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판정 반발에 ISU 이례적으로 반칙 영상 공개…'어디서·어떻게'가 기준

직선주로에서는 안쪽 선수 반칙 잦고 코너에서는 바깥쪽 선수가 조심해야
중국, 여자 계주 반칙 판정에 반발했지만…ISU "판정에는 항의 불가"


속도감과 긴장감이 폭발하는 쇼트트랙 레이스에서는 경기가 끝난 뒤에 한참을 기다리다 뒤늦은 환희와 분노, 슬픔이 교차하는 순간이 또 한번 옵니다.

1위로 경기를 마치고도 긴가민가한 마음에, 최하위로 골인하고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라커룸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링크 옆에서 대기하던 선수들은 전광판에 뜬 최종 순위를 보고서야 기뻐하며, 혹은 고개를 숙이며 떠나갑니다.

경기의 주요 장면을 돌려보던 4명의 심판은 어느 선수가 반칙했는지에 대해서만 전광판에 띄웁니다. 장내 아나운서도 '임페딩 반칙'이라는 설명 정도만 알려줄 뿐입니다.

때문에 쇼트트랙 경기가 끝나고 나면 팬들을 중심으로 '판정이 잘못됐다'는 논란이 자주 제기되며 선수들이 반발할 때도 있습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등에 따르면 쇼트트랙에서 실격을 초래하는 반칙은 매우 다양합니다.

임페딩 외에도 오프 트랙(코너를 돌 때 마커 안쪽으로 들어가는 것), 어시스턴트(같이 레이스를 한 다른 동료 선수를 밀어주는 등 돕는 행동), 두 번째 부정 출발,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행동 등이 있습니다.

큰 부상이 일어나기 쉬운 종목인 만큼 안전 확보 차원에서 규정하는 반칙도 있습니다. 잘 알려진 '날 들이밀기'와 달리 피니시 때 키킹아웃(날을 들이밀 때 빙면에 붙이지 않고 위로 차는 행동)은 금지돼 있고, 얼굴과 목 외의 피부가 드러난 채로 레이스를 하거나 레이스 도중 장비가 벗겨지는 경우도 실격입니다.


이 가운데 늘 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임페딩 반칙입니다.

ISU는 임페딩 반칙을 '고의로 방해, 가로막기(블로킹), 차징(공격)하거나 몸의 어느 부분으로 다른 선수를 미는 것'이라고 규정합니다.

그러나 수시로 몸싸움이 일어나는 쇼트트랙 경기에서는 '왜 누구는 반칙을 주고 누구는 안 줬느냐'는 논란이 거듭 일어나고 있습니다.

2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ｍ 계주가 끝난 뒤에도 실격당한 중국 선수들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공정할 것"이라는 말까지 꺼내며 강력히 반발한 바 있습니다.

실격 사유에 대한 반발이 거세자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이날 이례적으로 자체 리뷰 기사를 통해 영상과 함께 중국과 캐나다에 실격 판정이 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ISU에 따르면 심판진의 비디오 판독 결과, 중국은 3바퀴를 남기고 스케이팅하던 상황에서 아웃 코스에서 인 코스로 들어오려고 했고, 이 과정에서 한국에 임페딩 반칙을 했습니다.

최민정 선수도 여자 500m 결승에서 임페딩 반칙으로 은메달을 놓쳤습니다.

ISU의 이 같은 설명에도 중국 선수를 비롯해 언론, 누리꾼들은 여전히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국 쇼트트랙 리옌 감독은 중국 매체 CCTV와의 인터뷰에서 "심판 판정도 불일치했기 때문에 판정에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경기가 끝나면 결과가 분명히 드러나야 하지만, 이번 경기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거듭되는 논란에 평창올림픽 공식 정보제공 사이트인 '마이인포2018'은 ISU 나탈리 램버트(캐나다) 쇼트트랙 기술위원장과 질의·응답을 통해 반칙을 적용하는 과정을 파헤쳤습니다.

램버트 위원장에 따르면 선수 간의 접촉이 벌어졌을 때 임페딩 판단은 '어디에서, 어떻게' 일어났느냐를 기준으로 이뤄집니다.

직선주로에서 한 선수가 다른 선수를 추월하려 할 때는 앞서 있는 선수에게 우선권이 주어집니다. 두 선수가 동등한 위치에 왔을 때는 우선권이 사라집니다. 안쪽에 있는 선수가 바깥쪽으로 나가려 밀거나, 바깥쪽에 있는 선수가 안쪽으로 밀어붙이면 반칙입니다.

흔히 발생하는 반칙이 안쪽에서 달리던 선수가 코너를 앞두고 마커 바깥쪽으로 빠져나가기 위해 바깥쪽에 있는 선수를 밀치는 경우입니다.

코너에서는 상황이 좀 다릅니다. 빠른 속도를 유지하며 원심력을 이겨내야 하는 코너에서는 안쪽에 있는 선수가 뭔가를 할 여지가 적기 때문에 바깥쪽에 있는 선수에게 반칙이 주로 주어집니다.

램버트 위원장은 "코너에서 안쪽으로 파고들다가 양팔이나 어깨, 엉덩이로 안쪽의 선수를 밀거나 친다면 반칙으로 판정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13일 여자 500ｍ에서 2위로 골인하고도 실격당한 최민정(성남시청)은 코너를 돌다가 안쪽에 있던 킴 부탱(캐나다)의 무릎 부위를 팔로 건드린 것이 문제가 된 경우입니다.

20일 여자 3,000ｍ 계주에서 중국의 실격을 자초한 판커신은 3바퀴를 남겨두고 코너에 진입하면서 안쪽의 최민정을 밀었다는 데서 반칙 판정을 받았습니다.

반면 이날 한국 팬들을 끝까지 조마조마하게 했던, 김아랑(한국체대)이 배턴터치를 한 뒤 넘어지면서 발레리 말테(캐나다)까지 함께 넘어진 장면은 앞서 설명한 반칙의 케이스에는 해당하지 않아 경기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캐나다는 최민정과 판커신이 결승선을 통과하기 직전 안쪽에 있던 대기 선수가 직선 주로 안쪽으로 슬쩍 스케이트 날을 집어넣어 레이스를 방해했다는 것이 반칙을 초래한 원인이 됐습니다.

한번 반칙이 선언되면 선수가 아무리 억울함을 호소해도 바꿀 방법이 없습니다.

램버트 위원장은 "쇼트트랙에서 규칙에 대해 항의할 수는 있지만, 한번 결정 난 판정에 대해 항의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