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는 불난 집이다. 하지만 불난 집을 바라보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자세는 뒷짐만 진 모양새다.
이장석 전 대표의 법정구속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넥센 히어로즈는 이번엔 선수들의 성폭행 혐의로 큰 충격을 안겨 주고 있다. 지난 23일 주전 포수 박동원과 마무리 투수 조상우가 성폭행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SK와이번스와 인천에서 원정경기를 치르던 중이었다. 사건 발생지가 넥센의 숙소였다. 두 선수는 성폭행 혐의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으나, 혐의 인정 여부를 떠나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신 것도 모자라 외부인을 선수단 숙소에 들였기 때문이다.
선수단 기강 문제가 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과거 소속선수였던 강정호(피츠버그)의 음주운전 적발 시 과거 히어로즈 소속이었을 때의 두 차례 음주운전 사실이 밝혀져 구단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지난해 1지명으로 영입한 안우진의 학교폭력 사건 등도 그렇다. 비록 히어로즈 소속일 때가 아닌 고교시절에 저지른 일이지만, 안우진을 스카우트 한 넥센도 책임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 23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2018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 경기가 열렸다. 넥센 박동원과 조상우가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가운데 넥센 응원석에 관중들이 텅 비어 있다. 올 시즌 이장석 전 대표 법정 구속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히어로즈를 응원하는 팬들의 발길이 줄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
이런 일련의 일들은 히어로즈의 미래에 전혀 도움이 될 리 없다 올 시즌 후 메인스폰서 넥센타이어와의 계약이 만료되기 때문에 새 메인스폰서를 구하는 데도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히어로즈 구단을 운영하는 법인은 ㈜서울 히어로즈다. 히어로즈는 네이밍마케팅을 통해 메인스폰서를 구단 이름으로 정해 리그에 참가한다. 2010년부터 넥센타이어가 메인스폰서를 맡고 난 뒤 히어로즈는 KBO리그의 강팀으로 거듭났고, 넥센타이어는 상당한 마케팅 효과를 얻었다.
하지만 최근 둘의 관계는 싸늘하다. 지난 2월 이장석 전 대표가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는 등 ㈜서울 히어로즈의 심각한 경영실태가 드러나자, 넥센타이어는 개선방안을 요구하며 3월과 4월 연이어 스폰서비를 지급하지 않은 것이다. 스폰서비 지급 재개를 결정한 것은 이달 초에 이르러서다.
그런데 불과 한 달이 채 지나지도 않은 시점에 이번엔 선수들의 성폭행 사건이 불거졌다. 넥센타이어 입장에서도 울고 싶은 심정이다. 물론 넥센타이어가 어떠한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메인 스폰서로서 긍정적인 효과는 고사하고 부정적인 타격만 입게 된 것은 분명 사실이다.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넥센타이어가 계약 연장할리 만무하다. 문제는 ㈜서울 히어로즈가 다른 메인 스폰서를 구하지 못할 경우다. 이로 인해 프로야구 10구단 체제가 파행으로 이어지게 되면 KBO도 곤혹스러워진다.
이런 가운데 아직 ㈜서울 히어로즈 최대 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장석 전 대표는 유상증자를 통해 자신의 지분율을 유지하고, 경영 복귀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옥중 경영 뿐만 아니라 선수들 라인업을 짜는데도 이장석 전 대표가 관여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얘기가 나온다. 물론 이는 과장된 소문이라고 넘길 수 있지만, 자꾸 이런 얘기가 흘러나오는 게 이 전 대표의 영향력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전 대표가 최대주주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한 표면적으로 대표에서 물러났더라도, 구단 운영에 입김을 불어넣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더욱 큰 문제는 KBO의 자세다. 회원사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있지만 KBO는 그냥 상황만 주시하는 입장이다. 좋게 말해서 지켜보고 있는 것이지, 방관이나 다름없다. 히어로즈 사태가 장기화되면 리그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더구나 이젠 소속 선수들의 일탈로 인해 도덕성 문제까지 대두되
KBO는 한국 프로야구단을 관리하고 통괄하는 기구다. KBO차원에서 구단의 정상 운영 계획안을 요구하는 등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10구단 체제의 존립이 불가능해진 뒤에 움직인다면 너무 늦다.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을 새겨야 할 KB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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