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최민규 전문위원] 여러 구종을 보여줬다. 하지만 아직 다 보여준 건 아니다.
롯데의 새 외국인 투수 펠릭스 듀브론트(31)가 13일 올시즌 새로운 홈이 된 사직구장에서 인상적인 KBO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듀브론트는 LG와의 2018시즌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공 51개를 던지며 4이닝을 볼넷 1개만 내주고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시범경기 결과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시즌 개막까지는 2주도 남지 않았다. 과거보다는 더 준비된 상태에서 선수들은 시범경기를 치른다.
↑ 롯데의 듀브론트가 13일 LG와의 시범경기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부산)=김영구 기자 |
13일 듀브론트에게서 가장 인상적인 투구는 직구였다. 듀브론트는 2012~2013년 메이저리그에서 2년 연속 11승을 따냈다. 이때 듀브론트는 투구의 60~70%를 빠른공으로 던지는 투수였다. 직구 제구력이 좋고, 타자 눈에 더 빨라보이는 투구폼으로 던진다. 하지만 이후 부진과 부상 등으로 빠른공에 대한 의존도는 점점 줄어들었다. 지난해 트리플A에서 속구 구사율은 46%에 그쳤다.
LG전에서 듀브론트는 전체 51구 중 속구를 30개 던졌다. 3개 던졌다고 기록된 투심패스트볼을 더하면 직구 구사율은 64.7%였다. 한국이나 일본 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타자들은 공통적으로 빠른공에 대한 적응이 어려웠다고 말한다. 속도가 빠르고 변화가 심하기 때문이다.
13일 듀브론트의 속구 평균 구속은 평균 시속 145km, 최고 시속 148km로 기록됐다. 쌀쌀한 날씨 탓에 초반 제구는 다소 흔들렸지만 이닝이 지날수록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찔렀다. 4회초 무사 1루에서 LG 2번 김현수를 삼진 아웃으로 잡은 공은 시속 148km짜리 하이 패스트볼이었다.
투구의 기본은 빠른공이며, 기본에 충실한 투구의 위력은 KBO리그 젊은 투수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속구 구사율이 높았지만 다양한 구종을 보여줬다. 지난해 트리플A에서 듀브론트는 좌타자를 상대로 거의 투 피치 피처였다. 속구와 커브를 기본으로 커터를 간간히 섞었다. 트리플A 구장에 설치된 투구추적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듀브론트의 포심패스트볼 움직임은 커터와 유사했다. KBO리그 좌투-좌타 매치업에서 기본인 슬라이더는 하나도 기록되지 않았다.
↑ 듀브론트의 13일 LG와 시범경기 구종별 투구수 및 투구 비율 |
하지만 KBO리그 데뷔전에선 슬라이더 7개를 구사했다. 미국 시절 주무기였던 커브(6개)보다 더 많이 던졌다. 좌타자를 상대로는 직구 다음으로 많이 던진 공이었다. 선발 투수로는 구종이 단조롭다는 우려를 씻을 수 있는 구종 배합이었다. 다만 제구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좌타자를 상대로 던진 슬라이더 4개 중 3개는 볼이었다. 하지만 4회 김현수에게 던진 슬라이더는 타자가 치기 어려운 코스로 잘 들어갔다. 우타자를 상대로는 미국 시절 속구, 커브, 체인지업 패턴에서 슬라이더와 스플리터처럼 보이는 공을 섞으며 어렵지 않게 승부를 했다.
하지만 제대로 보여주지 않은 공도 있었다. 미국 시절 우타자를 상대로 삼진 아웃 피치로 주로 썼던 체인지업이다. 이날 딱 체인지업은 딱 세 개만 던졌다. 2회 2사에서 유강남에게 던진 25구째가 첫 체인지업이었다. 듀브론트의 체인지업은 빠르면서도 낙차가 크다. 지난해 KBO리그 체인지업 평균 스피드는 시속 130km였다. 13일 듀브론트는 이보다 시속 6km 빨랐다. 지난해 트리플A에서 듀브론트의 체인지업은 41.7% 확률로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지난해 듀브론트는 좌타자보다는 우타자에게 더 강한 왼손 투수였다. 메이저리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