분위기를 전했다.
비장한 각오로 나선 북한과 여기에 눌리지 않으려는 한국은 집단 신경전까지 벌일 정도로 경기장에서 예민한 모습이었다. 대회 운영진은 사후 기자회견에 앞서 ‘오늘 경기나 동아시안컵 얘기만 해달라’며 민감한 질문을 사전 차단했다. 이는 관중석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흔히 ‘조총련’이라 부르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는 500여 명의 북한 응원단을 조직하여 후쿠다 전자 아레나에 파견했다. 한국 언론은 경기 시작 전후나 하프타임, 이들과의 접촉을 시도했으나 “일 없습니다(=괜찮습니다)”라는 관용적인 사양조차 듣지 못했다.
↑ 한국-북한 2017 동아시안컵 2차전 종료 후 조총련계 북한 응원단. 사진=김영구 기자 |
북한 응원단은 개개인이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응하지 않은 수준을 넘어 접근 자체를 조총련계 남성들이 차단하는 분위기였다. 물론 일본·중국과도 감정이 좋다고 할 수 없는 현실이기에 동아시안컵 진행요원들이 이들을 관중석 다른 구역과 격리하려는 것도 있다.
윤덕여-김광민, 한국-북한 축구대표팀 감독의 존재가 없었다면 양국의 2017 동아시안컵 2차전은 삭막 그 자체였을 것이다. 윤덕여 감독은 ‘유효슈팅 0’이라는 굴욕에도 “체력훈련의 강도와 지구력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팀일 것”이라면서 상대를 솔직하게 인정했다.
김광민 감독은 승장 인터뷰에서 ‘4월’을 끊임없이 언급하며 적잖은 부담과 상처를 받았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래도 그동안 취재 현장에서 안면을 튼 한국 언론인에게 농담을 건네는 등 적어도 경기장 밖에서만큼은 비장하지만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 한국-북한 2014 인천아시안게임 여자축구 준결승 사전 기자회견에서 웃는 윤덕여-김광민 감독. 사진=MK스포츠 DB |
FIFA 랭킹 기준 북한은 10위, 한국은 13위의 세계적인 팀이다. 윤덕여, 김광민 두 감독은 현역 시절에 이어 지도자로도 국제무대에서 대결을 펼치는 동안 현장에서 개인적인 안부를 묻을 수 있는 사이가 됐다. dogma0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