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작년에는 제가 없어서...”
4일 오후 인천SK 행복드림구장. 경기가 끝난 뒤, 짐을 챙기고 있던 한승혁(25·KIA)은 소감을 묻자 대뜸 이 말부터 시작했다. 한승혁은 4이닝 동안 2피안타 6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결과가 좋았는데 자세히 뜯어보면 내용은 더 좋다. 일단 선발투수 정용운이 3이닝 만에 5실점한 뒤 물러난 상황, 홈런 타자가 즐비한 SK 타선은 기세가 오른 시점이었고 KIA는 패배의 기운이 감돌았다. 스코어는 1-5. 여기에 팀은 연패 중이었고 공격은 매번 흐름이 끊어지고 있었다.
↑ KIA 한승혁(사진)이 4일 1군 첫 등판서 4이닝 1실점으로 팀 승리 밑바탕이 됐다. 사진(인천)=김영구 기자 |
한승혁이 마운드에서 내려가자 KIA타선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경기는 KIA의 짜릿한 승리로 마무리가 됐다. 한승혁이 등판을 시작한 4회초만 생각하면 쉽게 예상하기 힘든 장면이었다.
전날(4일) KIA는 가공할 타선의 집중력을 바탕으로 막판 뒤집기 승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증명했다. 5안타 김주찬, 결승포 이범호 등 타선전체가 약속의 8회를 만들었다. 가장 결정적인 활약은 득점을 뽑아준 타자들이 맞다. 그러나 상황을 만들어줄 때까지 길고 알 수 없는 시간을 한승혁이 버텨줬다.
그의 지나온 시간을 알기에 더한 의미가 남을 수밖에 없었다. 해마다 빠른 볼로 주목을 받지만 그 이상의 무엇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해는 시범경기에서 센세이셔널을 일으켰다. 그런데 정작 정규시즌에는 보여주지 못했다. 올해도 시작은 의욕적이었다. 그렇지만 스프링캠프부터 부상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한승혁은 이때를 떠올리며 “초조했다. 올해는 잘하고 싶었는데...마음고생을 했다”고 말했다.
사실 고작 한 경기 활약일 뿐이다. 한승혁에게는 지금껏 이런 경우가 적지 않게 있었다. 그렇기에 스스로도 조심스러웠고 지켜보는 이들도 호들갑 떨 일이 아님을 잘 알고 있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한승혁의 피칭에 여러 이들이 주목할 수밖에 없다. 150km이상 빠른 볼이 여전한데다가 나이도 젊다. 구단관계자들은 물론 팬들도 그를 포기할
한승혁은 “간절하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풀이 죽은 채 “팀 우승에 함께 하지 못해서...”라는 말도 두 차례나 했다. 마지막 각오는 “후회 없는 시즌을 만들고 싶다”였다. 한승혁의 2018시즌은 일주일 늦은 이제 시작됐다.
hhssjj27@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